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야스쿠니 반대 일본인 이해 못해"

참의원 답변에서 국내 신중론 견제

등록 2006.02.03 14:27수정 2006.02.0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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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참의원 예산위원회 답변에서 "(한·중 양국은 야스쿠니신사에서) 참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데, 거기에 동조하는 일본인들이 대세다. 이것이 나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2일자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여기서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 반대론에 "동조하는 일본인들이 대세"라고 했다. 이 말의 의미를 정확히 하면, 많은 일본인들이 야스쿠니 참배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외교적 고립을 야기하는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에 뒤이어 어제(2일)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역시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하여 "국가를 위해 숨진 분들을 위해 합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것은 (전사자들의) 명복을 비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 해 수백만 명이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다"며 "이를 보아도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닌가?"라고 주장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아소 다로 외무장관의 '천황 참배론'으로 야기된 국제적 비난에 맞서 일본정부가 펴는 대응논리는 이처럼 "순국선열의 명복을 비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야스쿠니신사의 유래를 검토하면, 이 시설이 단순히 순국선열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설치된 곳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나라를 편안히 하는 신사'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의 역사는 메이지유신(1868년) 직후인 1869년으로 소급한다. 1868~1869년에 일본에서는 보신전쟁(戊辰戰爭)이 일어났다. 보신전쟁은 메이지유신 당시 국왕파(천황파)와 막부파 간에 벌어진 전쟁이다.

미나모토노 요리토모(源賴朝)가 세이이타이쇼군(征夷大將軍)에 임명된 1192년 이후, 일본에서는 대체적으로 막부(幕府)가 정치적 실권을 장악했다. 이때로부터 근 700년 가까이 일본을 통치한 것은 국왕(이른바 '천황')이 아니라 쇼군(將軍; 막부의 수장)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막부통치를 종식시키고 국왕의 위상을 세우는 데에 기여한 것이 바로 보신전쟁이었다. 도쿠카와막부 붕괴와 국왕파 승리로 끝난 보신전쟁은, 메이지 절대주의 국가체제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보신전쟁 때 전사한 관군을 위령할 목적으로 1869년에 메이지정부는 도쿄에 쇼콘사(招魂社)라는 시설을 설치하였다. 쇼콘사는 10년 뒤인 1879년에 야스쿠니신사로 개칭되고 최고의 국가 신사로 승격되었다.


이와 같이, 야스쿠니신사는 일본 절대주의국가의 건설을 위해 싸우다가 목숨을 잃은 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곳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설을 통해 일본정부가 궁극적으로 의도하는 것은 일본인들을 군국주의적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야스쿠니신사는 일본 군국주의와 역사를 함께 하고 있으며 군국주의적 혼을 담고 있는 곳인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정부가 전사자들을 야스쿠니신사에 안치한 목적은 단순히 그들의 영령을 위로하는 데에 있는 게 아니라, 국왕의 위상을 확립하고 국민들을 군국주의적으로 통합하는 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단순히 순국선열의 명복을 빌기 위한 것이라는 고이즈미 총리나 아베 관방장관의 발언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발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발언은 야스쿠니신사에 대한 외국의 비판과 국내의 신중론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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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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