[주장] 강금실씨, 님의 생각대로 꿋꿋이 가십시오

등록 2006.01.20 21:00수정 2006.01.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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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중인 '강금실이 당신에게 조언을 구한다면'이라는 제목으로 '함께 만드는 뉴스'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19일 자정 무렵에 올린 기사에 많은 네티즌들이 참여해 21일 오전 11시 현재 180여건의 독자 의견이 달렸습니다. 정병태 시민기자는 강금실 전 장관에게 보내는 고언 형식의 기사를 보내왔습니다. '함께 만드는 뉴스'는 특정 주제나 사안에 대해 기자가 전후 상황을 설명해주고, 이에 대해 독자들이 직접 주인공 또는 조언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하면, 독자들이 남긴 의견을 반영해 최종적으로 기사를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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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권우성
강금실씨

지자체 선거가 가까워 오다 보니 강금실씨의 거취가 상당히 궁금들 한가 보군요. 저는 한동안 강금실씨를 잊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보고, "하긴, 이 사람 정도면 나설 만 하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찬성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들, 어떤 소리가 나올 지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찬성하는 사람은 열린우리당을 위해서라기보다 한나라당이 득세하는 것을 막자는 생각일 겁니다. 다시 말해서 수구 대 개혁 세력의 싸움으로 보고 있고, 그 싸움에서 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인 거죠. 서울시장이란 한 자치단체의 장이라기보다는, 자치단체 선거에서 상징성을 갖고 있는 '서울시' 고지를 내줘서는 안되겠다는 심리가 많이 작용했으리라 봅니다.

강금실이라는 개인이 정치판에서 망가지는 것을 보고싶지 않은 사람은 반대를 했을 겁니다. "이래도 굴러가고 저래도 굴러갈테니 괜히 '똥밭'에 발 들여놔서 마음 고생할 것 있겠냐?" 그런 말이죠. 물론 님에 대한 애정으로 나온 말이지만, 행간을 보면 그동안 쌓여온 정치에 대한 회의, 그리고 열린우리당에게 걸었던 개혁의지가 꺾인 데 대한 실망이 담겨있음을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선출직보다는 댄스에 관심있더라"는 말을 전해듣고 참 재미있는 분이구나 생각했습니다. 멋쟁이인 줄만 알았더니 법무부를 소신있게 끌고 갈 수 있는 능력도 있고, 게다가 댄스까지? 하하, 정말 멋쟁이십니다. 그러고 보면 참 하늘은 불공평합니다. 어떤 사람은 한 가지 능력도 갖추기 힘든데 업무적인 능력과 인간적인 멋을 동시에 갖고 계시니 저로서는 부러울 밖에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나가야 된다, 저런 이유로 나가지 말아야 한다' 많은 얘기를 했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조금 다른 얘기를 할까 합니다. 서울시장이든 어떤 자리든, 이런 문제점은 깊이 생각해 보셨으면 하는 것들입니다.

1.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로서 자신이 있는가


저는 정치나 행정을 잘 모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행정가는 어떤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단지 정치인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행정가를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당선되었을 경우에는) 서울시라는 새로운 현장의 실무를 빠른 시일 내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하겠고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능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님께서는 법무부 장관이라는 행정직을 경험하셨지만, 제가 볼 때는 행정가로서가 아니라 정치인으로서의 기간이었습니다. 법무부를 개혁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들이 그랬고, 일반 대중에게 스타로 떠오른 점도 그렇습니다.(물론 어디까지가 정치인의 영역이고 어디부터가 행정가의 영역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렵고, 정치인은 행정 능력을, 행정가는 정치적인 능력을 겸비해야 하는 면도 있습니다.)

사람이 어떤 일을 맡을 때는 다음 중 한 가지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첫째, 본인이 그 능력이 있는가? 둘째, 본인의 능력이 모자라면 주변에서 능력을 더해줄 사람들(그룹)이 있는가? (그도 저도 아니면) 셋째, 누가 맡게 되든지 잘 꾸려나갈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 방법은 있는가? 님의 행정 능력에 대해서는 이미 검증된 것도 있고 여러 사람의 평도 있겠지요. 하지만 님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님 자신입니다.


2. 내가 나서야 하는가

앞에 말씀드린 것이 절대적인 평가라면 이것은 다른 후보에 비한 상대적인 평가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후보의 경력과 면면을 보시고 "저 사람보다는 잘 할 수 있겠다" 싶으면 나서십시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 역시 앞에서 말한 '행정가로서의 능력'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년에 있을 자치단체 선거를 당 대 당, 수구 대 보수의 싸움으로 보고, 거기에 이길 수 있는 카드로 님을 점찍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나라 살림을, 서울시장은 서울시의 살림을 맡는 행정가이지 정치인이 아닙니다.

지금 나라가 이 꼴이 된 까닭도, 행정을 모르는 정치인이 대통령 되어 나라를 부도사태(IMF 관리체제)로 빠뜨렸기 때문입니다. 무능한 행정가 한 사람이 국가를 수렁으로 빠뜨리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혹시, "저 사람에게 맡기면 도저히 안되겠다" 싶은 사람이 후보로 나선다면, 싫어도 나서셔야 합니다. 그것이 님에게는 희생이 될지 몰라도,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의 의무니까요.

3. 많은 시간을 공무에 할애할 수 있는가

개인 생활을 거의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추측컨데 님으로서는 어려운(포기하기 싫은) 결정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인간적인 면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개인생활이 희생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난관에 부딪혀 회의가 들 때마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간절히 들 것이라는 염려도 있습니다. 물론 제가 봐 온 님의 성향으로 봐서 그런 염려를 한다는 것은 기우일지 모릅니다. 어쨌든 이 문제는, 후보로 나서는 순간부터 각오하셔야 할겁니다.

4. 여성의 대표성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여성이 정치나 행정 분야의 진출이 더딥니다. 사회의 보수성에 그 분야의 보수성이 더해져 있기 때문이지요. 제가 볼 때는 세상이 바뀐지도 한참 됐는데 사고방식은 좇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자들이 리더로 자리잡은 나라들을 보면 국가의 청렴도나 건강성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저도 남자지만, 남자보다는 여성 행정가(정치가)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님의 위상과 능력은 정치.행정 분야 같은 직접적인 영역뿐 아니라, 여성의 사회 진출이나 여권 신장이라는 면에서 큰 영양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저는 님께서 후보로 나서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멋지게 능력을 발휘해 주셨으면 합니다(다른 사항들과 달리 여기서는 제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님께서 결정하실 일이지요).

5. 노블리스 오블리주?

님께서 평범한 법조인으로 살아간다면 후회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선거에 나선다면?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글쎄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저도 님과 비슷한 연배입니다. 그래서 젊음의 끝자락을 놓고 이것이냐 저것이냐 고민이 많다는 것, 충분히 공감합니다. 앞에서 제가 '희생'이라는 말을 쓸 때도 그런 생각들이 스쳐가더군요.

평범한 법조인으로 살아간다고 해서 그것이 사회의 요구에 대한 회피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서든 자신이 할 일을 찾을 것이고, 님 역시 그렇게 하리라 믿으니까요. 문제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어떤 방식으로 실행하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어쩌면, 님께서도 지금쯤 이런 문제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실지 모르겠네요. 괜히 제가 쓸 데 없는 말을 해서 심기를 혼란시키지나 않았는지 우려됩니다. 저 나름대로는 자신을 님의 열렬한 팬의 한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생각에 끼워맞추는 그런 팬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님의 생각대로 꿋꿋이 가시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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