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화해보다 지방선거가 더 중요하나

[주장] 이념 넘어 연대의 끈 묶을 때... 2000년 총선을 기억하라

등록 2006.02.16 10:17수정 2006.02.1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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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온 당력을 모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반대 이유는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찾아들던 이른바 '북풍'을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독재정권은 선거가 다가오면 북한을 이용하여 공안정국을 조성해오곤 했다. 멀게는 87년 수지 김 사건과 가깝게는 97년 안기부 북(총)풍 논란 등이 그 비근한 예이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되고 민주화가 정착되면서 우리 국민의 정치의식과 판단력은 점차 높아져 지금에는 구태의연한 정치권을 오히려 국민이 선도해 나가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2000년 4·13 총선 사흘 전 6·15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총선에서 대패하고 말았다. 이는 북한이 더 이상 정치적 변수가 될 수 없음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으로 우리 국민의 높아진 정치적 안목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한나라당은 국민의 식견을 불신하고 과소평가하여 한반도 평화정착의 노력에 딴죽을 걸고 있다.

현재 악화되어가고 있는 북미관계와 북핵 문제, 지지부진한 6자 회담이후의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정세는 그 해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꽉 막혀 있는 실정이다. 이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은 이러한 단절의 구도를 소통과 대화의 국면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에 민주평통 자문위원 78.8%가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혀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러한 일련의 노력은 국익에 우선하여 긴장된 한반도의 질서를 평화국면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충심의 발로이다.

'국익'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의 안전과 발전을 위하여 국민이 전체적으로 추구하여야 하는 이익'이다. 현, 한국의 가장 큰 핵심적 '안전과 발전'은 남북한의 평화정착이며 나아가 민족의 통일이다. 이는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문제이며 해소되어야할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다시 말해 남북문제만큼이나 첨예한 '국익'에 관계된 문제는 없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이토록 중차대한 남북화해의 문제에 지극히 이기적이고 정략적 꼬투리로 남북화해의 시도에 온 당력을 집중해 반대를 천명하고 있다. 그 이유라는 것이 자당의 승리를 위한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니 도대체 한나라당은 어느 나라와 어느 국민을 위한 정당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의 승리가 남북의 화해 조성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대선, 총선, 지방선거, 각종 재보선까지... 남북 화해 시도는 대체 언제?

백 번을 양보해 한나라당의 주장을 수용한다면 이제부터 남북 화해를 위한 정치적 시도는 철저하게 선거가 없는 시기를 선택해야만 가능하다.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무시하고 그 어떠한 국익을 위한 정책도 선거와 관계없는 철만 골라서 선별적으로 추진해야만 한다. 대통령 선거, 총선, 지자체, 각종 재·보궐 선거를 감안한다면 그럼 도대체 남북대화는 언제하며 급변하는 한반도의 정세에 어떻게 대처 하라는 것인가?


서독 기민련은 정권을 상실한 후 통일정책에 앞장섰던 빌리 브란트의 사상 전력에 무자비한 붉은 색을 입히는 정치공세를 퍼붓다 결국은 국민에 의해 외면당하고 말았다. 기민련의 극단적 행태는 20여년 간 장기집권 끝에 정권을 내준데 대한 상실감 때문이라고 훗날 정치학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나는 한나라당의 구태의연한 정치공세를 볼 때 마다 서독 기민련이 연상된다.

독일의 통일의 원인에 관하여 구구한 이견이 많지만 그 밑바탕은 철저하게 '국익'에 입각한 서독 정당들 간의 독일통일에 대한 의견통합이 전제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서독 여야가 합의된 의견을 만들어 내기까지 분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동서독 간에 사소한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서독의 보수세력은 사민당 정부의 '동방정책'에 대해 '색깔 입히기'라는 이념적 여론몰이를 주도했다.

하지만 독일의 통일의 기틀은 이러한 '이념대립'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동서독 간의 현안문제와 국제정세를 편입한 진지한 '정책대립'으로 바뀌고 나서 이후부터이다. 냉전시대의 분단 상황이 4대 전승국만의 '국익'에 우선하는 이해 타산적 산물이라는 공감대를 서독의 여야가 공유하게 된 것이 그 결정적 이유였다.

이념의 대립은 조국 분단이 가져다 준 가장 불행한 역사의 소산이다. 이제 우리도 케케묵은 '이념'의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냉전시대의 대결 구도를 털어내고 '국익'과 민족의 이익을 위해 여야가 하나로 '연대'해야만 한다.

한나라당도 이제 역사의 흐름을 읽고 변화해야 한다. 한나라당에게도 진정한 국가의 이익을 대변할 의무가 있다. 나는 한나라당에게 '색깔론'과 '이념'을 떠난 진정한 국익을 위한 '연대'를 제안한다. 그리고 그 길만이 한반도의 통일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a 한명숙 의원.

한명숙 의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번 북한 방북은 6자 회담 개시 이후 점차 악화되어 가고 있는 남북문제와 북핵문제를 해결할 실마리이자 기회이다.

팔순의 병구를 이끌고 민족의 화해를 위해 방북하는 분에게 격려와 호응을 못해줄망정 자당의 지엽적이고 이기적인 정치목적을 위해 오도하고 폄훼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여야의 당파를 떠나 '조국과 겨레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적극 지원하고 협력해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한명숙 기자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입니다. 타 웹진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한명숙 기자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입니다. 타 웹진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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