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흰꼬리수리하호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와 자전거 도로를 따라 운동을 하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무심히 흐르는 한강은 오랜 시간 자신의 모습을 지키며 이 곳에서 흘러갔을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죽고 또 사라지고…. 한강은 그 모든 역사를 알고 있을까. 이렇게 말 없이 흐르는 한강 위 모래톱에 흰꼬리수리 한 마리가 한참을 앉아 있었다.
잠시 후 흰꼬리수리 두 마리가 다시 쌍안경에 잡혔다. 하얗게 덮인 산 주위를 맴돌고 있는 하얀색 꼬리와 짙은 색의 등. 더 이상 자신들의 공간을 빼앗지 말라고 경고라도 하려는 듯 흰꼬리수리의 거대한 날갯짓은 오랜 시간 그 곳을 맴돌고 있었다.
오후가 뉘엿뉘엿 잠기는 시간. 자전거 도로가 난 끝자락에서 우리를 붙잡은 것은 바로 환경부가 지정한 1급 멸종위기 야생조류 참수리! 전 세계 수리류 중 가장 빠르게 개체수가 줄고 있는 참수리는 이제 한반도에서 몇 마리 발견되지 않고 있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아는지 참수리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얼어붙은 한강 한가운데 서 있었다. 망원렌즈 안에 선명히 보이는 노란색 부리와 흰색의 날개덮깃은 우리들에게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의 존귀함을 깊숙이 새겨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