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호 가산농협 조합장오마이뉴스 이승욱
40대 농민운동가. 10일로 공식 취임 일주일째를 맞는 가산농협(경북 칠곡군 가산면 소재) 장재호 (44) 신임 조합장의 약력은 별스럽지 않다. 한마디로 간단하다.
80년대 중반 대학(영남대 경영학과 81학번)을 졸업한 후 카톨릭농민회 활동으로 시작, 농민운동에 뛰어든 이래 그의 길은 곁눈질 않는 외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장 조합장이 지난 1월 18일 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조합원들로부터 신임 조합장으로 낙점을 받았다.
그의 당선은 선거전에 그다지 이롭지 않은 농민회 출신에 농민 중에서는 젊은 축인 40대라는 점에서 더 이채롭다. 그는 선거 당시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부의장이라는 직책도 가지고 있었다. 경북지역에선 농민회 출신으로 농협 조합장으로 당선된 첫 사례다.
전농 경북도연맹 직책 갖고 조합장 선거 승리
그런 의미에서 장 조합장의 당선은 '농협 개혁'을 바라는 농민들의 의지가 반영될 결과인 셈이다. 그는 지난 2004년부터 '가산농협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 의장으로 활동하는 등 농협 개혁을 위한 투쟁에서 적극적이었다.
"수입개방의 파고 속에서 농민들이 나를 지지한 것은 농협을 통해서 농촌의 어려움을 해결하자는 열의가 모인 결과입니다. 그런 만큼 농협을 임직원 중심이 아닌 조합원 중심으로 탈바꿈시켜야 합니다."
장 조합장은 특히 농협이 신용사업 일변도에서 경제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마디로 농협이 '돈놀이'에 열을 쏟기보다는 농민들이 농산물을 잘 만들 수 있고,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데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
장 조합장은 "농협은 농민들의 복지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우선적인 역할이 있다"면서 "하지만 실수이든 의도적이든 지금까지 농협은 그 역할을 놓치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농민들이 우수한 농산물을 개발하도록 도움을 주고 국민들에게 일상적으로 우리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농협이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직원 임금 삭감만으로는 농민들 불신 풀 수 없다"
가산면 농업발전위원회을 만들어 작목반과 농민단체들간의 결합력을 높이는 데도 공헌한 장 조합장은 앞으로 농협과 작목반 간의 연계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또 점점 노령화돼 가는 농촌 현실에서 '원로' 농민들에 대한 복지향상도 농협의 역할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작정이다.
무엇보다 농민 조합원들의 농협 불신을 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04년 임직원들의 독단적인 운영이 문제가 됐던 경북 구미시 장천농협이 흑자 실적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자진 해산한 것은 농민-농협 사이 불신의 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장천농협 사태로 가산농협 등 일부 지역농협에서 임직원 임금 삭감 등이 잇따르기랐다. 하지만 장 조합장은 임금 삭감만으로는 농협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는 "농협이 농민들의 마음을 열어주고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선 큰 틀에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 조합장은 투명한 농협 경영을 위해서 그동안 폐쇄적으로 운영돼 왔던 이사회와 대의원 대회 등을 전 조합원이 참관하도록 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빈농인 아버지 삶 개선하고자 농민운동 시작
조합원 1천명으로 자산 규모만 635억원. 적지않은 살림살이를 앞으로 4년동안 책임져야 하는 장 조합장은 "심기일전하자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농민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다보니 잘 할 수 있을지 우려도 없지는 않다"면서 "좋은 의미에서 긴장감도 가지고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농이었던 아버지의 삶을 개선해보고자 농민운동에 뛰어들었다는 장 조합장은 "농민운동도 대안 제시를 하고 농민들 사이에서 실천 능력을 더 많이 인정받아야 한다"면서 "향후 농민운동도 더 많은 조합장을 배출하면서 농촌사회에서 정치 영향력을 확대시켜야 할 것"이라고 과제를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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