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의 첫 행선지는 '박근혜의 심장'

[해설] '지자체 비리 국정조사' 카드로 한나라당에 선전포고

등록 2006.02.18 22:24수정 2006.02.20 15:52
0
원고료로 응원
a 정동영 의장은 당선이 확정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힘있는 여당, 준비된 당의장"을 강조했다.

정동영 의장은 당선이 확정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힘있는 여당, 준비된 당의장"을 강조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동영이 다시 돌아왔다. 민주당 분당 이후 47석의 미니정당을 2004년 총선에서 152석의 과반 정당으로 만들어낸 열린우리당 초대 의장이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다시 위기에 처한 집권여당의 총대를 멨다. 2년 1개월 1주일만의 일이다.

6.5%P. 무섭게 치고 올라온 김근태 후보도 적정한 수준에게 따돌렸다. 정동영 신임 당의장은 2위와의 표차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며 "군림하지 않는 낮은 당의장"을 강조했다. 대변인을 맡아온 정청래 의원은 "적절한 배분"이라며 "예상대로"고 말했다.

예비 경선의 구도가 그대로 이어졌다. 김근태 후보측에선 고건·강금실 카드를 내세워 '대연합론'으로 반전을 꾀했지만 '대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선 '조직의 힘'이다. 그리고 "너무 벌어져도 문제고, 너무 좁혀도 문제"라는 대의원들의 전략적 판단이 반영되었다. 격차가 10%P 이상 벌어질 경우 견제의 균형추를 잃고, 5%P 이하로 좁혀질 경우 당의장의 리더십 발휘가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긴장과 협력의 황금분할.

정동영 의장은 "힘있는 여당, 준비된 당의장"을 강조했다. 정 의장은 당선이 확정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당을 여당답게 만들고 싶다"며 "과거 여당과 비교해 보면 덩치는 제일 큰데 제일 약체 여당"이라고 말했다. '과반의 힘'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또한 "저는 지난 한 달 경선을 하면서 오늘 전당대회가 문제가 아니라 당의장의 대임을 맡겨 주신다면 그날부터 어떻게 할지 집중 고민했다"며 "나름의 필승전략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전대 이후'를 고민했다는 얘기다.

a 박 대표, 약속 지키세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004년 5월 3일 국회에서 대표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박 대표, 약속 지키세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004년 5월 3일 국회에서 대표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이종호


지방선거 전략카드, 대(對)한나라당 '냉각' 불가피

정 의장은 당선 직후 첫 행선지를 '대구'로 잡았다. 내일(19일) KTX를 타고 한나라당의 철옹성, 열린우리당 입장에선 동토의 땅인 TK 심장부로 간다. 정 의장은 "대구는 가장 어려운 곳"이라며 "일제 때 독립운동을 하듯이, 대구 돌파를 선언하겠다"고 지방선거 승리의 전의를 불태웠다. 또한 정 의장은 대구 방문의 의미에 대해 "박정희 유신시절 사법살인이라 불리는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이 묻혀 있는 추모공원에 방문하기 위해서"라며 박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대표를 겨냥했다.


재가동된 '정동영 리더십'의 첫 시험대는 지방선거다. 정 의장은 대구 방문을 시작으로 곧바로 지방선거전에 돌입할 태세다. 고건 전 총리에 대해서도 "적절한 시기에 만나겠다"고 했다. 서울시장 필승카드로 거론되는 강금실 전 장관에 대해서도 "이미 2월초에 만났었고 공을 더 들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하다. "협력하고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을 지도부 내에서 검토하겠다"고만 말했다.

대야 관계. 특히 한나라당과의 관계 설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 의장은 선거 기간 동안 박근혜-이명박-뉴라이트를 수구삼각편대로 규정하며 반(反)한나라당 전선을 그어왔다. 정 의장은 즉각 당의장 수락연설을 통해 '지자체 비리 국정조사권' 발동을 국회에 촉구했다. "지난 10년 동안 한나라당이 독점해온 지방은 토착비리, 인사비리, 개발비리로 썩었다"며 "썩은 지방권력을 교체하는 것이 이번 5·31 지방선거의 의미"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의장은 "지방자치단체 국정조사는 명백히 '정책 경쟁'의 테두리에 들어간다"고 말했지만 대야 관계는 급속하게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리더십의 위기를 맡고 있는 박근혜 대표 역시 '지방선거'는 물러설 수 없는 승부처라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표에 대해서도 5·3 상생협약을 거론하며 "위약"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의장은 "새정치 협약을 했으면 장외투쟁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개인 정동영과 개인 박근혜의 협약이 아니라 '여·야 대표로 17대 국회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원칙의 합의였다"고 사학법 장외투쟁을 비난했다.

a 열린우리당은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임시전당대회를 열고 신임 의장에 정동영 상임고문을 선출했다. 정동영 의장이 박수치는 김근태 최고위원을 바라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임시전당대회를 열고 신임 의장에 정동영 상임고문을 선출했다. 정동영 의장이 박수치는 김근태 최고위원을 바라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근태-김두관, 반(反)정동영 '짝짓기'의 위협

당·정·청 관계에 대해선 다사분란(多思不亂)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통합성'과 '당 중심성'을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날 당정청을 아우르는 거당적인 '5대 양극화 특별본부' 제안했는데 민생 정치 '올인'을 통해 여권 내 결속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른 최고위원들과의 관계도 과제로 남아 있다. '정동영 2순위 표'의 수혜를 입은 김혁규 의원은 4위를 기록한 반면, 반(反)정동영 구도를 노린 김근태-김두관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이 둘의 표는 정동영-김혁규 합친 표에 2%P 차이에 불과했다. 당의장 리더십을 위협하는 대목이다. 특히 유시민 의원이 이끌고 있는 참정연(참여정치실천연대)이 민 김두관 전 대통령 정무특보의 '약진'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김근태-김두관 신임 최고위원은 행사가 끝난 뒤 지지자들 앞에서 포옹을 하며 연대를 과시하기도 했다.

또한 결국 '조직의 벽'을 넘지 못해 지도부 진입이 좌절되었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커진 40대 후보들의 '세'도 당내 한 축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5위로 아깝게 최고위원 당선이 좌절된 임종석 의원의 '민주당 선거연합론'은 아직 살아 있는 불씨다.

앞으로 1년이란 임기는 열린우리당의 정권재창출과 아울러 대선 후보로서 '정동영의 위치'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의장 수락 연설에서 그의 첫 일성은 무거웠다. "제 양 어깨 위에는 바위돌 같은 무거운 책무감이 짓누르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2. 2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3. 3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