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500만원 이하로 아파트 공급하는 방법

[주장] 판교발 투기대란, 토지 공공임대가 해법이다

등록 2006.01.25 17:58수정 2006.01.2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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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분양이 3월로 다가옴에 따라 세간의 이목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만이 아니라 정부에서도 판교 분양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재건축 규제 완화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남벨트에 소재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마당에 판교발 투기 광풍마저 분다면 참여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8·31대책은 완전히 형해화되고 말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판교가 강남벨트와 분당, 용인 등지의 아파트 가격 상승의 도화선 역할을 하는 것을 본 참여정부는 지난 8·31대책에서 판교에 대한 공영개발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 분양권 전매 금지 기간의 설정 등이 그리 인상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정부에서 고심 끝에 마련한 장치들이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시장참여자들의 투기심리를 잠재우기 힘들어서이다.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 분양권 전매 금지 기간의 설정 등의 여러 장치들이 버티고 있다 하더라도 분양만 받을 수 있다면 적어도 수억 원에 이르는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시장에 만연해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수도권에서 청약통장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나 판교에 청약하려고 벼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사회에서 판교는 여전히 로또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해법은 없는 것인가? 사람들의 투기심리를 근절시키고 철저히 실수요자 위주로 판교 청약이 이루어지게 할 비결은 존재하지 않는가?


토지 공공임대 및 건물 민간분양 방식이 정답

먼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 반드시 기억해야할 원칙이 있는데 그건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건물이 아닌 토지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기실 건물은 토지라는 실체의 그림자에 불과한데도 사람들은 흔히 이 그림자에 현혹되곤 한다.


예컨대 강남에 소재한 5층짜리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그토록 비싼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부동산 가격은 저절로 하락하게 마련이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첩경이 보유세임은 주지의 사실이니 새삼 부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판교와 같은 신도시 개발과 관련해서는 보다 좋은 대안이 존재한다. 그 대안이 바로 토지 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이다. 쉽게 말해서 토지는 공공임대로 하고 건물에 대해서만 민간이 분양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부동산 불로소득은 본디 토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토지는 공공임대로 하여 토지 불로소득이 토지소유자에게 귀속되는 것을 막고, 불로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건물에 대해서는 민간에 분양을 맡기는 것이 이 방식의 핵심이다.

이제 토지공공임대 및 건물민간분양 방식의 장점을 꼼꼼히 살펴보자!

1. 토지공공임대 및 건물민간분양은 토지불로소득을 지속적으로 제거하기 때문에 아파트가격을 평당 500만원 이하 대로 계속 유지시킬 수 있어, 아파트 가격의 하향 안정화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토지만 공공이 임대하고 건물은 민간이 지어 분양하는 이 방식은 지속적으로 토지임대료를 공공이 환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토지가격이 건축비에서 빠져 평당 500만원 이하에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이 방식이, 불로소득이 원천적으로 제거되도록 토지임대료를 지속적으로 환수하기 때문에, 전매제한이라는 반시장적 조치도 필요 없고, 토지불로소득을 노리고 발생하는 부동산투기를 확실하게 제거하며,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하향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2. 토지공공임대 및 건물민간분양 방식의 공영개발은 큰 시장, 작은 정부라는 세계적 흐름에도 정확히 부합한다.

이 방식에서 공공이 하는 일은, 매년마다 토지임대료를 정확히 환수하는 일에 한정되기 때문에 공공부문의 비대화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리고 토지임대료를 징수하는 것은, 사람의 육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토지에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것을 징수하는 것보다 간편하고 확실하여 부정부패의 가능성도 거의 없다.

주지하다시피 공공부분은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민간이 할 수 없는 일 또는 하기 어려운 일'을 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주공 등 공공부문은 민간에서 잘 공급하지 않으려고 하는 소형주택과 저비용 실용주택, 그리고 민간이 절대로 공급하지 않을 사회주택(시세 이하로 제공하는 주택) 등의 공급을 담당하는 것이 옳다. 이는 토지임대부 건물도 분양받을 능력이 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도시 개발에 토지 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을 채택하게 되면 불로소득 환수와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

한편 일각에서는 국공유지가 아닌 개인 소유 토지를 수용하여 신도시를 건설하는 경우 천문학적 재원이 소요되는데 건물소유자들로부터 지급받을 토지 임대료만으로 이를 충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있다.

그러나 건물 소유자들로부터 지급받을 토지 임대료는 적지 않은 규모인 데다 안정적이며 추후에도 상승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결코 매력이 적은 투자처가 아니다. 설령 당장의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중대한 사회적 필요를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재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토지를 소유하지 못하는 건물소유자들이 나중에 건물이 철거되는 경우 아무런 보상도 없이 건물에서 나와야 하는데 이는 부당하다는 견해도 있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부동산에 대한 과거의 사고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라고 평해도 별 무리는 없을 듯하다.

기실 토지에 대한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건물만이 남는데 '주거'라는 특성을 제외한다면 건물이 세탁기나 냉장고 등과 다르게 취급될 이유가 없다. 냉장고나 세탁기의 사용연한이 다 차서 이를 버릴 때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일은 없지 않는가?

물론 이는 아파트를 매수하여 살다가 재건축 등의 원인으로 집값이 급등하는 경험을 오랜 기간 해온 보통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한 대다수 한국인들을 질곡으로 몰아넣고 있는 부동산투기를 근절시키고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가치는 공동체의 것이고 건물은 주거목적에 불과하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의 대전환을 위해서라도 판교신도시의 분양방식은 토지임대부 건물분양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모쪼록 정부는 지금이라도 판교 신도시 공공분양분에 대한 토지임대부 건물분양방식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태경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제2의 8.31대책, 당신이 만든다면?"(박수원 기자) 기사에 답하는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태경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제2의 8.31대책, 당신이 만든다면?"(박수원 기자) 기사에 답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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