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어무침에 있는 빙어가 파닥파닥 튄다 이종찬
빙어 잘못 먹으면 마누라한테 쫓겨난다
차림표에는 '빙어무침, 회, 튀김 3만 원'이라 적혀 있다. 3만 원만 내면 합천호에서 금방 건져 올린 싱싱한 빙어회와 빙어무침, 빙어튀김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옳커니 싶어 주인 김씨에게 빙어조리와 소주 한 병을 갖다달라고 하자 김씨가 빙그시 웃으며 "빙어를 드실 때 옷 조심하이소"라며 귀띔한다.
살아 팔딱거리는 빙어가 초장에 온몸을 묻힌 채 파닥파닥 뛰다가 자칫하면 옷에 시뻘건 초장을 덕지덕지 묻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득 우스개 이야기가 하나 떠오른다. 누군가 초장에 찍은 빙어를 먹다가 실수로 옷에 떨어뜨렸는데, 마누라가 그걸 보고 어떤 여자와 바람을 피우다 왔느냐고 닦달했다는 그 이야기. 후후후.
그렇게 한동안 빙그시 웃으며 합천호를 바라보고 있는데, 어느새 김씨가 다가와 빙어무침과 빙어회, 빙어튀김을 탁자 한가운데 올린다. 이어 김씨가 "빙어무침부터 빨리 드이소, 빙어가 죽고 나면 맛이 떨어져예"하며, 파릇파릇한 상추와 깻잎, 시뻘건 초고추장, 열무김치, 호박나물, 땅콩조림, 어묵볶음 등을 주섬주섬 늘어놓는다.
근데 여러 가지 채소와 과일, 시뻘건 초고추장과 함께 뒤섞여 있는 은빛 빙어들이 파닥파닥 튀기 시작한다. 그중 힘센 빙어 몇 마리는 어느새 하얀 종이가 깔린 탁자 위에 툭툭 떨어진다. 초고추장이 묻은 빙어가 떨어진 그 자리. 그래, 그 자리가 흡사 빨간 립스틱을 바른 여자의 입술을 찍어놓은 것과 참 많이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빙어는 상큼한 오이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종찬

▲빙어회 이종찬
땡겨울에 맛보는 상큼한 봄나물 같은 맛
"빙어가 제 아무리 맛이 있다 해도 회맛은 초장맛 아닙니까? 이 집 초장을 만드는 특별한 비법 같은 것이 있습니까?"
"저희 집 초고추장은 사과, 배 등 자연에서 나는 무농약 과일 10여 가지를 주재료로 삼아 장독에서 오래 숙성시켜 만들지예. 그래서 그런지 손님들이 저희 집 초장맛은 그리 맵지가 않고 새콤달콤한 게 독특한 감칠맛이 난다고 그러지예."
소주 한 잔 입에 털어 넣고, 발그스레한 빙어무침 속에서 파다닥거리는 빙어 한 마리를 나무젓가락으로 집어 들어 상추 위에 올려 쌈을 싸 입에 넣는다. 살아 파닥거리는 빙어를 통째로 씹으면 비린 맛과 함께 약간 쓴 맛이 나지 않을까. 지레 짐작하며 몇 번 씹자 향긋한 오이맛이 입안 가득 맴돌면서 쫄깃하게 씹히는 고소한 맛이 그만이다.
다시 소주 한 잔 입에 털어 넣고 물그릇 속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빙어 한 마리를 손으로 집어 초고추장에 찍는다. 빙어가 마구 파닥거린다. 얼른 입에 넣거나 서둘러 상추나 깻잎에 싸지 않으면 초고추장이 옷에 몽땅 다 튀어버릴 것만 같다. 이크, 싶어 초고추장 묻은 빙어를 상추나 깻잎에 쌀 겨를도 없이 얼른 입에 넣는다.
향긋하고 고소하다. 빙어무침과는 또 다른 맛이 입안 가득 맴돈다. 무슨 맛이랄까. 땡겨울에 맛보는 상큼한 봄나물 같은 맛이랄까. 아니면 밭에서 금방 따낸 싱싱한 오이를 바지에 쓱쓱 문질러 한 입 가득 베어 먹는 그런 맛이랄까. 소주 한 잔 입에 털어 넣고 맛보는 빙어튀김도 바삭바삭한 게 뒷맛이 아주 깔끔하다.

▲파닥거리는 빙어를 상치에 싸서 먹는 맛도 그만이다 이종찬

▲빙어회는 손으로 집어먹어야 한다 이종찬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손님들이 아무리 빙어를 내놓으라고 해도 내놓을 수가 없어예. 합천호에 빙어가 있어야 잡을 것 아입니꺼. 그리고 소한과 대한 사이인 요즈음에 잡은 빙어가 가장 빛깔도 예쁘고 맛이 좋습니더. 빙어 이것도 동지 지나서 잡은 빙어와 소한 지나서 잡은 빙어, 입춘 가까이 잡은 빙어가 모두 빛깔이 다르고 맛도 틀리지예."

▲빙어튀김도 바삭거리는 게 뒷맛이 깔끔하다 이종찬
덧붙이는 글 | ☞가는 길/ 서울-경부고속도로-서대구 나들목-화원 톨게이트-고령, 해인사 방향-합천읍-합천호-수문 맞은 편-합천호관광농원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합천행 버스를 타고 합천읍에 내려 군내버스를 타고 합천댐에 내려 수문 맞은 편을 찾으면 된다.
※SBS 'U포터뉴스', '고향아이'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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