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인간이 있다. 자신의 내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전자의 경우가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여행을 꿈꾸는 삶을 산다면, 후자는 아이들이 부르는 단조로운 동요와 같은 일상을 그저 견딜 뿐 일탈의 용기를 내지 못한다.
단 한 번 사는 인생. 우리는 어떤 부류의 인간이 되기를 열망해야 할까? 시인이자 여행작가인 백경훈의 네팔 기행기 <마지막 은둔의 땅, 무스탕을 가다>(호미)는 위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한번 뿐인 인생, 당신의 영혼이 시키는 대로 살아라."
1999년 이전까지 백경훈은 세칭 '잘 나가는' 광고쟁이였다. 높은 연봉에 창의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광고대행사 CD(Creative Director)의 삶을 과감히 버리고 그가 설산과 푸른 하늘의 네팔에 매혹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994년 광고촬영지로 적합할 지 검토하기 위해 우연히 회사 자료실에 비치된 네팔 관련 비디오테이프를 본 백경훈. 그것이 앞으로의 미래를 결정지을 운명이었을까? 백씨는 화면 가득 펼쳐지는 히말라야의 신비로운 풍경에 완벽히 매료되고 만다.
이후 3년의 짝사랑 끝에 마침내 9일간의 휴가를 얻어 수천 미터의 설산들이 그 위용을 자랑하는 네팔 히말라야로 향하는 백경훈. 그 첫 여행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네팔의 주술'에 걸린 그는 마침내 '출근-근무-퇴근-출근'이 반복되는 일상의 고리를 넝마인 듯 끊어버린다.
금단의 땅, 장엄한 설산의 왕국 무스탕이 손짓해 그를 불렀다
그로부터 7년 동안 한번 가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오 개월 이상을 네팔에서 머물며 그 곳 풍경과 사람들의 친구가 된 백경훈이 그 체험을 곱게 묵혀 <마지막 은둔의 땅, 무스탕을 가다>을 낸 것은 '수박 겉핥기'식의 고만고만한 네팔 여행기에 질려버렸기 때문이다.
그가 20여 일을 머물며 꼼꼼히 훑어본 무스탕은 네팔 중북부 산간에 위치한 왕국. 지금도 22대 국왕인 '지그미 팔벌 비스타'가 생존하고 있는 그 곳은 1992년에야 외국 여행객들의 방문을 공식적으로 허락한 지구 위 마지막 금단의 땅. 일년 내내 거센 모래바람이 불고, 해발 3000m를 훌쩍 넘는 곳에 위치한 탓에 이방인들은 고산병으로 쓰러지기 일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