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만들기 3 윷가락에 색깔을 입히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승욱
일단 윷가락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재 작업을 거쳐 원목을 적당한 크기로 쪼갠다. 제재 작업을 거친 윷 재료는 적당한 길이로 잘라 특수한 기계를 이용, 윷가락의 윗부분(등)은 반원형 모양으로 아랫부분(배)은 약간 볼록한 모양으로 다듬어낸다. 이쯤 되면 어느 정도 윷가락의 모양이 나타난다.
윷가락 모양이 난 재료를 사포작업을 한 뒤 등부분은 짙은 감색으로, 배부분은 밝은 색으로 색깔을 입힌다. 이어 윷 등에 직접 손으로 글자 모양을 새기거나 문양을 넣으면 하나의 윷가락이 완성된다. 정교한 문양의 경우 레이저를 이용해 조각하기도 한다.
이 작업이 윷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하다. 윷의 반원형 등 부분을 너무 둥글게 만들거나 배부분을 너무 납작하게 만들어도 윷놀이 흥미는 그만큼 떨어진다. 한번쯤 윷놀이를 해봤던 사람들라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윷가락이 허공을 날다 떨어지면서 윷가락을 펼쳐지는 과정이 사실상 윷놀이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윷을 적당한 모양으로 만들어야 윷가락을 굴렸을 때 '모'가 잘 나오지 않고, 엎어질 듯 젖혀지기도 하고 젖혀질 듯 하면서도 엎어지는 절묘한 묘미를 맞볼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이 공방에서 생산하는 윷가락은 이 대표의 고증을 거쳐 어른 엄지손가락 굵기와 어른 손으로 한뼘 정도의 길이로 윷을 만들고 있다. 최근 저가 중국산 윷가락이 등장하면서 규격이 대중 없거나 재질·가공이 엉성해 예로부터 전해졌던 윷의 재미를 느낄 수 없는 것도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
| | 윷놀이와 고스톱의 건강지수는? | | | | 윷놀이와 고스톱(화투) 중 어느 것이 더 건강에 더 좋을까. 마치 앙숙처럼 보이는 두 놀이문화를 건강학 관점에서 풀이해 눈길을 끈다.
대구에서 운동사로 일하고 있는 이종균씨는 지난해 9월 15일 <매일신문> 칼럼에서 "윷놀이와 고스톱은 건강이란 관점에서 보면 차이점이 많다"며 "윷놀이는 여러가지 신체활동을 동반하는 놀이"라고 소개했다.
이씨는 "앞선 상대편 말을 따라잡거나 윷이나 모가 나오면 같은 편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면 춤을 춘다"면서 "이 과정을 통해 윷놀이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어줄 뿐 아니라 전신의 움직임을 통해 관절의 스트레스도 풀어준다"고 윷의 건강학을 분석했다.
반면 고스톱에 대해 이씨는 "고스톱을 치는 사람은 바닥에 가부좌를 하고 판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아야 하고 지켜보는 사람도 마찬가지"라며 "장시간 바닥에 앉아 허리를 굽히고 있으면 허리의 S자 곡선이 사라지고 디스크가 척추뼈 뒤쪽으로 몰리게 돼 디스크 탈출증과 요통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또 "화투를 판에 낼 때 위로 손을 올린 다음 힘껏 내리치는데, 손을 어깨 위로 올릴 때 어깨 관절에 충돌이 생기거나 어깨를 휘두를 때 팔이 빠져나가는 것을 잡아주지 못해 관절이 불안전해진다"면서 "이 경우 관절낭이나 회전근에 염증이 심하게 생기면 근육이 찢어져 어깨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이씨 분석대로라면 일단 활동성이 있는 윷놀이의 건강 지수가 높은 셈. 하지만 어디까지나 운동학적인 관점이다. 고스톱이 치매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 | | | |
삼국시대 이전부터 내려온 유구한 '개방형 놀이'
윷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국시대 이래로 전통놀이로 정착한 만큼 윷놀이는 한민족의 철학적 정신도 담고 있다.
윷가락의 배부분은 음을 상징하고 등부분은 양을 상징한다. 윷놀이에서 사용하는 말판은 사방의 방위 또는 봄·여름·가을·겨울을 뜻한다. 또 도·개·걸·윷·모로 다섯 말밭(말이 옮겨다니는 자리)을 움직이는 것은 방위와 계절을 운용하는 오행(五行)을 나타낸다.
또 전체 29개의 말밭으로 윷말판이 이뤄진 것은 우주의 사상에서 기원하고, 윷판 중앙 가운데 말판인 '방'은 우주의 중심인 태극을 상징한다고 한다. 29개의 말밭 중 중앙의 방과 4귀를 제외하면 총 24개의 말밭이 되는데, 이는 1년 동안 기후 변화를 상징하는 24절후를 뜻한다.
하지만 윷놀이의 가장 큰 매력은 열려진 판에서 벌어지는 놀이문화란 점이다. 사실 한민족의 전통놀이인 만큼 가족·공동체 제도와 문화가 존재하고 있는 민족에겐 윷놀이는 가장 적절한 놀이문화인 것이다.
윷놀이는 참여하는 인원 수의 제한이 없다. 이는 최근 한국 전통놀이인 양 돼버린 화투(고스톱)와의 차별성이 있다. 화투가 3~4명이 참여하는 제한적 놀이라면 윷놀이는 개방형 놀이인 셈이다.
윷놀이는 남녀노소의 구분마저 없다. 까다로운 규칙이 없을 뿐더러 방법을 익히는 것도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이들 못지 않게 한국을 찾은 외국인과도 쉽게 즐길 수 있어 국제화된 놀이기도 하다.
이태영 두림공방 표는 "최근엔 명절이면 아이들은 컴퓨터로, 어른들은 화투로 가족이나 친척들조차 흩어지기 일쑤"라면서 "하지만 윷을 하면 가족 구성원도 하나의 화제거리로 집중하고 흥미까지 느낄 수 있어 대화가 단절되는 요즘 세태에 가족을 더욱 친밀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설날, 윷놀이에 한번 '빠져보는' 건 어떨까? 윷가락이 허공을 나는 순간, 금세 웃음과 환호가 터지고 그동안 가족 사이에 생겼던 아픈 상처에도 새살이 돋아날 것이라 믿는다.
| |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윷놀이 100배 즐기기 | | | |
| | ▲ 두림공방 이태영 대표. 그는 5년째 윷놀이의 매력에 빠져 윷을 개발하고 있다. | | | 일반적으로 윷놀이의 경우 유아기 어린이도 쉽게 배울 수 있는 놀이라는 점 때문에 역설적으로 윷놀이를 재미없는 놀이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윷놀이도 그 방법이나 참여하는 태도를 조금만 바꾸면 더 재미있는 놀이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두림공방 이태영(52)씨의 말을 빌어 윷놀이를 더욱 재미있게 하는 방법을 소개할까 한다.
우선 팀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보통 2개팀보다는 3개팀 이상으로 팀을 짜면 팀끼리 1~3위 순위 경쟁을 위해 상호견제를 할 수 있어 더욱 재미를 끈다는 것.
윷을 노는 방법도 중요하다. 흔히 윷을 가볍게 던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보다는 허공에 높이 던지는 것이 지켜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여기에 큰 움직임과 '과장된' 추임새가 들어간다면 더욱 흥미를 끌 만하다.
다만 윷가락을 덜질 때는 흔히 윷가락이 사람들의 앉은 키보다 얼마간 높게 올라갈 정도(철락)여야 하지만 윷가락이 둘러앉은 사람들의 범위를 벗어나 떨어지거나 방석 밖으로 튀어나가면(방락) 무효가 돼 주의해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은 윷가락이 적당한 크기와 모양을 지녀야 한다. 윷을 적당한 모양으로 만들어야 윷가락을 굴렸을 때 '모'가 잘 나오지 않고, 엎어질 듯 젖혀지기도 하고 젖혀질 듯 하면서도 엎어지는 절묘한 묘미를 맞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윷놀이 자체가 간단한 놀이인만큼 가족들이 협의해 일정한 규칙이나 벌칙을 만드는 것도 나름의 재미를 더한다고 한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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