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치즈는 어떤 모습으로 있는가?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를 읽고

등록 2006.02.09 14:53수정 2006.02.0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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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본능적으로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꿈꾼다. 바람 부는 들판에서 먹이를 찾아 떠도는 하이에나이기보다는 멋진 집을 짓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적당한 포만감에 빠져 살아가길 원한다. 우리는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이따금 착각 아닌 착각 속에 빠져 살아가기도 한다.

행복의 착각 속에 빠져 느긋함에 빠져 있는 동안 들판의 바람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바람의 변화에 따라 그 속에서 살고 있던 먹이들은 어디론가 떠나버리든가 고갈되고 만다. 시나브로 변하는 그 흐름을 따라가는 자가 있는 반면 흐름에 미처 생각하거나 대처하지 못하고 나중에 당황하여 절망에 빠져 뒤늦은 후회를 하는 자도 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겉그림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겉그림진명
우리의 그런 삶의 모습에 대해 깨달음을 주는 책이 있다. 짧은 이야기와 단순한 진리를 통해 현대인의 내면의 모습들을 예리하게 통찰하는 수많은 책들을 펴낸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이다.

이 책은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세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모처럼 고등학교 동창들이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변화된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첫 번째 장인 '모임'과 이 책의 핵심 내용인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장으로, 우화를 듣고 나서 이 우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일상생활의 일과 삶 속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활용할 것인가 서로 이야기 하고 있는 '토론'이다.

이러한 책의 구조를 통해 저자는 우화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그대로 적용되어 활용되어야함을 이야기하고자 함을 눈치 챌 수 있다.

내 치즈를 옮긴 것은 바로 자신이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는 짧은 우화이다. 이 책은 '스니프와 스커리'라는 두 마리의 작은 생쥐와 '헴과 허'라는 두 명의 꼬마인간이 치즈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생쥐와 두 꼬마인간은 미로 속을 뛰어다니며 C라는 치즈를 찾아다니다 마침내 맛있는 치즈를 발견한다. 생주와 꼬마인간이 치즈를 찾아다니는 이유는 '치즈'는 이들에게 삶의 목표이면서 동시에 행복을 가져다 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즈를 찾는 방법은 각각 달랐다.

스니프와 스커리는 능률적인 시도와 실패의 방법과 직관을 통해 치즈를 찾았고, 꼬마인간인 헴과 허는 과거의 경험과 이성적 판단을 통해 치즈를 찾고자 했고, 마침내 모두가 원하는 치즈를 찾게 된다. 그러나 어느 날 그 맛있는 치즈가 사라져 버렸을 때 다음 행동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스니프와 스커리, 두 생쥐는 C창고의 치즈에 대한 미련을 과감히 버리고 곧바로 새로운 치즈를 찾아 떠난다. 이미 그들은 치즈의 재고량이 줄어들고 있음을 눈치 채고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C창고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자신도 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헴과 허는 현실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당황하면서 온갖 불평과 불만을 터트린다. 항상 자신들을 위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치즈가 없어졌을 때, 그 충격 속에서 닥친 현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새로운 치즈를 찾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심한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두 마리의 생쥐 스니프와 스커리는 다가온 변화를 수용하고 주저없이 행동으로 옮겼지만, 헴과 허는 계속해서 헛기침만 해대며 어찌할 바를 몰라 머뭇거렸다. 그들은 부당한 사태에 대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불평만 해댔다. 허는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만일 내일도 치즈가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

-본문 중에서


여기서 헴과 허는 우리들의 모습일 수 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시대에서 현실에 안주하며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결국 기존의 치즈(우리들의 꿈과 행복, 안정적인 직장, 안락한 생활)가 갑자기(실제는 아주 갑자기가 아니다) 사라져 버렸을 때 표출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치즈를 사라지게 한 요인은 무엇인가? 내 치즈를 옮긴 것은 외부의 환경적인 요인이 크겠지만 결국 현실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안주하려는 내 마음, 즉 내 자신이 아니겠는가 싶다.

우리는 '허'인가 '헴'인가

"허 역시 미로 속을 다시 달리고 싶지 않았다. 치즈가 어디에 있을지 정확히 예측할 수도 없고, 그 속에서 길을 잃을 위험도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려움 때문에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은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본문 중에서


헴과 허. 창고의 치즈가 사라져버린 현실 속에서 두 사람은 또 다른 길을 선택한다. 허는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치즈를 찾아 미로 속으로 떠난다. 혹시 치즈가 없을지 모른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어딘가에 새로운 치즈가 자신을 위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가하며 길을 떠난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N창고에서 새 치즈를 발견하게 된다. 갖가지 향기로운 치즈를, 그리고 미래의 안락한 꿈과 삶을.

하지만 헴은 여전히 C창고에 머물며 현실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 헴은 여전히 과거 속에 머물며 변화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허가 벽에 써놓은 '과거의 사고방식은 우리를 치즈가 있는 곳으로 인도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헴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다.

한 때 몽골 제국을 통일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땅덩어리를 정복했던 칭기즈칸은 '끊임없이 움직이지 않고 머물게 되면 멸망하고 말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1000여 년 전에 이미 그는 변화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그 중요성을 후손들에게 이야기 했었지만 그 후손들은 선조의 말을 지키지 못하고 결국 멸망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현대 사회는 과거에 비해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아니 나는 '스니프와 스커리'가 될 수도 있고, 뒤늦게 변화를 수용한 '허'가 될 수도 있고, 현실의 변화를 인정치 않은 '헴'이 될 수도 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라는 짧은 우화이면서 현실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현재 나는 어떤 모습으로 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그 방향을 제시 받을 것이다. 자신이 '허'인가 아님 '헴'인가 생각하면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진명출판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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