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이 이기고, 이동통신사가 졌다?

[주장] 빵값 이통사 멤버십 할인율 10% 축소의 함정

등록 2006.02.14 12:11수정 2006.02.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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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동네빵집'들이 작년 10월 SK텔레콤을 상대로 '빵 전쟁'을 선언한 지 넉 달 만에 SKT 등 이통사가 기존 제과 체인점 할인율을 종전 20%에서 10%로 내리고 전국 '동네빵집'에게도 10% 할인율을 적용할 것이라는 뉴스가 며칠 전에 있었다.

동네 빵집 '숨통'(노컷뉴스 2월 12일)
빵 살 때 할인율 10%로…동네 빵집 이통사 이겼다(국민일보 2월 11일자)
동네 빵집 SK텔레콤 상대로 이겼다(매일신문 2월 11일자)


뉴스 내용만 본다면 SKT 등 이통사와 대형 제과체인점이 졌고 동네 빵집들이 이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본질적인 내용을 짚어 보면 과연 동네 빵집들의 일방적인 승리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빵집 할인율 변경 소식이 나오기 3일 전인 이달 7일자 <헤럴드경제>(인터넷판)에는 이동통신 3사(SKT, LGT, KTF)가 멤버십 할인 때문에 비용이 해마다 눈덩이처럼 늘어나는데 자사 가입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폐지하지도 못하는 '멤버십 딜레마'에 처해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뉴스에 따르면 멤버십에 소요되는 연간 비용이 SK텔레콤 1600억 원을 비롯, 이통 3사 합해 총 22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데, 이는 이통사의 경영상 '돈 먹는 하마'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SKT가 제과 체인점의 할인율 때문에 반발했던 동네 빵집들에게 할인율 축소라는 전략 변경으로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갖춘 것은 일면 동네 빵집의 승리라는 점이 부각될 수도 있는 일이다.

이통 멤버십 제과점 할인율 축소…기존 20%서 10%로(한국경제)
SKT 일부 베이커리 멤버십 할인폭 축소(이데일리)
"제휴업체 늘리고 할인율 낮추고"...SKT 멤버십제도 변경(아이뉴스24)



하지만 이것은 큰 오산이다. 위 뉴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SKT는 동네빵집 반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할인율 축소에 따른 소비자의 반발을 해소하면서 '멤버십 딜레마'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상황이 됐다.

기존 제과 체인점들 역시 멤버십 할인율을 낮추는 대신 SKT가 특정요일 추가 할인이나 케이크 만들기와 같은 고객 체험 이벤트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하니 이곳 역시 손해 보는 협상을 한 것도 아니다.


반면 전국 동네빵집들은 SKT에서 멤버십 제휴 관리시스템 무상 설치와 10% 할인을 적용해 외면상 기존 제과 체인점들과 동등한 경쟁이 가능하게 됐다는 명분상 소득은 얻었지만 이 것이 실질적인 매출 확대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는 상태다.

'빵값 할인율 축소' 뉴스가 나온 후 빵 구입시 항상 특정한 빵집을 이용한다는 주위 몇 사람에게 물어보니 할인율 축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차피 빵은 할인 때문에 찾는 게 아니라 입맛에 맞아서 찾아왔기 때문에 할인율에 관계없이 단골 빵집을 계속 찾겠다는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제과체인점이나 동네 빵집이나 할인율이 같아진 상황에서 앞으로는 어디에서 고객의 구미를 끌어당기는 맛있는 빵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오히려 SKT 등 이통사만 소비자 반발 없이 할인율을 축소했고 그 축소된 할인율을 가지고 가맹점을 1만2천개로 늘리는 마케팅전략 변경을 '무사히' 마치게 됐다. 따라서 실질적인 소득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동네 빵집보다는 오히려 SKT 등 이통사의 승리라고 보는 게 더 그럴 듯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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