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아에서 천재에 이르기까지, 유건은 변화의 폭이 큰 캐릭터 하루를 비교적 무난하게 소화해낸다.KBS
이 작품에는 일단 전형적인 악역이나 평면적인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조금씩 순수한 듯하다가도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열악한 가정형편으로 고단하고 거친 삶을 살아야했던 서은혜,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버려진 충격으로 차갑게 변해버린 박동재, 정신지체 장애인에서 어느 날 갑자기 천재가 되어버린 자신의 정체성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하루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들은 알고 보면 숨겨진 사연 속에서 저마다 조금씩 내면의 상처를 간직한 인물들이다.
인물들 간의 갈등은 첨예한 대립에 따른 긴장감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서로 다른 세계와 가치관을 고집스럽게 지켜오며 살아왔던 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 안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 주목한다. 하루를 중심으로 세 사람이 하나의 관계로 얽혀지면서, 그들은 때로 서로의 상처를 격렬하게 헤집고 다시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차츰 마음의 문을 여는 방법을 배운다.
일반 트렌디드라마 같이 선명한 대결 구도가 없는 이 작품에서, 시선을 붙드는 것은 배우들의 기대 이상의 호연이다. 아직 신인급인 김옥빈과 유건에서부터 조연급인 강신일과 송옥숙에 이르는 노련한 중견 배우들이 저마다 나름의 사연을 간직한 캐릭터를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낸다.
영화 <여고괴담>과 추석특집극 <하노이의 신부>로 주목받기 시작한 신예 김옥빈은 가장 눈에 띄는 배우다. 사실상 극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서은혜의 캐릭터는, 요즘 트렌드인 <마이걸>의 주유린(이다해 분)이나 <궁>의 신채경(윤은혜 분) 같은 엽기발랄한 '오버걸'과는 거리가 멀지만, 김옥빈 특유의 씩씩하고 당찬 매력만큼은 십분 발휘된다.
어눌한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정신지체 장애인에서, 내면의 혼란에 시달리는 천재에 이르기까지 급격한 캐릭터의 변화를 무난하게 소화하고 있는 유건도 주목할만한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