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일을 하는 장태현 씨는 "스크린쿼터 유지로 한국 영화계가 풍족해져야 양극화를 논할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오마이뉴스 이민정
한 군데 얽매이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 좋아 영화 촬영현장에 들어선 장태현(34)씨. 14년 경력의 그도 이제 조명 전문가 축에 들어 조수 7~8명을 거느리는 조명팀의 '퍼스트(first)'다.
영화 한 편을 만들면 조명감독과 그 밑에 장씨와 같은 '퍼스트'가 있고, 그 아래 조수들까지 합쳐져 조명팀이 된다. 조명팀의 수입은 4000∼4500만원 정도. '퍼스트'에게는 1000∼1700만원, 조수들에게는 경력별로 500∼800만원 정도가 떨어진다.
장씨는 지난달까지 영화 <청춘만화>를 끝내고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이다. 20일 그를 만나 스크린쿼터에 대해 물었다.
장씨는 "스크린쿼터는 한국영화의 기본 밥상"이라며 "일단 밥상을 차린 다음에 어떤 반찬을 먹을지 정할 수 있다"고 평했다. "기본 바닥이 깔린 다음 영화계가 풍족해져야 양극화를 논할 상황이 된다"며 "스크린쿼터가 축소되고 영화 편수가 줄어들면 제작사도, 스태프들도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4000억원 지원에 대해 "영화를 앞으로 1년 찍고 말 것도 아닌데,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느냐"며 "한편 제작비가 40∼50억 정도인데, 집행된다 해도 골고루 분배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전에 1500억을 줬다고 영화진흥위원회 기록에 나온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영화하는 사람들이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영화의 기술 수준, 짧은 준비 기간 등을 들어 "우리 영화의 경쟁력 상승은 시작단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영화를 하는 기술 파트는 지금 과도기다. 장비가 좋아지고 있지만, 때깔 좋은 할리우드 영화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다. 돈도 그렇지만, 전문 지식도 떨어진다. 미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이 좋은 영화 소스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비쥬얼 면에서는 게임이 안 된다."
스태프들 처우 개선과 관련해서는 "영화노조가 생긴 이후 실질적인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정식 출범한 한국영화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진욱)에 기대를 걸었다.
그는 "(영화계 내부 이야기들이) 공론화하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공개하고, 영화계 내부에서도 상하부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제작 지원과 스태프 인턴제도 등의 정책 지원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스태프들은 사람들이 잘 보지도 않는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에 이름을 남기는 정도인데, 섭섭치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되레 "행복하다"고 답했다.
"영화는 행복한 편이다. 방송과 광고 일을 다 해봤는데, 광고는 크레딧 자체가 없다. 뮤직비디오도 마찬가지고.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남으니까 자료로 영구히 보관되는 셈이다. 방송은 나가버리면 끝이고, 광고는 증거자료도 전혀 없다. 그런 부분에서 영화는 행복하다."
[#③ 촬영 담당 윤영수] "스크린쿼터는 그림 그릴 수 있는 흰 도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