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남대문 대우건설 2층 컨벤션센터에서 대우건설 정창두 노조 위원장(오른쪽)이 대우건설 입찰자격 평가기준과 부적격 업체를 발표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박수원
"어떻게 그렇게 부도덕한 기업이 대우건설 같은 건실한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는지, 낯 가죽이 거북이 등짝보다 더 두껍다."
24일 오전 서울 남대문 대우건설 본사 2층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창두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두산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이날 '대우건설의 올바른 매각방향과 입찰자격 평가기준 제시 및 부적격 업체 제1차 선정 발표'를 통해 두산그룹과 한화그룹, CVC Asia Pacific을 인수 부적격 기업으로 분류했다.
지난 20일 마감된 대우건설 인수 예비입찰에는 두산, 한화, CVC Asia Pacific, 금호아시아나, 유진기업, 프라임산업, 대주, 삼환기업, 대우자판, 경남기업 등 1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정창두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두산은 형제의 난을 통해 밝혀졌듯이 더 이상 설명이 필요가 없는 비윤리적 기업의 대명사"라면서 "두산의 인수 참여는 경영권 세습과 형제의 난 사후정리를 위한 위장 전술"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두산그룹에게 대우건설을 인수하도록 입찰 참여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정부가 황제 경영, 패밀리 경영, 세습 경영을 조장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며 입찰 참여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한국중공업과 고려산업개발, 대우종합기계 인수를 통해 보여준 두산의 자산 빼가기와 구조조정을 통한 노조 탄압이 "두산은 절대 안된다"는 인식을 직원들에게 강하게 심어줬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 노조는 두산과 함께 한화도 부적격 기업으로 분류했다. 대한생명 인수 당시 맥퀘리생명과 이면계약을 통해 편법적인 입찰자격을 획득했고, 퇴출된 한화종금과 충청은행의 대주주로서 부실경영과 공적자금 손실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정창두 위원장은 "한화가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투자자금 회수가 우려된다"면서 "금융그룹으로 제2창업을 선언한 한화가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하는 것은 문어발식 확장 경영에 불과하다"고 공격했다.
이 밖에 CVC Asia Pacific과 관련해 노조는 단기적 이익만을 노리는 투기자본일 뿐 아니라 매각주간사인 씨티그룹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입찰 자체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위원장 "우리사주조합 통해 인수전 뛰어들겠다"
노조는 대우건설이 국내 2위의 시공능력과 함께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회생된 기업인 만큼 ▲M&A 이후 안정적·지속적인 성장과 발전 가능성 ▲선진형 기업지배구조를 통한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 ▲우리사주조합의 인수 참여를 통해 기업의 윤리성과 도덕성 확보 ▲경영 정상화 성과를 주주와 종업원과 공유가 매각 방향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우건설의 경우 우리사주조합이 전체지분의 3.5% 가량을 보유하고 있어 매각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창두 위원장은 "우리사주조합이 어느 정도 지분을 가질지는 매각 과정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면서도 "반드시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인수에 참여하겠다"고 강조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매출 5조756억원에 영업이익 4321억원을 기록했으며, 부채비율도 130%로 낮춰 알짜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은 8000억원대의 현금 유동성과 함께 국내외를 아우르는 건설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어 인수 참여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우건설 인수 가격이 2조5000억원~3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사주조합에 영향을 미치는 대우건설 노조가 특정 업체를 지정해 입찰 부적격업체를 발표하고,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실사저지와 연대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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