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모든 심리적 문제의 원인이자 해결책"

[서평] 김형경의 심리·여행 에세이 <사람풍경>을 읽고

등록 2006.02.20 10:26수정 2006.02.2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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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람풍경> 겉그림

<사람풍경> 겉그림 ⓒ 아침바다

<세월>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등을 쓴 소설가 김형경의 심리/여행 에세이를 지난 해 4월 읽었으나 다시 읽게 된 것은 나도 모르는 이끌림 때문이었다. 한 번 보았던 영화지만 다시 보고픈 영화가 있듯, <사람풍경>은 그렇게 다시 나와 만났다.

집을 팔아 여행을 떠난 소설가는 역시 특별한 사람이다. 눈에 보이는 안식처보다도 영혼의 안식을 위해 기꺼이 전자를 포기한 것이다. 저자가 왜 여행 에세이도 아니고, 이에 심리를 더한 책을 펴냈을까. 그의 이력을 아는 사람은 쉽게 수긍할 것이다. 저마다 관심 있는 분야가 다르겠지만, 정신 분석에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이로써 마음 정리가 일단락 지어진 것 같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혀 두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사람의 마음속에 이렇게 많은 것들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개별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도 있지만 이 모두를 정신분석학의 입장에서 풀이한 것이 내게는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그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회피 - 자기 자신과 삶으로부터의 도피

회피 방어의식을 알고 나자 내가 삶에 대해서 뿐 아니라 사랑에 대해서도 회피 방어기제를 발동시켜왔음을 깨달았다. 오래도록 나는 "내게도 언젠가는 사랑이 나타나겠지" 생각하면서 사랑을 얻기 위한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내가 이끌리는 대상 역시 적당한 '거리'가 확보된 사람들이었다. … 상대방을 전적으로 떠안거나 전면적인 관계를 맺지 않아도 되는 사람에게 더 마음이 끌렸다.

사랑으로 진입한 후에는 마음속에서 과도한 집착과 다음 순간의 냉담함이 반복적으로 경험되었다. 그것이 모두 사랑을 두려워하며 대상으로부터 멀리 도망치려고 하는 자의 마음이었음을 그제야 알았다. 사랑에서도 삶에서도 늘 적당한 거리를 둔 채 진정한 삶으로부터 이만큼 떨어져 있었던 셈이다. - 본문 중에서


사랑하면서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했는데, 그것이 바로 '회피'라는 용어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것은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방어 수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상처받지 않을 정도로만 사랑하고,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사랑하는 것.


콤플렉스 - 다양하고 풍성한 인격의 근원

콤플렉스를 처리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콤플렉스를 숨기고 대신 다른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처럼 작다는 결함을 맵다는 기능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전문 용어로는 '보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보상보다 더 근본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은 콤플렉스를 사랑하는 것이며, 사랑하지 못하겠으면 최소한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패션에서도 신체적 결함을 가릴 게 아니라 드러내라고 충고한다. 콤플렉스는 심리적 결함이 아니라 심리적 특별함일 뿐이다. - 본문 중에서


콤플렉스라면 누구나 한 가지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남이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결점이 자기 자신에게는 지상 최대의 문제로 인식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말하면 남의 결점에 대해 인정 하기는 하지만, 자기 자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인지 치명적으로 와 닿지 않는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위에서 저자가 들려주고 있는 것처럼 다른 장점으로 보완하는 것도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도 있는 좋은 방법이고, 사랑까지는 못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콤플렉스를 인정하기까지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렇게 사람은 성숙하는 것이 아닐까.

자기 존중 - 행복할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느낌

나사니엘 브랜든은 자기 존중감이 천부적으로 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습득해서 터득해야 하는 삶의 기능이라고 설명한다. 자기를 긍정하고, 자기 삶에 책임을 지며,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고독을 참아내며, 성실성과 정직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한다. … 자신의 긍정적인 속성을 거짓 겸손이나 우월감 없이 인정하며, 자신의 부정적인 속성을 열등감이나 자기 비하감 없이 시인하는 마음. 그것이 자기애와 자기 존중감의 본질을 형성하는 토대라고 한다. - 본문 중에서

이로써 한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얼마나 많은 지침이 필요한지 독자들은 깨닫게 된다. 아이를 키울 때 부모는 아이의 자아 존중감 형성에도 정성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짝사랑이나 스토킹처럼 보상 없는 사랑을 일방적으로 보내기, 사랑을 위해 내 삶을 희생하기 등은 전형적으로 자기 존중감이 약한 자의 사랑법'이라 한다. 그런 태도는 자신을 병들게 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랑도 파괴한다고 저자는 덧붙였다.

이 외에도 수많은 정신분석 용어들이 <사람풍경>에 소개되어 있다. 책을 통해서 결론을 하나 내릴 수 있다면 그것은, 모든 것은 바로 사랑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랑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인간 정신의 많은 문제들은 해결될 것'이라고 한다.

'사랑은 모든 심리적 문제의 원인이자 해결책'이라고 하듯, 저자는 사랑 앞에서 좌절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정신분석이라 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많은 경험을 되뇌어 볼 수 있을 것이며, 자신의 심리 상태에 대해 많은 조언을 듣게 될 것이다.

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여행 에세이, 개정판

김형경 지음,
사람풍경,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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