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집권에 2% 채우겠다"

맹형규 의원, 서울시장 출마선언... '따뜻한 카리스마'와 '정책 시장' 차별성 강조

등록 2006.01.24 20:10수정 2006.01.2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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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맹형규 한나라당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4일 오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맹형규 한나라당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맹형규 의원(서울 송파갑·한나라당)이 서울특별시장으로 가는 출판기념회 행렬의 '막차'를 탔다.

맹 의원은 24일 오후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자전적 에세이집 <도시비타민 M> 출판기념회를 갖고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M'은 '맹'의 영문 이니셜이자 시장을 뜻하는 'Mayor'의 이니셜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중에서 '출판기념회'만 맨나중에 했을 뿐, 사실상 출사표는 맹 의원이 맨먼저 던졌다는 것이 정확하다. 그만큼 신중하다는 얘기다. 맹 의원은 일찌감치 '대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내세워 "한강변을 중심으로 한 자연친화적 개발을 통해 서울을 세계 7대 도시로 키우겠다"는 슬로건을 공표한 바 있다.

이로써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3선인 맹형규·홍준표 의원과 재선인 박진·박계동 의원의 4강구도로 짜여졌다. 이외에 권문용 서울 강남구청장과 조남호 서초구청장이 출마선언을 했으나, 현재 당내외 여론조사에 따르면 맹형규·홍준표 의원이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두 의원은 각각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여서 특히 관심을 끈다.

전략은 '정책시장'으로서의 차별성과 '따뜻한 카리스마

출판기념회를 '가장'한 서울시장 출정식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한나라당의 선거전략은 '연속성'이다.

서울 도심의 흉물로 전락한 청계고가도로의 '창조적 파괴'를 통해 청계천 복원을 이뤄낸 이명박 시장의 '빛나는 업적'을 이어받아 새로운 비전을 구현하려면 한나라당 출신 시장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혁신위원장을 지낸 홍준표 의원이 이명박 시장을 닮은 '강력한 추진력'을 내세우는 것도 그런 배경이다.


그렇다면 맹형규 의원의 등록상표는? 그것은 제1야당 한나라당의 '차떼기' 이미지를 '정책정당'으로 반전시킨 당 정책위의장 경력을 앞세워 '정책시장'으로서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춘천에서 열리는 사학법 무효투쟁 집회 참석 일정 때문에 맨 먼저 축사에 나선 박근혜 대표는 "맹 의원은 정책위의장 시절 출중한 능력과 남다른 소신으로 한나라당을 정책정당,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라고 치켜세워 정책시장으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어 "맹 의원이 정책이면 정책 인품이면 인품, 믿을 수 있는 분이라는 것이 내리 3선을 하고 수도권을 대표하는 의원으로 자리매김한 진정한 이유라고 생각한다"면서 "상큼하고 신선한 비타민같은 정치로 지치고 힘든 국민에게 활력 불어넣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출정식에서 드러난 맹 의원의 또다른 전략은 '세상은 따뜻한 리더를 원한다'는 컨셉을 토대로 한 '따뜻한 카리스마'이다.

박 대표는 "맹형규 의원 하면 누구나 부드러움과 신사를 떠올린다"면서 "그러나 그의 진정한 매력은 그 부드러움 속에 감춰진 소신과 뚝심이다"고 말해 그의 '따뜻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24일 오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맹형규 한나라당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맹 의원이 이명박 시장, 강재섭 전원내대표등과 나란히 앉아 있다.
24일 오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맹형규 한나라당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맹 의원이 이명박 시장, 강재섭 전원내대표등과 나란히 앉아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재오 원내대표 "당내 후보로도 넘친다, 외부인사 영입 반대"

맹 의원의 경복고 선배이기도 한 김덕룡 전 원내대표는 "요새 국민들은 지도자의 '덕'을 갈망하고 목말라 한다"면서 "그래서 우선 서울이라도 '덕장' 한 번 모시자는 희망이 국민 속에 팽배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맹 의원의 '덕'을 앞세워 은근히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인 강재섭 의원은 맹 의원의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앞세워 더 노골적으로 현 정부 인사들을 비판했다.

강 의원은 "대통령과 총리, 장관 등 정치 지도자가 텔레비전에 나올 때는 보기에 좀 짜증스럽지 않고 (인물이) 훤해야 국민정서에도 좋고 화합할 것 같은데, 이들은 무슨 소신이 있는 것처럼 어금니 깨물고 하지만 국민이 먹고 사는 데는 상관없이 자기들 코드 맞추는 일만 한다"면서 "맹 의원처럼 신언서판이 출중하고 국민을 편하게 해주는 훤한 분이 서울시장에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 선두주자인 맹형규 의원에게 서울시장으로 가는 걸림돌은 최대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이 아니라 '외부인사 영입론'이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이재오 원내대표도 "맹 의원은 나와 홍준표 의원과 함께 서울에서 3선 의원을 하는 동안 단 한번도 다투지 않은 유일한 의원이다"면서 그의 '따뜻한 카리스마'를 강조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의 '서울지역 3선 트리오'로서 서울시장 후보 경쟁을 했던 이재오 원내대표는 "언론에 한나라당이 수도권 단체장 후보로 인재영입한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현재 한나라당에서 나오실 분들만으로도 후보가 넘친다"면서 "저는 그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맹 의원은 수도권 단체장 후보 외부인사 영입론에는 홍준표 의원 등과 공동대응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 대접받아야 한나라당이 승리할 수있다는 '대선 연계 전략'이다.

이명박 "다음 시장은 한나라당 후보가 돼야 시정 이어받을 수 있다"

맹형규 한나라당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이명박 시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맹형규 한나라당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이명박 시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맹형규 의원은 '경기침체는 이웃이 실직했을 때, 불황은 내가 실직했을 때, 경기회복은 카터가 물러났을 때'라고 말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예로 들며 "서울은 분할과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앞으로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성장동력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되찾고 국민이 잘 살기 위해서는 정권이 교체되어야 한다"고 정권교체를 역설했다.

맹 의원은 이어 "지난 10년간 정치인생에서 가장 보람스런 일은 정책위의장으로 일했던 10개월이다"면서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한나라당 집권에 부족한 2%를 채우는 데 제 모든 것 다 바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장에 당선되어 한나라당 집권의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는 얘기다.

축사를 하러온 이명박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안 되면 (내가) 아무리 잘해도 4년의 세월이 상실된다"면서 "다음 서울시장은 꼭 한나라당 후보가 되어야 (시정을) 이어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이와 같은 자신의 발언이 선거법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음을 의식한 듯 "선거법 위반 지적은 나중 문제이고 여기 오니 맹 의원에게 용기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치 한나라당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한 서울시장 출정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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