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고이즈미' 후보들 "A급 전범은 범죄자 아니다"

등록 2006.02.15 12:44수정 2006.02.1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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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a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들...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로 유력시 되고 있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위)과 아소 다로 외상(아래).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들...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로 유력시 되고 있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위)과 아소 다로 외상(아래). ⓒ 연합뉴스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로 유력시 되고 있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과 아소 다로 외상이 일본은 이미 전쟁 책임을 졌으며 A급 전범은 범죄자가 아니다라는 역사 인식을 밝혔다.

오카다 가쓰야 전 민주당 대표는 14일 열린 중의원 예산 위원회에서 '차기 리더의 역사 인식을 묻는다'는 명목 하에 아베 관방장관과 아소 외상, 다니가키 사다카즈 재무상에게 태평양 전쟁과 도쿄 재판, A급 전범에 관한 질문 공세를 펼쳤다.

우선 전쟁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대해 아베 관방장관은 "도쿄 재판에서 각각 A급·B급·C급의 전범이 가려져 책임을 졌다, 이는 명확한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소 외상은 "당시는 군국주의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 났다, 일본에서는 (어떤 사항을) 결정할 때 '모두 함께'라는 의식이 강하다"면서 "전쟁에 돌입하자는 문서가 남아 있기는 않지만, 그런 의미에서 특정 인물에게 (책임이) 있기 보다는 군국주의라는 경위가 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극동군사재판(도쿄 재판)을 둘러싸고는 평소 도쿄 재판에 대해 비판적으로 알려진 아베 관방 장관과 도쿄 재판의 유효성을 주장하는 오카다 전 민주당 대표가 설전을 펼치기도 했다.

오카다 전 민주당 대표가 "일본이 도쿄 재판을 수락한 이상 거기에 구속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자, 아베 관장장관은 "마치 연합국 군총사령부(GHQ)의 입장에 서서 말하는 듯 들린다"며 "당시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독립 할 수 없었다, 고뇌에 찬 판단 위에 현재가 있는 것"이라며 감정을 숨기지 않고 반박했다.


아베 관방장관은 또 A급 전범에 대해서도 "연합국에 의해 도쿄 재판이 열려 7명이 사형을 받았다" 면서 "일본이 주체적으로 이들을 판결한 것이 아니므로 그들은 일본에서 범죄자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국회 결의와 연합국과의 절충을 통해 A급 전범들이 석방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아소 외상도 "전범이라는 정의는 국제 군사 법정에서 보는 견해로, 적어도 일본 국내법상에서는 범죄자 대상이 아니다"면서 A급 전범의 존재를 부인했다.


'태평양 전쟁은 자위를 위한 전쟁이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아베 관방장관은 "역사는 연속 안에 존재한다, 지난 전쟁의 어느 부분을 취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일본 정부가 역사의 재판관으로 이렇다 저렇다 말해서는 안된다"며 속내를 드러내는 확언은 피했다.

아소 외상은 이와 관련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가 '역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표명한 이른바 '무라야마 담화' 등을 거론하면서 "나의 견해도 이와 일치한다"면서 "나는 자위를 위한 전쟁이었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질문 "총리가 된 후 한·일, 중·일 외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오카다 전 민주당 대표가 '총리가 된 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후의 한·일, 중·일 외교는 어떻게 할 것인가?'는 질문을 던지자, 아베 관방장관은 "세계를 보면서 중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포스트 고이즈미'에 대한 의욕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비해 아소 외상은 "총리가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은가"라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편 또다른 '포스트 고이즈미' 유력 후보인 다니가키 사다카즈 재무상은 "책임을 가지고 답할 수 있는 부서가 아니다, 두 대신이 답변한 그대로다"며 각료의 입장을 들어 답변을 비껴갔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답변이 차기 총리 후보들의 역사 인식과 외교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구두 시험'의 성격이 있다"면서 "시종일관 신중한 답변을 계속한 아소 외상과 독자적인 색채를 드러낸 아베 관방장관의 미묘한 차이가 엿보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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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국제부에서 일본관련및 일본어판 준비를 맡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2년간 채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 대학원 한일 통번역을 전공하였습니다. 현재는 휴학중입니다만, 앞으로 일본과 한국간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기사를 독자들과 공유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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