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엄마 같은 우리 큰형님

등록 2006.02.21 12:10수정 2006.02.2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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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가씨 돌잔치에서 울 큰형님(오른쪽)

아가씨 돌잔치에서 울 큰형님(오른쪽) ⓒ 전복순

결혼 전 처음으로 남편 집에 인사를 하러 가는 날이었습니다. 마침 아버님 환갑을 치른 후여서 온 식구며 동네분들까지 집안이 들썩들썩 술렁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잔뜩 긴장을 하며 들어서는데 친척분들이며 동네분들까지 우르르 몰려와 좋은 구경이라도 난 듯 제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저는 어리둥절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빨리 인사드리고 집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그런 제 손을 붙잡고 작은방으로 데리고 가신 분이 제 큰형님이셨습니다. 자상하신 목소리로 "많이 얼떨떨하지? 먼저 아버지 어머니한테 인사부터 해." 어찌나 인상이 좋으시던지 마음이 다 포근해졌습니다.

큰방으로 들어가니 할아버지 세 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저는 누가 아버님인지도 모른 채 큰절을 올렸습니다. 가운데 계신 분이 아버님이셨는데 인상이 웃지도 않으시고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이 많이 편찮으셔서 그런지 자식들이 몇 년간 돈을 모아 아버님 환갑잔치를 정말 거하게 치러 주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인사드리고 다시 작은방으로 들어가니 남편누님 네 분과 여동생 한 분이 앉아계셨습니다. 저는 다시 긴장되었습니다. 형님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맘에는 들어 할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저는 앉은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화장실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말씀을 나눠보니 좀 무뚝뚝하지만 다들 착하시고 좋으신 분들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그해 결혼을 해 첫아이를 임신해 명절을 맞이하여 형님들께서 속속들이 집으로 도착하셨습니다. 큰형님께서는 들어오시자마자 자네 축하허네 하며 저에게 철분제 두 통을 주시는 거였습니다.

저는 그때 만 해도 철분제가 그렇게 비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서 크게 감사하다는 표현도 잘 못 했지요. 또 큰아이를 낳았을 때도 정육점 겸 한식당을 하시는 큰형님께서 보름을 먹고도 남을 만큼의 사골국을 보내주셨습니다.


생각해보니 아이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감사하다는 말씀도 못 드렸습니다. 저는 정말 받을줄만 아는 이기주의자인가 봅니다.

언제나 저에게 엄마처럼 사랑을 베푸시는 큰형님께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까요. 항상 소녀처럼 순수하시고 천사같은 형님께 올해 돌아오는 생신 때는 정말 뜻깊은 생신 선물을 꼭 해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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