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공주' 앞에 수첩 들고 나타난 유시민 장관

야당 대표 연쇄 방문... 박근혜 "오는 말이 고우니 가는 말이 곱다"

등록 2006.02.16 12:28수정 2006.02.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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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6일 오후 1시]

a 수첩 꺼내든 유 장관... 16일 오전 신임 인사차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예방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몇 가지를 꼭 말씀드리려고 적어왔다"며 수첩을 꺼내들고 있다.

수첩 꺼내든 유 장관... 16일 오전 신임 인사차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예방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몇 가지를 꼭 말씀드리려고 적어왔다"며 수첩을 꺼내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유시민 신임복지부 장관이 각 당 대표를 신임인사차 방문하면서 수첩을 들고다녀 눈길을 끌었다.

유 장관은 16일 오전 11시 국회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찾아 신임인사를 했다. 유 의원은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국민연금 등 현안이 많은데 장관직을 잘 수행해서 좋은 장관이었다는 평가를 받기 바란다"고 답하자, 유 장관은 "그리 하겠다"고 받았다.

유 장관은 "박 대표님은 제가 장관으로서, 의원으로서 만나 뵙기가 쉽지 않은 분이기 때문에 몇가지를 꼭 말씀드리려고 적어왔다"며 테이블 밑에 작은 수첩을 꺼내들었다. 이어 "박 대표께서는 퍼스트레이디로 국정을 책임졌었고, 많은 국민이 대표께서 소록도에서 봉사하신 것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복지분야에 많은 도움을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민연금문제 해결에 지도자로서 결단을 내려달라고 민원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가 너무 많기 때문에 개선해야 한다"고 공감을 표하면서 한나라당이 제안한 기초연금제 수용을 요구했다.

"정장 입고 다니니 국제신사 같다"..."계속 그런 말 듣도록 하겠다"

장관 되기 이전 한나라당과 박 대표에게 독설을 날려왔던 유 장관은 이날 박 대표를 "지도자"로 부르고, "결단을 내릴 때는 내려달라", "실무는 장관인 저와 여야의원들이 밤을 새서라도 하겠다"는 등 박 대표를 깍듯이 예우했다. 자리를 일어서면서는 "그간 여러가지 물의가 있었지만 가기 전에 한 말씀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대화 도중 "가는 말이 고우니 오는 말이 곱다"며 '깍듯한' 유 장관을 반겼고, 배석한 최연희 사무총장은 "유 장관이 정장을 하니 국제신사 같다"며 "원래 그런 분인데 중간에 상황변화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계속 그런 말을 듣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유 장관은 또 보건복지위 한나라당 간사인 박재완 의원이 "그동안 유 장관은 소수자와 특정집단의 의견을 극대화해 튄다는 말을 들었다"며 "복지부는 이해관계가 복잡한 곳이므로 신중한 행보와 포용력을 보여달라"고 조언하자 "안정감을 가져달라는 말로 이해한다"며 "박 의원께서 많이 포용해달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제 수첩 필요 없지만, 나는 초보라 필요"

a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깍듯이 인사하고 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깍듯이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유 장관은 박 대표 방문을 마친 뒤 수첩을 갖고 다니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 대표는 이제 수첩 없어도 되지만, 나는 지금 초보운전이기 때문에 수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유시민 신임 복지부 장관은 박근혜 대표를 만나기 직전에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를 인사차 만나 사회 양극화 해소 방안과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문 대표가 비정규직 입법 관련 사유제한 문제 등 열린우리당과 달리하는 민노당의 입장을 밝히면서 이해를 구했지만, 유 장관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 의견을 말하지 않겠다"면서, "대표님의 말을 참고해서 (여당) 안에서 논의하는데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문 대표가 "유 장관은 유력 정치인 아닌가, 이런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해야한다"면서 "차기는 아니더라도 차차기에는 대권 유력 후보 아닌가"라고 반문하자 유 장관은 "그런 일은 없을 거다"라고 답변했다.

유 장관은 박용진 민노당 대변인에게는 "제가 두드려 맞을 때, 살살 두드려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 장관은 '양심세력 연대' 등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고, 대화 중간에 문 대표의 말을 수첩에 기록하기도 했다.

유 장관은 이날 국민중심당 당사도 방문해 심대평·신국환 대표에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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