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데이>의 조기종영은 MBC 예능 프로그램의 기획력 부재를 보여준 사건이었다.MBC
특히 이경규, 김국진 같은 자사의 간판 스타급 코미디언들을 대거 투입하고도 부진한 성적을 거둔 <웃는데이>의 실패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종래 유재석, 이휘재, 신동엽, 김용만 같은 정상급 개그맨들이 순발력과 입담을 앞세워 전문 MC로 활약하는 것이 대세인 데 비하여, 이들 중 가장 선배격이라 할만한 중견 개그맨들이 본업인 코미디로 복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웃는데이>는 <개그콘서트>가 되기에는 너무 낡았고, <폭소클럽>이 되기는 실험성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실패의 근본 원인은 스타급 개그맨들의 이름값에 비해 콘텐츠가 너무나도 부실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경규가 <웃으면 복이와요>의 '별들에게 물어봐'나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시네마 천국' 같은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던 발군의 연기력을 기억하고 있다. <테마극장>에서 매주 다른 캐릭터를 맡아 포복절도한 표정연기를 보여주던 김국진은 또 어떠했는가. 그들은 적어도 자잘한 입담만이 아니라 연기력으로도 충분히 승부할 수 있는 코미디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과거에만 안주하여 새로운 트렌드를 발굴해내는 데는 실패했다. 상황의 필연성이나 캐릭터의 당위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억지 춘향' 식의 바보 연기나 짓궂은 농담만으로 웃음을 자어내던 시대는 지났다. <개그콘서트>나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보듯, 현대 시청자들에게 웃음의 템포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관객이 예측할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는 기발함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코미디는 공허해진다.
이러한 MBC의 부진은 기획력의 부재를 그대로 드러낸다. 지난 몇 년간 MBC는 자사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혁신이나 실험적인 시도 없이, 예능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스타급 MC들의 개인기에만 의존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콘>과 <웃찾사> <폭소클럽>이 오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여전히 견고한 생명력으로 장수할 수 있는 것은 특정한 한두 사람의 스타에 의존하기보다, 끊임 없는 내부 경쟁과 자기 비판을 통해, 역동적인 활력을 유지시켜왔기 때문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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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프로그램, 스타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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