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못빼는 교복값...문제는 학생들?

"비메이커 싫어...비싸도 브랜드"

등록 2006.02.23 11:35수정 2006.02.2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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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교복값을 둘러싼 브랜드 교복업체들과 학부모단체들의 갈등이 올해는 한층 거세졌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 등 학부모단체들이 브랜드업체들에 가격을 낮출 것을 요구하는 한편 시·도 교육청과 교육부에 높은 교복가격의 진상을 밝혀줄 것을 요청하면서 교복구매를 미루고 있다. 교복값 논쟁이 해마다 되풀이되면서도 해결되지 않는 이유와 해법을 찾아본다.

▲ 교복가격 담합이 가능한 이유 = 교복공동구매가 브랜드 교복업체들의 가격 담합에 대항할 수 있는 대안임에도 불구하고,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학교 측과 교육청의 비협조와 학부모들의 무관심에 있다. 이와함께 브랜드제품만 선호하는 청소년들의 기호도 교복업체들의 담합을 유지시키는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다.

백화점 등 유명매장에서 판매되는 브랜드 교복의 가격은 19만~22만원 선. 셔츠나 블라우스를 추가로 구매하게 되면 25만원이 훌쩍 넘는다. 반면 비메이커 제품은 14만~16만원으로 브랜드 제품에 비해 30~50% 가량 저렴하다. 브랜드 교복업체들의 교복이 중소업체 제품에 비해 30~50% 비싸면서도 교복시장의 60~7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복을 입는 청소년층들은 가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고 있어 교복값 거품빼기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단추나 소매 등에서 브랜드 이름을 확연히 구분할 수 있어 공동구매 중고교복이나 비브랜드 제품을 구입했을 경우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무시당할 수 있어 학생들이 꺼리고 있는 것.

한국교복협회 민병화 사무국장은 "가격을 낮추려고 공동구매를 실시해도 정작 학생들은 유명 브랜드만 선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한 반에서 브랜드 제품이 아닌 교복을 입는 학생의 수는 10% 미만이라는 것이 학생들의 설명. 이들은 비브랜드 제품은 스타일이 살지 않아 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수 없는 일부 학생들만 입고 다닌다고 지적한다.

양천여고 최모(17)양은 "중학교 때는 교복이면 다 똑같은 교복인 줄 알고, 비브랜드 제품을 구매했는데 남자 교복처럼 재킷이 크고, 미웠다"며 "물려 입은 듯한 교복을 3년 내내 입는 것은 적잖은 스트레스였다"고 말했다.


3년 내내 입어야 하는 교복인데 비싸더라도 매년 유행하는 스타일의 교복을 구매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 청소년들의 생각인 셈이다.

학부모들 역시 유명가수의 콘서트며 고가의 사은품을 내세운 브랜드 교복을 사달라고 조르는 자녀들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는 처지.


때문에 학부모 및 학부모단체들은 교복 가격의 거품을 빼기 위해서는 대리점 마진과 대리점 관리비, 수억 원대의 브랜드 광고비, 백화점 판촉비, 경품 제공비 등 제조 원가 이상의 유통비가 발생하는 판매방식의 문제 등을 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유명 교복 브랜드사들은 고품질의 교복은 가격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연구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현재 각 백화점의 엘리트·아이비클럽·스마트 매장 직원들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항균 작용이 있는 은나노 원사, 원단 소재의 차별화, 디테일한 디자인 노하우 등을 설명하며 고품격 교복의 특징에 대해 강조한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엘리트 매장 직원은 "엘리트 교복의 경우 소매 부분에 디자이너 이름까지 달아 디자이너 작품이라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며 "여학생 교복의 경우 타사 제품보다 상의가 짧게 만들어져서 다리는 길어 보이고, 허리가 잘록해 보이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백화점 아이비클럽 매장의 직원은 "제일모직 원단으로 재킷을 만들었기 때문에 컬러와 소재감이 다르다"며 "가격이 타사 브랜드 제품과 비교해 2만원 가량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 저렴한 가격으로 교복 구매하는 방법= 교복가격의 거품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면서 꾸준히 공동구매 및 교복 물려 입기 운동이 점차 호응을 얻고 있다.

공동구매는 기본적으로 공동구매를 통해 구입을 원하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것으로 학교 측과 협의한 뒤, 학부모 공동구매위원회를 구성해 공개입찰을 통한 구매, 교복업체와 협의를 통해 일정한 가격을 정하는 협의구매 방식 등을 통해 이뤄진다. 교복구매위원회가 중소 교복업체에 원하는 교복 샘플을 주고, 공동구매를 주문하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브랜드 제품과 별 차이가 없는 교복을 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박이선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정책위원장은 "공동구매를 해봤더니 실제로 시중에 나와 있는 교복 가격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교복을 구입할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각 지역의 학교 교무실, 구청 및 동사무소, 아름다운재단, 여성교육문화센터 등에서는 중고교복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어 이곳에 가면 저렴한 가격에 중고교복을 구입할 수 있다. 최근 중고교 학생들 사이에서 중고교복을 새 교복과 함께 구입, 원하는 스타일로 변형, 수정해 입는 것이 유행이어서 중고교복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

교복에도 패션이 있다
추워도 폼내려 외투 사양…교복만 달랑

"'간지'가 살지 않아서 그냥 교복만 입어요."

서울 선유도고 1학년인 이모양은 영하의 날씨에도 외투를 입지 않고 학교에 간다.

같은 반 친구들도 대부분 교복만 입은 채로 등교한다. 추위는 참을 수 있어도 스타일이 죽는 건 참을 수 없다는 것이 고등학생들의 교복 패션 철학이기 때문.

이양은 "학교에서 허락한 교복 위에 입을 수 있는 외투라고 해봐야 투박한 더플코트 정도이기 때문에 그냥 교복만 입는다"면서 "춥다고 이거 저거 껴입으면 친구들로부터 '추잡스럽다'는 말을 듣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외투 대신 10대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스포츠 브랜드의 후드티를 교복 재킷 안에 입는다. 등교 시에는 교문에서 복장검사를 하는 학교가 많아 상당수의 학생들이 가방, 쇼핑백 등에 외투 대신으로 입을 수 있는 옷을 싸가지고 온다. 교문을 통과한 뒤 교실에서 갈아입는 것.

관악고 2학년인 김모군은 "유명 브랜드의 옷을 사도 학교에서는 교복만 입기 때문에 반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없어 가끔 교복 셔츠 위에 새로 산 후드티 등을 입고 온다"며 "교복셔츠, 개인 후드티, 교복재킷 순으로 입는 것이 새로운 교복 패션"이라고 말했다.

여고생들의 경우에는 교복과 검정 스타킹을 매치시키는 것을 금한다. 검정스타킹은 살색 스타킹에 비해 두꺼워 보온성이 높고, 실용적이지만 상당수의 학생들이 촌스럽다는 이유로 피해야할 교복 패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살색 스타킹 하나만으로는 추위를 버티기 힘든 날에는 무릎까지 오는 검정 타이즈를 살색 스타킹 위에 입는 것이 감각 있는 여고생의 패션법.

중학생들의 경우 스타킹 대신 쫄바지를 교복 치마 안에 입어 보온성을 극대화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지만 고등학생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고등학교로 진학한 이상 '간지'를 살릴 수 있는 패션을 구사해야 한다. 양천여고 2학년 김모양은 "중학생들은 아직 어리니까 멋보다 따뜻한 옷을 입는 것이 용서가 되지만 고등학생이 쫄바지에 더플코드를 입고 다니면 '왕따'당하기 십상"이라고 설명했다.

일선교사들은 추운 겨울날씨에는 교복 셔츠 대신 목폴라티를 입고 등교할 것을 권하지만 학생들은 폴라티가 어울리는 교복이 있고, 아닌 교복이 있는데 어떻게 '아무 생각 없이' 폴라티를 권하느냐고 반문한다. 이들에게 '간지'를 저버리는 교복 패션을 요구하는 교사들은 생각이 없는 교사인 셈이다.

서울 금옥여고의 한 여학생은 "성인들도 매년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을 따르는 것처럼, 우리도 예쁘게 보이는 교복 유행패션을 좇는 것뿐"이라며 "3년 동안 한 가지 옷만 입고 지내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이재은

덧붙이는 글 | 간지
10대 청소년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스타일, 느낌 있다'는 말로 쓰이는 유행어로 일본어다. 순우리말로는 '간드러지게 멋있다'라는 뜻의 '간지다'가 있다.

덧붙이는 글 간지
10대 청소년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스타일, 느낌 있다'는 말로 쓰이는 유행어로 일본어다. 순우리말로는 '간드러지게 멋있다'라는 뜻의 '간지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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