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대에서 바라본 감포 바다, 경주 여행의 또 하나의 매력이다김정봉
가족의 요구를 최대한 배려하여 남산은 아래부분만 훑는 것으로 만족하고 밤에는 커피 한잔 뽑아 들고 야경이 아름다운 안압지와 첨성대 주위를 거닌다. 그리고 다음날 감포가도를 달려 바다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불국사에 들러 장거리 여행의 서운함을 달랜다. 감포 가는 길은 기림사, 장항리 절터, 골굴암, 감은사터 등 볼거리가 풍부해 그저 겨울바다를 보면서 회한접시 먹는 밋밋한 길이 아니라 마음과 몸을 풍요하게 하는 기름진 길이라 좋다.
첫째 날:
서울 출발(8시)->경주(1시)-점심(2시)->서남산(나정->양산재->남간사터->포석정->배리삼존석불입상->삼릉->삼릉 목없는석불좌상->삼릉 마애관음보살상->삼릉 마애선각육존불상)->숙소(5시)->저녁(8시)->야경(안압지,첨성대)->숙소(10시)
둘째 날:
감포로 출발(9시,날씨가 흐려 토함산 일출은 포기)->장항리 절터->골굴암->감은사터->대왕암->이견대->점심(2시)->불국사(3시)->동남산(남산동 삼층쌍탑->보리사->부처바위->부처골 감실석불좌상)->서울로 출발(6시)
서남산 훑어보기
앞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바위가 있거나 바위의 크기가 크면 영락없이 불상을 새겨 작품을 만들어 놓았으니 60여 구의 석불이 있고 100여 곳의 절터와 40여 기의 석탑이 있는 남산은 과연 지붕없는 박물관이요 남산 그 자체가 거대한 문화재라 할만하다.
이렇게 볼 때 남산의 일부분만 감상하는 것은 경주 박물관으로 치면 야외 전시장만 둘러봤다 할 것이다. 그래도 배리 삼존석불의 동안(童顔)의 미소와 부처바위 남면(南面)의 삼존불의 천진한 표정과 부처골 감실부처의 인자한 자태를 보았으니 참맛은 아닐지라도 남산의 속맛은 보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서남산에는 나정, 양산재, 남간사터, 창림사터, 포석정이 있다. 신라의 태동을 알리는 나정과 신라의 종말의 공간인 포석정이 불과 몇 백 미터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신라의 시작과 끝이 한자리에 있으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정은 박혁거세 탄생 신화를 간직한 곳이다. 표주박 같은 알에서 태어나 성을 박(朴)이라 하고 세상을 밝게 다스린다 하여 혁거세(赫居世)라 하였다. 박혁거세의 나이가 13세 되던 해 진한의 육부 촌장들이 모여 여섯 촌을 합하여 나라를 세우고 박혁거세를 왕으로 추대하였다. 나라 이름은 서라벌. 아침해가 가장 먼저 비치는 성스러운 땅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