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제3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문학사상사
최근 몇 년째 범 아시아적인 한류 열풍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그 열기는 일본에서 또한 마찬가지로 보아, 배용준, 최지우 등 음악, 영화, 드라마 등 모든 문화 컨텐츠가 일본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유독 문학 분야에서만큼은 이상하리만치 일류(日流)가 판을 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초 소설가 공지영이 자신의 신작인 <사랑 후에 오는 것들>(소담출판사)이 1월 셋째 주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면서 모 언론과의 인터뷰 중 이와 같은 문학계 일류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한국 소설문학에는 젊은이들의 사랑은 없고 아줌마 아저씨들의 불륜만 득세했죠. 사회는 급변하는데 작가들이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 틈새를 일본 문학이 파고든 거고요."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의 자성의 목소리과 함께 한국 문학이 일본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후진국이라서 그래요'라고 한 발언은 일부 누리꾼들에게 원성을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일류 열풍을 떠나 장기화되고 있는 한국 문학계 침체기의 심각성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는 단면이라 하겠다.
하지만 매년 이 맘 때만 되면 이러한 한국 문학의 침체기를 비웃는 듯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휩쓰는 작품들이 있으니 바로 <현대 문학상 수상 소설집>과 <이상 문학상 작품집>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발표된 중 단편 작품들 중 최고의 작품들만을 엄선하여 싣고 있는 이 두 문학상 작품집 중 특히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51회라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현대문학상 작품집>의 권위와 역사에 버금갈 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인기도는 최고로 손꼽을 수 있는, 한마디로 '한국 문학의 흐름을 대변하는 소설 미학의 결정'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올해 2006년 수상작은 화가인 김병종 서울대 교수의 부인으로도 유명하며, 지난 2002년 <장밋빛 인생>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던 정미경 선생의 단편소설인 <밤이여, 나뉘어라>가 차지했다.
절친한 친구의 천재성에 절망하고 감탄하면서도 그를 넘어서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주인공이 그토록 선망의 대상이었던 친구가 알코올중독에 빠진 것을 보고 그를 부정하며 회한에 빠진다는 내용으로 선망이자 경쟁의 대상이 해체됨에 따른 자기 환멸, 즉 인간의 욕망과 존재에 대한 허무감을 담담한 자기 고백을 통해 전해주고 있다.
대상 수상작인 정미경 선생의 <밤이여, 나뉘어라>과 자선 대표작 <나의 피투성이 연인> 외에 자서전 성격의 <영원을 꿈꾸는 나의 노래여>가 실려 있다는 점에서 예년과는 다른 구성이 특이할 만하다. 매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독자분들에게는 대상 수상작가의 문학적 소양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좋은 선물이 될 듯.
이밖에 우수작 수상작으로 구광본의 <긴 하루>, 김영하의 <아이스크림>, 함정임의 <자두>, 전경린의 <야상록>, 김경욱의 <위험한 독서>, 윤성희의 <무릎>이 함께 실려 있다.
꽉 막힌 귀성 귀경 길, 차 안에서 짜증만 내기보다는 짧지만 긴 여운을 남겨주는 <이상 문학상 작품집>을 읽어보는 것만큼 뜻 깊은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없을 것 같다.
책을 덮는 순간,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침체기에 빠진 한국 문학계 또한 이 책을 통해 제2의 도약을 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학사상사 / 9500원)
[경제] <우리도 몰랐던 한국의 힘> – 경향신문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