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승욱
본격적인 남북 교류가 11년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장애인 복지 및 재활 관련 부분의 남북간 교류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장애인 재활 서비스를 중심으로 남북 교류협력을 높이자는 움직임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21일 오후 2시 대구대학교(총장 이용두·경북 경산시 소재) 본관 국제회의실에서는 남·북한 장애인 삶의 질 향상을 주제로 '남북 장애인 재활서비스 교류협력 체계 구축방안'이라는 제목의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대구대학교 개교 50주년을 맞아 사단법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공동을 주최한 행사의 일환으로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남북이 공동으로 장애인의 삶의 질을 제고할 방안을 모색하고 남북 사회문화교류의 영역을 재활 의료 분야로 확대하자는 취지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장애인 복지 및 재활 관련 부분의 남북 교류협력을 위한 토대와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제발표를 한 권혁철 대구대 재활공학과 교수는 "장애인 복지 및 재활 관련 부분의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서는 북의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장애인 복지·재활 서비스를 언제, 어떻게, 어떤 전문가로 하여금 제공할지에 대한 체계적인 흐름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가칭 남북공동 장애인 복지·재활 서비스 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를 민간기구로 구성하는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면서 "이 기구를 통해 남북 공동연구소를 개설하고 남북간 현안 중재를 포함해 지원 모니터링·성과 분석·정보망 구축 등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의 안은 장애인 복지 및 재활관련 부분에서 남북간 단일 창구 역할을 할 지원센터를 통해 남북 각 장애인 복지·재활지원 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남쪽 위원회에서는 ▲물적자원 ▲인적자원 ▲프로그램 지원 등 산하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장애인 및 시민사회단체와 국내 관련 대학 등과 함께 연계해 서비스 전달의 통합관리를 수행하고 북쪽 위원회는 이러한 지원된 서비스를 분배 및 관리하고 장기적으로 장애인 복지 및 재활 서비스를 맡을 인력을 양성한다는 안이다.
이어 주제 발표를 한 김용욱 국립특수교육원장은 북한의 장애인 실태에 대해서 "(새터민 등의 주장을 종합해 볼때) 북에서 시각 또는 청각 장애아들을 제외한 다른 장애아들은 취학이 어렵다고 추정된다"면서 "장애아동 특히 정신지체를 포함한 발달 장애아동들은 교육 뿐만 아니라 방치상태로 돼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애인 복지 및 재활 등 특수교육 부분에서 남북간 교류를 위해 김 원장은 "국가간 주도의 교류보다는 민간적 차원에서 특수 교육에 대한 상호간의 인식을 교류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특수 교육 담당 관리자 및 교원에 대한 초청이나 방문 연수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남북간 ▲점자 및 수화(손말) 통일안 ▲장애인 직업 실태 조사와 노동력 활용 방안 마련 ▲특수 교육 교수·학습 자료 및 보조공학기기 지원 등 사업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남북간 교류에 있어 주의점도 제기됐다. 이종무 실장(우리민족서로돕기 평화나눔센터)은 "10여년간의 남북간 교류가 초기의 양적인 지원에서 이제는 효율성과 효과성을 따지는 질적인 고민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장애인 복지 및 재활 서비스 부분에서 질적인 교류협력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또 "남북간 교류에서 북한의 자존심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접근을 해야 한다"면서 "일회적인 사업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사업을 위헤서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시범사업을 실천하고 남북간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속적이거나 미숙한 지원은 오히려 북의 보건의료 체계나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이재용 과장(보건복지부 국제교류팀)은 "남북교류협력에서 전반적으로 제도적인 기준이 마련되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보건·의료·사회복지 분야에서 아예 부재한 경우도 있어 관련 법안 제정과 남북교류기금 활용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 접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 북한의 장애인은?...76만명 추정 | | | | 21일 대구대학교에서 열린 '남북 장애인 재활서비스 교류협력 체계 구축방안' 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북의 장애인이 지난 1999년도를 기준으로 76만명(남한 144만명)으로 전체 인구대비 장애인 비율이 3.4%(남 3.09%)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북에서는 지난 2003년 제정된 조선장애자보호법 제2조에 따라 '장애자'(장애인)을 '육체적·정신적 기능이 제한 또는 상실되어 오랜 기간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지장을 받는 공민'으로 규정돼 있다고 한다. 장애인 유형도 남한이 뇌병변·심장·간장 장애인 등 14개로 세분화 돼 있는 반면 북은 지체·청각·시각·정신지체·정신 장애자 등으로 5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있다.
북의 장애인 교육 시설을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장애인들의 교육기관인 특수학교의 경우 청각장애특수학교(농아학교) 8개교와 시각장애특수학교(맹인학교) 3개교 등 11개소로 청각과 시각 장애인들에 한정돼 있고 그 수도 부족한 형편.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의지·보장구를 제작하는 교정기구는 지난 1951년 설립돼 최근 국제장애인협회(HI)가 지원하고 있는 함흥교정기구공장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지원으로 연 송립교정기구공장 등 2개소가 파악되고 있다.
권혁철 대구대 재활공학과 교수는 "북한의 경우 환경·교통사고로 인한 후천적 장애 인구는 남한에 비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열악한 식량상황 등을 감안한다면 출산과정에서 장애예방과 조기발견 및 재활시스템을 체계화해 나가면 매우 효과적인 장애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북에서는 남에서 사용하는 '복지'라는 용어 대신 '복리'를, '재활'은 '회복'이라는 용어로 대신하고 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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