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적부리, 황새 되려다 왕따 당하다

중랑천에서 만나는 겨울철새들의 살림살이

등록 2006.02.20 12:28수정 2006.02.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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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북동쪽을 흐르는 중랑천은 한때 죽음의 하천이라 할 만큼 악취와 오염이 심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꾸준한 수질 개선 노력 끝에 이제는 많은 시민들이 운동을 즐기는 산책로로, 또한 하류에서는 갖가지 겨울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고 있습니다(서울시는 중랑천 하류 3279m를 2005년 2월 16일에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올 겨울 이곳을 찾은 철새들의 살림살이를 재미있는 포토에세이로 엮어보았습니다.


a 황새가 되고픈 넓적부리오리가 있었습니다. 한껏 외다리로 황새 폼을 흉내내보려 하지만, 안타깝게도 들어올리고 나니까 접을 것이 없군요. 고방오리 한 마리가 기가 막히다는 듯 쳐다보고, 나머지는 별로 관심도 없습니다.

황새가 되고픈 넓적부리오리가 있었습니다. 한껏 외다리로 황새 폼을 흉내내보려 하지만, 안타깝게도 들어올리고 나니까 접을 것이 없군요. 고방오리 한 마리가 기가 막히다는 듯 쳐다보고, 나머지는 별로 관심도 없습니다. ⓒ 박정민

a 어이없는 나머지 고방오리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뜹니다. 우리의 불쌍한 넓적부리, 그만 머쓱해졌습니다.

어이없는 나머지 고방오리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뜹니다. 우리의 불쌍한 넓적부리, 그만 머쓱해졌습니다. ⓒ 박정민

a 생각할수록 민망합니다. 아예 고개를 파묻었습니다. 왕따가 된 넓적부리를 남겨둔 채, 오늘도 중랑천의 생태계는 돌아갑니다.

생각할수록 민망합니다. 아예 고개를 파묻었습니다. 왕따가 된 넓적부리를 남겨둔 채, 오늘도 중랑천의 생태계는 돌아갑니다. ⓒ 박정민

새는 생태계의 정점에 위치하며, 새들의 살림살이는 곧 그 지역 생태계의 지표가 된다고 합니다. "새가 떠나면 사람도 살 수 없다"는 옛말은 선인들의 생태적 혜안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지요.

요즘 중랑천의 수질은 지역에 따라 4~5급수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계속 수질이 개선되어 콘크리트 정글 안에서나마 더 많은 새와 물고기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넓적부리와 고방오리

▲ 왼쪽: 넓적부리, 오른쪽: 고방오리
ⓒ박정민

넓적부리는 겨울이면 한반도 중남부 전역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는 겨울철새입니다. 유난히 커다란 부리가 특징이며, 수컷의 겨울깃은 녹색·흰색·황색·흑색이 어울려 제법 멋스럽습니다. 한강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띕니다.

고방오리 또한 한반도 중남부를 찾는 겨울철새입니다. 수컷의 겨울깃은 갈색과 흰색이 어우러져 맵시를 뽐냅니다. 유난히 길다란 꼬리 또한 특징입니다. 대개의 야생오리들은 같은 장소에 여러 종이 아무런 다툼 없이 잘 어우러져 지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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