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프로그램, 끊임없는 무한경쟁만이 살 길

하향세에 접어든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을 지켜보며

등록 2006.02.18 11:15수정 2006.02.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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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개그야>
MBC의 <개그야>MBC
코미디는 언제나 새로움과의 대결이다. 가수는 '제대로 된' 몇 곡의 히트곡만으로도 무대에서 오랜 시간 생존할 수 있고, 연기자는 비슷한 이미지라도 작품에 따라 다양하게 변신할수 있지만, 코미디는 한 번 써먹은 소재를 다시 반복할 수 없다. 그렇기에 언제나 새로운 웃음의 소재를 찾아내기 위한 희극인들의 생존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방송가에서는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의 인기가 하향세다. MBC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정통 코미디 <웃으면 복이와요>와 <웃는 데이>가 모두 부진한 시청률로 조기종영되는 아픔을 겪었고, 3년여를 장수해왔던 KBS <폭소클럽>도 최근 종영이 결정된 상태다.

그동안 국내 코미디 프로그램의 양대 산맥으로 명성을 떨쳐왔던 KBS <개그콘서트>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도 전성기때 20-30%에 육박하던 시청률이 최근 10% 초중반까지 떨어지며 프로그램의 역동성이 많이 쇠퇴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방송가의 예능 프로그램 시장에서 토크쇼나 버라이어티쇼에 밀려 정통 코미디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KBS의 <개그콘서트>
KBS의 <개그콘서트>KBS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방송가에 내놓은 해법은, '젊은 피'들을 대거 수혈한 무한 경쟁 체제의 회복에 있다. <개그콘서트>와 <웃찾사>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만 하더라도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희극인들은 대부분 무명이었다. 인지도 높은 스타급 희극인들은 대부분 '말빨'과 재치로 승부하는 버라이어티쇼의 MC 혹은 패널로 자리를 굳힌 이후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공개 코미디'라는 포맷이 아직 친숙하지 않을 무렵, 방송계는 대학로에서 활약했던 무명 희극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실험정신을 방송에 도입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이들은 금세 국내 코미디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류로 급부상했다.

역설적으로 '스타'가 없다는 사실이 프로그램의 장점이 될 수 있었다. 특정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한 경쟁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있는 코너는 매주 새로운 스타를 배출해냈고, 기존 코너의 인기가 시들해지거나 스타급 희극인이 된 멤버들이 다시 버라이어티쇼로 빠져나간 빈 자리는, 또다른 신인들의 등장으로 채웠다. 이처럼 철저한 서바이벌 게임이야말로 냉혹한 방송계에서 정통코미디가 아직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길이었다.

오늘날 정통 코미디에서 웃음의 템포는 빨라지고, 트렌드의 주기는 점점 짧아지는 추세에서 스타의 네임밸류는 큰 의미가 없다. 유재석, 이휘재, 송은이, 이경규, 김국진처럼 스타급 희극인들은, 한때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의 복귀를 타진해보기도 했으나 반응은 싸늘했다. 이제 연기보다는, 언변과 재치를 앞세운 MC의 이미지에 익숙해진 그들로서는, 날마다 새로운 빠른 템포의 웃음을 개발해야하는 정통 코미디의 호흡을 따라잡기에는 '흘러간 세대'였다.


SBS의 <웃음을 찾는 사람들>
SBS의 <웃음을 찾는 사람들>SBS
<개그콘서트>나 <웃찾사> 세대가 탄생시킨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한때 '수다맨'강성범이나, '우격다짐의 이정수, '리마리오'로 유명한 이상훈 등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지만, 코너가 차츰 식상해지면서 이들의 인기도 순식간에 시들어버렸다.

반복되는 구성속에서 아이템에 고갈되며 지루해졌고, 당사자들이 수다맨이나 리마리오의 인기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캐릭터를 개발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형돈처럼 아예 버라이어티쇼의 고정 패널로 무대를 옮기거나, '갈갈이' 박준형처럼 다양한 코너를 소화하며 끊임없이 변신하지 않는 이상, 순간의 인기만으로 계속 연명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최근 MBC는 스타급 개그맨들에 의존하다 실패했던 <웃는데이>를 폐지시키고, 다시 신인 위주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KBS<개그콘서트>와 SBS <웃찾사>도 최근 장수하면서 초기의 활력이 시들어버린 인기 코너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코너들로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아직 유보적이다. <개그야>는 3%에 불과한 시청률로 부진한 신고식을 치렀고, <개그콘서트>와 <웃찾사>도 아직 새롭게 선보인 코너들이 자리를 잡지못하며 어수선한 모습을 노출했다. 그러나 최근 정체되었던 모습을 일신하고 다시 무한경쟁체제의 회복을 선언한 희극인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국내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의 인기 부활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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