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프로그램, 스타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TV비평] 독창성 부재, 정통 코미디의 실종

등록 2006.02.11 20:21수정 2006.02.1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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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추천토요일>은 스타 개그맨에 대한 의존, 타 프로그램의 재탕 혹은 모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력추천토요일>은 스타 개그맨에 대한 의존, 타 프로그램의 재탕 혹은 모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MBC
현재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MBC 예능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한계야 하나둘이 아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독창성의 부재다.

지난 가을 개편 이후로 MBC는 예능 부문에서 야심찬 포맷의 프로그램들을 대거 신설했지만, 대부분 시청자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그 이유는 대부분 스타 MC들이나 '복고 정서'에 기대어 기존에 이미 한 번씩 써먹었던 포맷의 재활용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요일 일요일밤에>는 10여년만에 '몰래카메라'를 부활시켰고,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인 <웃는데이>를 신설했다. 마니아 위주의 프로그램이었던 <수요예술무대>를 폐지하고 <김동률의 포유>로 대체했으며, <느낌표>를 부활시켰고, <스타 스폐셜 생각난다>같은 <현장기록 -형사>같은 복고 취향의 프로그램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그러나 이중 뚜렷한 반응을 끌어낸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다. 교양과 감동의 포맷을 조화시킨 <느낌표> 정도만이 작품성에서 호평받았을 뿐, 이미 여러 프로그램에서 식상할 정도로 변주되었던 '몰래카메라'는 지나친 선정성과 작위성으로 '제작비 낭비' 논란만을 불러일으켰고, <김동률의 포유>는 타 방송사의 터주대감인 <김윤아의 뮤직웨이브>나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차별되는 매력을 제시하지 못했다.

<스타스폐셜>이나 <현장기록-형사>도, 와 <경찰청 사람들>의 재탕일 뿐이었다. <강력추천 토요일>은 '무한도전' 코너는 초기에는 '가학적 육체노동' 컨셉트에서 과거 KBS <슈퍼선데이>의 인기코너였던 '쿵쿵따'와 <상상플러스>의 '올드앤뉴'를 절반씩 '짬뽕'시킨 컨셉트로 변형됐다.

MBC 예능 프로그램이 특히 취약한 이유중 하나가, 정통 코미디의 실종에 있다. MBC는 지난 몇 년간 KBS<개그콘서트>나 <폭소클럽>, SBS<웃음을 찾는 사람들>에 비견될만한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유하지 못했다. MBC가 야심차게 선보였던 <웃으면 복이와요>와 <웃는데이>는 모두 기존 프로그램의 어설픈 아류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며 조기종영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스타 의존도 벗어나 실험적인 시도, 무한 경쟁체제 도입해야


<웃는 데이>의 조기종영은 MBC 예능 프로그램의 기획력 부재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웃는 데이>의 조기종영은 MBC 예능 프로그램의 기획력 부재를 보여준 사건이었다.MBC
특히 이경규, 김국진 같은 자사의 간판 스타급 코미디언들을 대거 투입하고도 부진한 성적을 거둔 <웃는데이>의 실패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종래 유재석, 이휘재, 신동엽, 김용만 같은 정상급 개그맨들이 순발력과 입담을 앞세워 전문 MC로 활약하는 것이 대세인 데 비하여, 이들 중 가장 선배격이라 할만한 중견 개그맨들이 본업인 코미디로 복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웃는데이>는 <개그콘서트>가 되기에는 너무 낡았고, <폭소클럽>이 되기는 실험성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실패의 근본 원인은 스타급 개그맨들의 이름값에 비해 콘텐츠가 너무나도 부실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경규가 <웃으면 복이와요>의 '별들에게 물어봐'나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시네마 천국' 같은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던 발군의 연기력을 기억하고 있다. <테마극장>에서 매주 다른 캐릭터를 맡아 포복절도한 표정연기를 보여주던 김국진은 또 어떠했는가. 그들은 적어도 자잘한 입담만이 아니라 연기력으로도 충분히 승부할 수 있는 코미디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과거에만 안주하여 새로운 트렌드를 발굴해내는 데는 실패했다. 상황의 필연성이나 캐릭터의 당위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억지 춘향' 식의 바보 연기나 짓궂은 농담만으로 웃음을 자어내던 시대는 지났다. <개그콘서트>나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보듯, 현대 시청자들에게 웃음의 템포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관객이 예측할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는 기발함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코미디는 공허해진다.

이러한 MBC의 부진은 기획력의 부재를 그대로 드러낸다. 지난 몇 년간 MBC는 자사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혁신이나 실험적인 시도 없이, 예능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스타급 MC들의 개인기에만 의존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콘>과 <웃찾사> <폭소클럽>이 오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여전히 견고한 생명력으로 장수할 수 있는 것은 특정한 한두 사람의 스타에 의존하기보다, 끊임 없는 내부 경쟁과 자기 비판을 통해, 역동적인 활력을 유지시켜왔기 때문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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