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차기 기득권 다 버릴 것
'훈장' 떼고 국민과 통하고 싶다"

[인터뷰②]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

등록 2006.01.22 18:05수정 2006.01.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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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 인터뷰.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 인터뷰.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근태가 변했다." 그는 다 버릴 수 있다고 했다.

'재야 기득권'을 버리겠다고 했다. 그의 뒤를 따라 다니는 '마지막 재야'라는 꼬리표에 대해 "재야를 떠난 지 15년이 지났는데도 과거에 발이 묶이는 것 같아 답답함이 있다"며 "지적하면 반성하고 고치겠다"고 자세를 바짝 낮췄다.

그는 자신을 "재야파가 아닌 범민주파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과거'가 아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으로 선택받고 싶다"는 바람이다. 물론 그는 "민주화 운동의 역사는 국가경쟁력의 한 요소로 우리들의 브랜드"라며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민주화 운동의 이력을 "가슴의 훈장처럼 달고 나서도 싶은 생각이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차기 기득권'도 버리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정동영 전 장관과 함께 여당의 유력한 차기주자로 꼽히는 상황. 그는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장이 되면 "모든 양심세력의 대연합을 이루고 지방선거에 승리하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데까지 나아갔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고건·강금실·문국현·박원순·이수호 등이 망라된 범양심세력의 연합을 주장하고 있는 그는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가담해 달라고 하면 주변이 돼달라는 것인데 그럼 대연합은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동영·김근태만으론 안 된다'며 고건 전 총리 등 경선 후보군을 넓히자는 주장과 맥을 함께 하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정동영 전 장관을 처음으로 앞지른 결과(물론 6.4% 대 6.3%로 차이는 미미하다)가 나왔지만 "참으로 민망하다"며 "둘이 합쳐도 한나라당의 특정 후보 한 사람의 지지율에 미치지 못한다"며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며 냉정하게 평했다.

'대권' 관련한 질문에 그는 "한가한 소리" "딴나라 얘기 같다"며 5월 지방선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을 시종일관 견지했다.


'재야' 꼬리표 "답답하다"

김근태와 포르노 "눈을 뗄 수 없었다"

김근태 의원은 "포르노 영화를 본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고 말해 취재진이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언제인지 잘 기억은 안나는데 유럽으로 국정감사를 갔을 때 국감을 끝내고 시차가 적응이 안되어서 그런지 밤에 잠이 잘 안와서 괴로웠다. 그래서 여기저기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포르노를 봤다. 프랑스 영화였던 것 같다. 눈을 떼기 힘들었지만 밤을 '꼴딱' 새지는 않았다. 다음날 국감을 망칠 것 같아서…(웃음)."
이른바 '김근태스럽다'로 표현되는 이미지 변신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이미지와 이벤트 정치는 제가 잘 못하지만 당원과 국민의 가슴에 들어가야 한다는 절박감이 나를 변화시켰다"며 "지금도 흉내내는데 한계가 있다"고 머쓱해했다.


짧아진 헤어스타일, 빨간 넥타이,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만드는 제스처뿐만 아니라 "답답하다"고 여겨졌던 어렵고 긴 말투도 싹 바꿨다. 특히 네티즌들의 입길에 오르내고 있는 '한 손가락 경례'에 대해 그는 "군대식 거수경례를 하면 꼰대세대로 치부할 것 같아 즉흥적으로 생각해 낸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이 원내 제1당이라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절박감을 "광주사태 직후의 심경"이라고 표현했다. '과장된 위기감 아닌가'라는 질문은 그는 다음처럼 답했다.

"이대로 가면 망한다. 이대로 가서 한나라당이 지방선거 성공하고 그걸 토대로 역정권 교체에 성공하면 역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정권 교체, 과반수 개혁정당이 여기까지 온 것이 물거품이 된다. 그것을 절박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사람 있으면 손들고 나와줬으면 좋겠다."

이 같은 진단을 "노선과 인물을 다 바꿔 열린우리당 간판을 확 바꾸자"는 구호로 이어가며 태도와 마음만 바꾸어서는 지방선거는 물론 정권 재창출은 어림없다고 최대 경쟁자인 정동영 전 장관을 향해 공격 포문을 열고 있다.

김근태 당의장이 되는 '대이변'을 통해 지방선거 승리로 나아가는 승리의 '연쇄반응'을 일으키자고 호소했다. 지방선거에서 김근태·박근혜 구도는 "21세기 오케이 목장의 결투"라며 '범민주세력 연합'의 중심 인물임을 내세웠다.

"DJ 정치적 계승자라는 점에서 민주당과 한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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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여당에서 제기되고 있는 '민주세력 통합론'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민주 대 반민주라는 낡은 구도의 재현'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그는 "우리 사회는 수구·보수·개혁·진보로 나뉘어 있다"고 전제한 뒤 "열린우리당이 유능하게 개혁을 이뤄내지 못해 민주개혁세력이 잘게 쪼개져 있다"며 "진보 대 보수로 구획하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선거 전략"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역정권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며 "이건 민주노동당에게도 심각한 도전이고 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통합론과 관련 '과거 회귀'라는 비판해 대해 그는 "민주당 통합은 범민주세력 연합이라는 틀에서 '원 오브 뎀'(전체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범민주세력 연합론=민주당 통합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 국민중심당은 '지역당'이라며 연합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민주당은 뭐가 다른가.
"자명하다. 민주당은 뿌리가 같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를 계승하자는 점에서 동일하다. 물론 민주당이 특정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이에 못지 않게 정치적 이념과 지향이 중요한데 국중당은 어떤 지향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 과거 분당 과정에서 비판했던 민주당의 '기득권'은 해소되었나.
"발전적으로 해소되길 바란다. (분당과정에서 민주당이) 구태 정치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과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도 여당이 된 이후 기득권에 안주하는 측면이 있었다. 또 대선과 총선 공약을 잘 지켰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문국현 사장도 만나겠다"

지지세력 결집을 위한 그의 행보는 빠르다. 강금실 전 장관과 고건 전 총리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낸 데 이어 조만간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는 함세웅 신부, 강만길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대타협 기치를 내걸고 있는 '희망포럼'에 참여하고 있다.

'양극화 해소'와 관련, 재원 마련을 위한 조세개혁에 대해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조세개혁이) 당장 국민적 의제가 돼서 당장 정책결정을 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라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정답의 뼈대는 결국 국민들이 공동으로 부담하겠다는 결의다. 경제가 잘 풀릴 때야 국민들에게 '한번 고민해 봅시다' 제안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시점이 아니다. 정책결정권자가 이렇게 갑시다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테이블에서 허심탄회한 토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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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 '기업'에게 좀 내놓으라고 할 의향은 없나.
"아픈데를 찌르시네(웃음). 내가 연구자라면 그렇게 얘기한다. 하지만 나는 정치인이다. 생산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복지부 장관으로 있을 때는 끊임없이 그 얘기를 했다. 지금은 원칙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그 과정을 어떻게 지원하고 안내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기업도 경영권 방어에 불안해 하고 있다. 사회적 대타협의 테이블에서 뭘 양보하고 결단할지 그 차이를 좁혀가야 한다."

한편 김근태 의원(그는 전 복지부장관이나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이라는 호칭보다 국회의원으로 불러달라고 했다)은 2004년 총선 때보다 더 '빡센' 일정으로 전국을 돌고 있다. 벌써 30개 도시, 6500명 당원을 만났다. 장관 시절 대중교통 출·퇴근을 즐겼지만 지금은 "버스와 지하철을 타는 서민들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면시간은 5∼6시간이다.

지난 20일 그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한 날은 전당대회 레이스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오전 일정이 없는 날이었다. 그는 간만에 여유 있게 아침을 시작하며 자신의 지역구(서울 도봉갑)인 쌍문동에서 1시간 30분 가량 인터뷰를 진행했다.

덧붙이는 글 |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인터뷰는 오는 24일 진행될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인터뷰는 오는 24일 진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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