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친미 찍고 '자칭 보수'로 거듭나기

한상범의 수구세력 변천사 <박정희와 친일파의 유령들>

등록 2006.02.20 17:26수정 2006.02.2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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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의에 분노하는 데서 개혁은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나보고 학자이고 교수인 사람이 너무 흥분하고 점잖지 못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 나는 '당신은 폭정에 짓밟힌 청년 학생을 위해 가슴을 쥐어뜯고 울어본 일이 있느냐'고 물어본다. 그리고 '폭정에 대해 항의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박정희와 친일파의 유령들> 중에서)

'박정희'를 두고 '최고의 지도자'라거나 '잘못도 있지만 보릿고개를 넘긴 경제발전의 신화' 쯤으로 생각하는 어르신들이나 '친일파'를 역사책에나 나오는 것으로 아는 젊은이들, '과거보다는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함께 볼 만한 책이 나왔다.


a 한상범 전 의문사위 위원장의 새책 박정희와 친일파의 유령들.

한상범 전 의문사위 위원장의 새책 박정희와 친일파의 유령들. ⓒ 도서출판 삼인

<박정희와 친일파의 유령들>은 지난 2005년 한 해 동안 한상범 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이 '박정희와 그 잔당들'과 싸워온 기록들이다.

<박정희와 친일파의 유령들>의 짧은 글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친일 부패 기득권 부류들이 45년 일제가 패망하자 어떻게 미국세력에 편승해 친미파로 거듭났는지, 그리고 이승만 무리를 쫓아낸 60년 4ㆍ19혁명이 박정희라는 친일파 손에 중단되어 '미완의 혁명'으로 남은 비통한 역사를 자연스레 알게 된다.

특히 '한국의 친일파는 무엇으로 사는가?(1부)'와 '끝나지 않은 친일과 독재의 시대(2부)'는 신생 친일파들의 정체와 그들이 자칭 '보수'로 포장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과거청산과 개혁은 현실의 문제

그는 우리에게 "과거청산과 개혁은 현실의 문제이며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할 절박한 문제"임을 지적하고 그 주체로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이른바 '인혁당재건위 사건', '동백림 사건', '최종길 교수 의문사건'을 비롯한 과거사들이 박정희 정권 당시 조작 날조된 사건들임이 밝혀지고 있고 어느 때보다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한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친일파에서 친미파로, 다시 자칭 '보수'로 변신을 거듭해온 '박정희와 친일파의 유령들'은 여전히 '매카시즘'을 무기로 친북, 용공, 좌경, 반미와 '개혁'을 모두 싸잡아 '빨갱이'라는 논리로 매도하고 개혁정권을 좌경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지은이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현실의 이러한 문제들이 '친일파 청산'을 이루지 못하고 진정한 혁명을 완수하지 못한 데서 온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은 특히 "수구세력들의 뿌리인 친일파 정치군인이 쿠데타로 이 나라를 군사 파시스트 지배체제로 만든 것은 국시 위반이며 자유민주주의 말살의 반역"이라며, 나아가 "그 동반자로 기생해 온 부정 축재자와 구 기득권 족벌이 좌지우지하는 세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자칭 '보수'라고 일컫는 '박정희와 친일파의 유령들'에 대해서도 "뻔뻔스럽게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자유민주주의는 인간 생명을 존중하는 양심과 세계관 고백의 자유를 인정하는 체제"임을 지적하고 그들의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구호가 허울뿐임을 지적하고 있다.

과거사문제가 현재진행형인 이유는 이 책의 지적대로 "박정희가 총 맞아 죽은 후에도 그 추종자가 다시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고 친일파 세상이 지속되자 지금은 친일파가 오히려 큰소리치기 때문"이다.

과거사 진상규명의 문제는 당연히 배상이나 민주화 운동 인정을 비롯한 명예회복이 기본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당시 국가의 부당한 폭력을 담당했던 수족들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사실이고 그들은 사죄 한마디 없다는 불의한 현실이다.

이 책은 과거의 문제가 아닌 현실의 문제를 다룬 책으로서 현상보다는 본질을 꿰뚫는 문제의식과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박정희와 친일파의 유령들'은 자칭 '보수'들의 '매카시즘'을 무기로 한 역공에 맞서는 진정한 '보수' 진영의 창과 방패가 될 것이고 그들의 본질을 파헤치는 속 시원한 비수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신문 참말로 www.chammalo.com 에도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신문 참말로 www.chammalo.com 에도 실립니다.

박정희와 친일파의 유령들

한상범 지음,
삼인,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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