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의 신년회견 방송을 듣고

[포토] 해녀, 자전거 그리고 갈매기

등록 2006.01.26 19:37수정 2006.01.2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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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바다에도 봄이 온다고 합니다. 바다의 빛깔이 계절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해초류가 계절마다 다르게 자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외의 다른 요인들도 있겠지만 3월 초가 되면 저 깊은 바다에도 푸른 싹들이 돋아난다고 합니다.


햇살 따스한 오후 세화해안도로에서부터 종달리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습니다. 천천히 걸어가며 만났던 순간들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아프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하면서 아름답기도 한 해녀, 자전거 그리고 갈매기와 바다가 그 곳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추억을 만들기에는 마음이 너무 착잡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거대야당 대표되시는 분의 연두기자회견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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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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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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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거센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추위에도 불구하고 힘찬 자맥질을 하는 해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제주여성의 강인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쉬는 것을 죄처럼 여기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제주여성, 약값이 더 들어간다고 해도 몸뚱이 움직일 수 있으면 일터로 나가는 순진한 사람들입니다.

이 순진한 이들이 제주의 항몽항쟁을 위시하여 항일항쟁을 이끌어왔던 주역들이었고 1948년 4.3때 좌파니 빨갱이로 몰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이들입니다. 이 땅에 발붙이고 살기 위해서, 자기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한 일인데도 어떤 일은 항일운동이 되었고, 어떤 일은 체제전복을 위해 선동하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것을 가른 것은 그들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라면 백성들이야 어찌되든 상관 없다던 인간 말종 같은 독재권력에 의해서 저질러진 일들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그들은 지금도 조작된 여론에 의하여 자신들의 삶에 그것이 어떤 영향을 줄지도 모를 선택들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일확천금이 아니라 땀 흘려 일한 만큼 거두어 소박하나마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냥 땀 흘려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으면 행복하고, 땀 흘려 일한 만큼 거둘 수 있으면 행복해 하는 이들이 그들입니다.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면 자랑스러운 역사도 있지만 부끄러운 역사도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역사는 계승발전 시키고 부끄러운 역사는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새겨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부끄러운 것을 들추는 것은 불경한 것으로 알았고, 오로지 자랑스러운 것만 가르치고 배워왔습니다. 그러니 과거의 역사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자랑스러워해야만 애국자요, 부끄러웠던 일을 들추는 것은 좌경세력들이거나 체제전복을 꿈꾸는 자들이 하는 일들로 매도됩니다.

이렇게 연초에 기자회견이니 뭐니 하며 적당히 나라를 위하느니, 국민을 존경한다느니 하면서 핏대를 올리면 국민들은 그저 나랏일 맡아 하시는 분들이 어련히 알아서 하시려고 하면서 그 분들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고, 거기에서 몇 가지 단어들을 떠올리며 불경시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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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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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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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인간이 만든 발명품 가운데 최고의 것, 자연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자전거라고 합니다. 한번 만들어진 후에는 더 이상 자연을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발명품이니 그럴 수밖예요. 그러나 소비가 미덕인 시대에서는 자연도 소비해 버리는 것이 부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제 자연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일회용처럼 소비해 버리는 시대에 사는 것 같습니다.

오늘 야당대표의 연두기자회견을 들었습니다.

그냥 운전을 하다가 우연히 들었는데 참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렇게 국민을 존경한다 어쩐다, 나라를 사랑한다 어쩐다 하는데 과연 그들에게 그런 의지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야당지도자라는 사람이 전교조라는 단체를 아예 빨갱이 취급하고 어느 하나 트집 잡아 싸잡아 매도를 합니다. 차 안에서 함께 기자회견을 듣던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그려, 그려" 합니다. 전교조, 나도 그들이 이해가 안 됩니다. 그렇게 한나라당에서 빨갱이 취급을 하고 있는데 명예훼손죄나 불고지죄 같은 것으로 고소를 안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모르죠. 하고 있는데 나만 모르는지도.

각설하고 시절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야당지도자의 아버님 되시는 분이 대통령 할 때 같았으면 어림도 없었을 일들이 그냥 심심풀이 오징어땅콩처럼 방송을 타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민주주의는 다 된 모양입니다.

연두기자회견, 이것은 일회용이 아닙니다.

그 당이 이 나라를 위해 역사를 위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일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다 듣고 나니 허망하기만 합니다.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

무조건 반대만 하는 거대야당에게 자전거의 두 바퀴를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서커스를 하는 이들은 바퀴 하나짜리 자전거도 타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두 바퀴 달린 자전거를 탄다고, 어느 한 쪽으로만 극단적으로 치우쳐서 바퀴만 가지고 뛰어가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외발자전거에 익숙하지 않은 국민들이 많이 다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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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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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갈매기들은 자유로이 납니다. 그렇게 바람과 벗하여 날기까지 많은 아픔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긴 훈련을 마치고 나면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에는 날갯짓을 하지 않고 바람을 타는 법을 아는 것이죠. 그래서 아주 멀리까지 날아가는 것입니다. 그 중간 과정, 훈련이라는 과정이 없었다면 갈매기는 멀리, 높이 날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중간과정 없이 멀리, 높이만 날아가려는 듯한 정치인들이 판을 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표 얻는 데만 급급한 정치인들, 한 표를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정치인들, 그런 이들이 결국 이 나라의 의원나리들이 되어 이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죠.

이 땅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정치 잘 모릅니다. 그래서 당신들이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모르고 때가 되면 당신들에게 표를 던져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들이 잘해서 그런 줄 알면 오산입니다. 그만큼 당신들이 그들을 잘 속였다는 이야기니까요. 거대야당이면 거대야당답게 발목 잡을 궁리만 하지 말고 대안을 내고 상생하는 정치를 하십시오. 그래야 국민들이 마음놓고 살아가겠지요.

그러나 한 가지, 언제까지 무지몽매할 것이라고 착각하지는 마십시오. 그들은 너무 순수해서 그 언젠가 거짓의 실체를 보는 순간 다시는 속지도 않고, 돌이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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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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