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칼을 들고 있는 녀석이 '세찬'이에요. 녀석이 아주 짱인 것 같아요. 한 명 한 명 불러 내려는 듯한 눈치잖아요? 어렸을 적 동네 형들도 이렇게 자기 힘을 과시하기도 했었죠.권성권
칼싸움을 하다 보면 다칠 때가 많이 있었다. 머리에서 피가 나기도 하고, 손목을 다치기도 했다. 얼굴에 상처도 나고 다리도 절뚝거렸다. 싸울 때는 아무런 상처가 나지 않았던 녀석들도 집에 들어가서 보면 온 몸이 멍이 들어 있기도 했다. 집에서는 그맘때가 되면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두었다. 오히려 그렇게 칼싸움을 하고 크는 녀석들이 나중에 담력도 크고 남자답게 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여자 애들도 몇 명 끼어 있을 때도 있었다. 겁도 없는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칼싸움 때문에 끼어드는 여자 애들보다는 그저 남자아이들과 어울리는 게 더 재미있어서 기웃거리는 아이들이 많았다. 물론 그 당시 사내아이들은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싸웠다. 그 때문에 여자아이들은 잘못하여 다치는 경우도 많아, 싸움이 무르익기도 전에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런데 싸움이 한창 치열해도 끝이 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쫓고 쫓기다 보면, 온 산을 헤집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윗동네에서 세 편으로, 아랫동네에서 세 편으로 팀을 이뤄 싸웠기 때문에 좀체 승부가 나지 않을 때가 많았던 것이다.
그때마다 하는 게 있다. 마지막 수단으로 하는 것이었는데, 윗동네와 아랫동네에서 대장 격으로 앞장 선 형들 두 명이서 싸우는 것이었다. 이른바 일대 일로 겨루기를 하는 것이었다. 거기에서 승부를 가리고, 이긴 형에 따라서 아랫동네와 윗동네의 체면은 세워지고 무너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