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를 뒤집어 쓰는것도 추억 이라지만.김혜원
몇몇 아이들은 밀가루도 모자라 계란세례까지 받았는지 계란노른자 자국이 교복 위에 선명합니다. 아들 역시 어느새 누군가에게 밀가루를 뒤집어 쓰고는 눈이 따갑고 쓰리다며 휴지를 찾습니다. 보다 못한 선생님도 웃으며 한마디 하고 지나가십니다.
"니들 튀김옷 입히냐? 계란 씌우고 밀가루 바르고 바로 튀기면 되겠네. 먹는 거 가지고 장난 치면 안 된다고 했지."
"네 죄송합니다. 오늘만 하고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밀가루를 뒤집어 쓴 아이, 밀가루를 피해 달아나는 아이, 비명을 지르는 아이... 졸업식은 이렇게 한판의 밀가루 판으로 끝났습니다.
졸업, 다시 시작을 의미하는 졸업식에서 흰 밀가루를 뒤집어쓰며 환호하는 아이들. 이들은 송사와 답사를 들으며 콧물에 눈물까지 흘리며 훌쩍거리던 엄마,아빠의 졸업식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니들 밀가루는 왜 뿌리고 그러니?'라는 엄마의 질문이 아이들한테 쌩뚱맞게 들리는 것처럼 '엄마는 졸업식에 왜 울었어요?'라는 생뚱맞은 질문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입시에서 벗어난 해방감도 좋고 교복과 단체라는 규정에서 놓여난 것을 축하하는 것도 좋지만 당장 다음날 밀가루와 계란에 범벅이 되어 있는 교실과 복도를 힘들게 청소해야 할 후배들을 생각해 주는 배려 깊은 선배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올해 선배들이 던지고 간 밀가루가 계란을 치우며 힘들어했던 후배라면 내년 졸업식장에서 밀가루 뿌리기는 하지 않겠지요. 졸업식장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빗나간 풍속 '밀가루 뿌리기' 이제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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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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