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이번엔 총학선거 결과 놓고 '분쟁'

학교 "선거결과 못믿겠다" 재검 요구... 총학 "자치권 탄압" 반발

등록 2006.02.04 10:19수정 2006.02.0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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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만성적인 학내 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동덕여대가 이번에는 총학생회 선거 결과를 놓고 학교당국과 총학생회가 갈등하고 있다

만성적인 학내 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동덕여대가 이번에는 총학생회 선거 결과를 놓고 학교당국과 총학생회가 갈등하고 있다 ⓒ 석희열

2003년 민주화 대투쟁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동덕여대가 이번에는 총학생회 선거 분쟁에 휩싸였다.

지난해(2005년) 12월 끝난 이 대학 총학생회 선거 결과를 학교당국이 믿지 못하겠다며 선거인명부 제출과 재검표를 요구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 총학생회는 학교당국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학생 자치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불법적인 선거 개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동덕여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9일부터 사흘 동안 실시된 제39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전체 유권자 6585명 가운데 3369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찬성 2297, 반대 237, 무효 835표로 단독 출마한 문수연-안미선 후보가 당선되었다.

하지만 학교당국은 선거유효 투표율인 50%를 가까스로 넘긴 상황에서 무효표가 투표자의 25%에 가까운 835표가 나온 것에 의혹을 제기하며 제3자를 통한 공개적인 검증을 중앙선관위에 요구하고 있다. 재검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총학생회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3자 통해 공명선거 검증하자?

학생들의 선거로 뽑힌 대표를 유권자가 아닌 학교당국이 인정 못하겠다며 재검을 요구한 경우는 1984년 총학생회 부활 이후 주요 대학으로는 동덕여대가 처음이다.

학교당국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학교당국은 공식채널인 학생처장이 회의에 참가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대신 지난 1일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 온 '39대 총학생회 선거결과 재검에 관한 학생처의 입장'이란 글이 공식입장이라고 밝혔다.


김경애 학생처장은 이 글에서 "선거유효 비율인 50% 이상 투표율을 가까스로 넘긴 상황에서 무효표가 약 25%에 달하였다는 것은 보다 객관적인 점검의 필요성이 제기된다"며 "학교는 일관되게 중앙선관위에 선거인명부 제출과 투표함 보전을 요청하였고, 합의 하에 제3자가 공개적으로 검증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38대 총학생회가 학교가 요구하는 선거법 개정을 거부하고, 38대 총학생회장이 중앙선관위원장이 되어 38대 총학생회 사무국장이 단독 출마한 이번 선거를 관리했다"며 "따라서 이 선거가 공명선거였음을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학생대표가 공정한 선거를 통해 선출되었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특히 "총학생회 선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믿을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동덕 교육의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러한 점에서 선거시행세칙 개정을 강조했고 공명선거감시단을 통해 이를 확보하고자 노력했을 뿐 학교가 선거에 개입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총학생회 "강력 투쟁하겠다" 3월 대격돌 예고

총학생회는 학교당국의 검증 발상부터가 학생자치권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자치권 지키기 위한 총력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3월 개학과 함께 큰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문수연(국사학과 3) 총학생회장은 "학생들 손으로 뽑은 학생대표에 대해 학교당국이 인정 불인정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도대체 어느 시절 얘기냐"면서 "합법적인 자치권력인 총학생회를 말살하려는 신흥 독재에 맞서 강력한 투쟁으로 화답하겠다"고 경고했다.

문 총학생회장은 "하루빨리 등록금책정위원회(이하 등책위)를 진행하기 위해 총학생회가 재검에 응하자 정작 재검을 하자던 학교당국이 이를 회피했다"면서 "학교당국은 재검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총학생회를 무력화시켜 등책위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배제시키는데 관심이 쏠려 있다"고 지적했다.

a 총학생회장 선거를 위해 구성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학교당국의 요구로 보관하고 있는 투표함

총학생회장 선거를 위해 구성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학교당국의 요구로 보관하고 있는 투표함 ⓒ 석희열

실제로 지난달 27일 중앙선관위원장과 중앙운영위원들이 학교당국이 요구한 재검표를 위해 총장실로 찾아갔지만 학교당국은 "재검표 날짜가 사전에 약속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안미선(응용화학 3) 부총학생장은 "더 이상 학교당국에 끌려 다녀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얻었다"면서 "개학하면 학우들과 함께 자치권 방어를 위한 공세적인 투쟁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봉호 총장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 고치라"

동덕여대에서 총학생회 선거를 둘러싼 이 같은 갈등은 2004년 9월 손봉호 총장이 부임하면서 예견되었던 일이다.

손 총장은 현직 총학생회장이 중앙선관위원장이 되어 차기 총학생회 선거를 관리하는 것은 공명선거를 해친다고 보고 선거시행세칙 개정을 줄곧 요구해 왔다. 총학생회는 이를 거부했고, 학교당국은 등록금과 함께 걷던 학생회비 징수를 지난해 2학기부터 중단함으로써 총학생회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총학생회는 지난 학기부터 외부에서 예산 지원을 받거나 스스로 호주머니를 털어 사업비를 대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학교당국은 "대학 지성인들이 투명하고 공정해져야 사회가 맑아지고 정직해진다는 것이 손봉호 총장의 교육철학"이라며 "원칙에 위배되고 불합리한 점이 있으면 이를 고쳐서라도 동덕여대 학생들을 신뢰받는 시민으로 길러 사회에 내보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학생회는 이에 대해 "선거시행세칙에 문제가 있다면 학우들이 판단해서 고치는 것이지 학교당국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명백한 자치권 탄압"이라며 "더욱이 자기들 입맛에 맞게 고치지 않았다고 학생회비마저 걷어줄 수 없다는 것은 집권 연장을 위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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