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면 더'‘서러운 싱글' 편견, 연휴는 나만을 위한 즐거운 시간

싱글들의 명절나기

등록 2006.01.26 14:35수정 2006.01.2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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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만 되면 늘상 결혼·집안얘기로 피곤한 명절이 되어버리기 십상인 중년 싱글여성들이 3일간의 명절을 이용, 오히려 모임이나 여행을 통해 자신을 위한 재충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
명절 때만 되면 늘상 결혼·집안얘기로 피곤한 명절이 되어버리기 십상인 중년 싱글여성들이 3일간의 명절을 이용, 오히려 모임이나 여행을 통해 자신을 위한 재충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우먼타임스
[감현주 기자]"명절은 그냥 휴일이죠. 모두가 의무적이고 형식적인 만남으로 얽매이고 바쁠 때,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만 시간을 보낼 수 있지요."

'명절=휴일'이라는 삶의 공식을 가지고 있는 중년의 싱글 여성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설을 앞두고 지자체 공무원인 이순민(가명)씨는 여행 계획을 짜느라 한창이다. 이씨는 명절 전후로 연차까지 받아 4박5일 동남아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다.

"처음엔 명절 때만 되면 늘 나오는 결혼 얘기며, 집안 얘기가 싫었고 피하고 싶었죠. 그래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나 친척들 찾아뵙고 속상해하는 것보다는 여행 다니면서 삶을 재충전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어요."

도봉구의 한 경찰지구대 대장을 맡고 있는 김혜숙씨도 지난해 설 제주도 산행을 다녀왔다. 그가 가입돼 있는 온라인 싱글모임에서는 설 명절이면 해외여행이나 산행을 떠날 참가자들을 모집한다. 따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될뿐더러 마음에 맞는 싱글들끼리 함께 가는 여행이라 불편하지도 않다. 김씨에 따르면 주변의 싱글들 대부분이 명절날 아무 계획 없이 방안에서 TV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휴가를 즐기며 여행을 다닌다고.

김씨는 올해 설연휴 당직근무를 서야 하기 때문에 여행을 포기했지만, 명절날 당직근무가 오히려 마음 편할 때도 있다고 말한다.

"아직도 부모님 세대는 여자의 성공은 일보다는 결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설날 친척들이 집에 찾아오면 부모님은 제 얘기를 하고 싶지 않으신가 봐요. 명절날 싱글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당사자들은 각각 독립된 주체로서 명절과 휴일을 즐겁게 보내고 싶은데, 한국문화가 싱글을 받아들이지 못함으로써 외롭고 소외된다는 기분이 들죠."

김씨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뵙고 싶을 때면 북적거리는 명절날을 피해 한산한 설 연휴 전후를 이용하는 편이다.


이계안 열린우리당 의원 보좌관으로 재직 중인 오순애씨는 '명절날 싱글들은 외롭다'라는 생각 자체가 '싱글'에 대한 편견이라고 지적한다.

오씨는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남자가 없다고 해서 외롭다고 단정하는 것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싱글의 허상이다. 이는 다양한 가족형태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명절의 형태나 풍습을 싱글들에게 강요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진정한 싱글이란 경제적으로 독립을 이룬 것이 아니라 정신적 독립을 이룬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자기 확신과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오씨는 "싱글들은 자기 일속에서 충분히 자아와 성취감, 인간관계, 봉사 등을 해나가고 있다"면서 "명절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생활인으로서 자기 역할을 해나가는 것 뿐"이라며 '특별하게 보지 말 것'을 주문한다.

오씨는 지난 2000년 싱글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싱글여성들의 자기정체성을 찾는 것을 목표로, 서울여성의전화에서 '싱글여성모임'을 결성, 주도했다. 명절이면 싱글들끼리의 모임이나 여행을 계획하기도 하고, 평소에는 싱글들의 가치관 정립을 위한 세미나나 강의 등을 기획했다.

오씨는 "인간에 대한 신뢰보다는 남편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은행 대출이나 신용이 결정되고, 행복과 외로움이 측정되는 것은 사회의 횡포"라고 말하면서,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미혼'이 아니라 '비혼'이라고 부르듯이, 앞으로 혼인관계를 청산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혼'이 아니라 '해혼'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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