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니 의암호가 다 보이네요

강원도 춘천 삼악산을 찾아

등록 2006.01.24 21:43수정 2006.01.2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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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에 있는 의암호입니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의암호입니다.서종규
호반의 도시 춘천에 가면 삼악산도 있어요. 요즈음 사람들은 춘천하면 배용준, 최지우 주연 <겨울연가>의 촬영지 남이섬을 떠올리죠. 그런데 춘천에 가면 의암호가 있고, 춘천호도 있고, 소양강 처녀를 노래했던 소양호도 있어요. 맛있는 닭갈비도 있고요, 막국수도 있어요.

춘천에 강원도 도청도 있어요. 1월 17일 춘천시 강원대학교에서 열린 전교조 참실발표대회에서 환영사를 한 강원대학교 최현섭 총장은 "사람들이 가끔 전화를 해서 강원대학교를 찾아가려면 강릉 어디로 가느냐고 하는데, 우리 강원대학교는 강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춘천에 있습니다"고 말하여 많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답니다.


춘천하면 닭갈비가 유명하지요. 17일 점심으로 먹었답니다. 닭갈비에는 뼈가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닭다리를 갈비처럼 얇게 발라내어 만든다네요. 야채와 함께 불판에 올려서 볶아 먹고, 그 남은 양념에 밥 몇 그릇을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었어요.

산을 좋아하는 사람 여섯 명이 1월 18일 오후 1시에 삼악산 의암댐 매표소를 출발했습니다. 의암호는 바라만 보아도 시원하였어요. 막아놓은 댐 높이는 그리 높지 않은데 호수가 차지하는 면적은 대단히 컸어요. 댐 안에 붕어섬, 중도, 상도 등 섬이 다섯 개나 있었구요.

삼악산이 매력적인 것이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의암호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의암호와 춘천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답니다. 또 하나는 대단한 협곡이었어요. 홍국사 아래 등선 계곡은 선녀탕, 비선폭포, 등선폭포 등이 흘러내리는 협곡으로 대단한 장관을 이루고 있어요.

삼악산 의암댐매표소에서 오르는 길은  이름 그대로 '깔딱고개'였습니다.
삼악산 의암댐매표소에서 오르는 길은 이름 그대로 '깔딱고개'였습니다.서종규
의암호 매표소에서 삼악산장, 상원사, 깔딱고개, 삼악산 정상인 용화봉에 이르는 2km의 길은 대단히 가팔랐습니다. 글자 그대로 깔딱고개인 것이지요. 숨이 깔딱거려서 한참을 쉬어야 다시 오를 수 있는 바윗길이었어요. 더구나 북쪽에 위치하여 거의 수직으로 오르는 이 등산로에는 눈이 다져져 얼음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이젠을 착용하여도 미끄러지기 일쑤였으니까요.

매표소에서 200m쯤 올라가니 삼악산장이 있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시멘트로 지은 하얀 집이었지만 개인 소유의 산장으로 차와 음료수, 기념품 등을 팔고, 숙박도 가능한 산장이랍니다. 의암호를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이 산장은 30년 넘게 삼악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쉼터가 되었다고 합니다.


삼악산을 오르는 가파른 길에 있는 상원사입니다.
삼악산을 오르는 가파른 길에 있는 상원사입니다.서종규
급한 경사길로 금방 땀에 흥건하게 젖었어요. 두껍게 껴입은 겉옷을 벗어 배낭에 묶었습니다. 650m 정도 올라가니 깨끗한 대웅전 한 채가 나타났어요. 상원사는 그리 크지 않은 절이었습니다. 등산길에 쉴 곳이 있다는 것이 행복했지요.

깔딱고개까지 1km의 경사로는 미끄러지는 얼음과 험한 바위 때문에 숨을 헐떡거리며 올라갔습니다. 깔딱고개라는 이름이 실감났어요. 올라온 길을 내려다 보이 아찔했습니다. 몇 번이나 발이 미끄러져 허둥댔지만 크게 나자빠지지는 않은 탓에 안도의 한 숨을 몰아쉬었어요.


삼악산 정상으로 가는 능선에서 바라본 의암호와 춘천시입니다.
삼악산 정상으로 가는 능선에서 바라본 의암호와 춘천시입니다.서종규
잠시 한숨을 돌리고 다시 바윗길을 오르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험한 오르막길을 오르면서도 가슴 시원하게 다가오는 것은 의암호였어요. 오르면 오를수록 더 맑고 시원하게 다가오는 의암호의 모습이 힘든 발길을 위로하였던 것이지요. 호반의 도시라는 춘천의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오후 2시 30분. 삼악산 정상인 용화봉에 도착했어요. 삼악산은 용화봉(654m), 청운봉(546m), 등선봉(632m)의 세 봉우리가 이어진 산이랍니다. 거의 바위로 된 산이기에 삼악산이라고 이름하였겠지요. 용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바위로 되어 있었지만 멀리 의암호와 춘천의 모습이 가장 잘 보였습니다.

일행들이 삼악산 정상으로 통하는 능선에서 가쁜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일행들이 삼악산 정상으로 통하는 능선에서 가쁜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서종규
내려가는 길은 작은 초원, 흥국사를 거쳐 등선폭포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작은 초원엔 산성의 흩어진 돌들이 보였습니다. 이 곳 삼악산엔 부족국가였던 맥국이 궁궐을 옮겨 산성을 쌓고 적과 싸웠다는 전설과 후삼국의 궁예가 이곳에서 왕건을 맞아 싸웠다는 전설이 있답니다. 궁지에 몰린 궁예가 나라의 재건을 염원했다는 전성이 전해지고 있는 흥국사도 그리 크지 않은 절이었습니다.

이 산성은 내성과 외성으로 쌓여 있는데, 내성의 둘레는 약 2km, 외성의 둘레는 약 4km 정도로 후삼국 시대에 축조되었고, 고려시대에 개축되었던 흔적이 보인답니다. 고려 말에 왜구가 춘천까지 침입하자 이곳의 성을 개축하여 그들과 싸웠다고 합니다.

삼악산 계곡은 아직 꽁꽁 얼어 있었습니다.
삼악산 계곡은 아직 꽁꽁 얼어 있었습니다.서종규
흥국사 입구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비닐하우스가 설치되어 있었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래된 집이 한 채 있었고, 마루 밑엔 장작들이 가득 쌓여 있었어요. 비닐하우스 안엔 나무로 만든 식탁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어요. 비닐하우스 가운데인 큰 난로가 피워져 있었어요. 나무들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는 날로 주위에 검정개 한 마리가 늘어지게 드러누워 있었지요.

자리에 앉자 누렇게 빚은 솔잎주를 내왔어요. 솔잎을 넣어 막걸리를 담갔다네요. 조금은 시큼했지만 막걸리 특유의 그 짜릿한 감칠맛이 뱃속까지 파고들었어요. 춘천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으로 감자부침도 같이 나왔어요.

난롯가에 앉아서 주인 내외와 걸쭉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산속의 삶이란 항상 그렇다고, 별 특별한 것도 없고, 나무하여 장작 패고, 두부 쑤고, 도토리묵 쑤고, 막걸리 걸러내고, 그렇게 보낸다네요. 언젠가 모 방송국에서 촬영한다고 지게 지고 몇 번이나 왔다갔다했는데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았다고, 다시는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고 이름도 말하지 않더군요.

아쉬운 발길을 들어 등선계곡으로 내려갔습니다. 처음에는 별로 기대도 하지 않았지요. 폭포들은 다 얼어 있었고, 계곡을 흐르는 물도 모두 얼어 있었으니까요. 그 물이 넘쳐 길까지 얼어 있었으니 넘어지지 않고 잘 내려가기만 바랐지요.

우리나라 산에 이렇게 깊은 협곡이 있다는 것이 대단했습니다.
우리나라 산에 이렇게 깊은 협곡이 있다는 것이 대단했습니다.서종규
한데 대단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들을 다녀보았지만 이 삼악산 등선계곡처럼 깊게 패인 협곡은 보지 못했어요. 이 협곡 사이로 제1폭포에서 제3폭포까지 이어지는 등선폭포를 비롯하여 비선폭포, 승학폭포, 백련폭포, 비룡폭포, 가폭포 등 총 여섯 개의 폭포로 물이 흘러내린답니다.

폭포도 폭포였지만 몇 십m나 되는 협곡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물론 협곡에 오르는 길은 모두 계단을 놓아 어려움이 없었지만 펼쳐진 장관에 압도되어 우리들은 모두 계단에 서 있었습니다. 멀리 협곡 바위 위에서 내려다보는 나무 한 그루에 석양의 햇살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저 깊은 협곡, 그리고 낭떠러지 바위 위에 있는 나무 한그루가 예술이었습니다.
저 깊은 협곡, 그리고 낭떠러지 바위 위에 있는 나무 한그루가 예술이었습니다.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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