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성과 수면성 오리의 차이점은?

환경운동연합 소모임 '하호' 야생조류 탐사기 (3) 미사리

등록 2006.02.21 12:24수정 2006.02.2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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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세월 사람들은 한강의 잦은 범람으로부터 농토와 집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강 옆에 생성된 자연제방에 터를 올려 터돋움집(집 바닥을 1m 가량 돌로 띄운 집)을 짓고 제방 뒤 습지를 농경지로 이용하며 살았다. 자연 위에 형성된 인간의 터전. 그렇게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고 철새들은 겨울이면 어김없이 강과 하얀 설원 위로 날아들었다.

그러다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더 많은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자연 제방은 인공 제방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을 바꾸는 직강공사가 진행되었으며 둑방은 콘크리트로 뒤덮였다. 하지만 그 사이 한강을 찾아들던 새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에게 수많은 라이브 카페들과, 가족 나들이 장소인 조정경기장으로 친숙한 미사리. 2월의 주말 어느 날 우리는 하얗게 눈꽃이 핀 산 아래 한강 본류를 만났다. 자연의 터전이 훼손되는 사이 사라진 새들이 다시 부활하기를 꿈꾸며. 한강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제일 처음으로 우리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큰고니였다. 푸른 한강 위를 날아가는 큰고니의 눈부시게 하얀빛은 반짝이는 강물 위에 그 고결한 색감을 뽐내고 있었다. 한 줄로 늘어서 강 위를 날아가는 큰고니의 길고 거대한 날개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경탄할 일이었다.

물 위에서 흰색으로 빛나는 큰고니
물 위에서 흰색으로 빛나는 큰고니하호

하늘 위를 아름답게 날아가는 큰고니
하늘 위를 아름답게 날아가는 큰고니하호
'탄천' 같은 지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새들이 하얀 큰고니들 사이에서 엄청난 수를 자랑하며 소리 없이 헤엄치고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쌍안경을 통해 바라본 댕기흰죽지와 흰죽지. 적갈색 머리의 흰죽지와 검은색의 댕기흰죽지 무리는 대조적인 색감 때문에 구분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일렁이는 강물에 맞춰 춤추듯 움직이는 자연스럽고 느긋한 흐름으로.

수백마리의 댕기흰죽지와 흰죽지
수백마리의 댕기흰죽지와 흰죽지하호
오리류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잠수성 오리와 수면성 오리. 물 위를 헤엄치다 갑자기 물 속으로 사라지는 오리가 있다면 그것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물 속에 들어가는 잠수성 오리다. 반면 물 속으로 머리만 집어넣고 꼬리를 물 밖으로 내밀고 있는 것은 수면성 오리로 볼 수 있다.

지상이나 얕은 수심에서 머리와 목을 이용하여 먹이를 찾는 흰뺨검둥오리의 모습은 아주 흔하게 찾을 수 있었다. 쌍안경 안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나는 비오리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 또한 신기하고 재미 있는 광경이었다. 마술사의 하얀 천 안에서 눈 깜짝할 사이 나타나는 비둘기처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대도시 주변에서 발견하는 야생의 광경은 아름다운 마술 그 자체였다.

천연기념물 흰꼬리수리
천연기념물 흰꼬리수리하호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와 자전거 도로를 따라 운동을 하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무심히 흐르는 한강은 오랜 시간 자신의 모습을 지키며 이 곳에서 흘러갔을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죽고 또 사라지고…. 한강은 그 모든 역사를 알고 있을까. 이렇게 말 없이 흐르는 한강 위 모래톱에 흰꼬리수리 한 마리가 한참을 앉아 있었다.


잠시 후 흰꼬리수리 두 마리가 다시 쌍안경에 잡혔다. 하얗게 덮인 산 주위를 맴돌고 있는 하얀색 꼬리와 짙은 색의 등. 더 이상 자신들의 공간을 빼앗지 말라고 경고라도 하려는 듯 흰꼬리수리의 거대한 날갯짓은 오랜 시간 그 곳을 맴돌고 있었다.

오후가 뉘엿뉘엿 잠기는 시간. 자전거 도로가 난 끝자락에서 우리를 붙잡은 것은 바로 환경부가 지정한 1급 멸종위기 야생조류 참수리! 전 세계 수리류 중 가장 빠르게 개체수가 줄고 있는 참수리는 이제 한반도에서 몇 마리 발견되지 않고 있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아는지 참수리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얼어붙은 한강 한가운데 서 있었다. 망원렌즈 안에 선명히 보이는 노란색 부리와 흰색의 날개덮깃은 우리들에게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의 존귀함을 깊숙이 새겨 놓았다.


환경부가 지정한 1급 멸종위기 야생동물 참수리
환경부가 지정한 1급 멸종위기 야생동물 참수리하호
삶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참수리와의 만남을 뒤로 하고 우리들은 붉게 물드는 미사리의 하늘을 벗어났다. 주말이면 사람들은 수많은 카페에서 그리고 조정경기장 안 공원에서, 자전거 도로가 난 길가에서 또 다시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한참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아파트 건물에도 사람들은 새 보금자리를 찾아 이주해 올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참수리. 먼 훗날에도 우리들은 그 참수리를 이 곳 미사리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참수리의 깊고 고요한 눈은 우리들의 가슴에 별을 심어 놓았다. 언젠가 다시 우리가 이곳을 찾을 때 보석처럼 가슴에 남겨진 별이 다시 부활하기를 소망하는 사이 미사리의 하늘은 어둠 속으로 잠들어 갔다.

덧붙이는 글 | 환경운동연합 소모임 '하호'는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복지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http://haho.kfem.or.kr

덧붙이는 글 환경운동연합 소모임 '하호'는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복지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http://haho.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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