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표' 된장은 단돈 100원!

"단지 자꾸 여니까 된장 다 닳잖아!"

등록 2006.02.23 17:13수정 2006.02.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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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의 베란다에는 아파트 생활에 어울리지 않게도 장독이 많습니다. 이것 저것 담아두고 먹는데, 장독의 효능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장독이 숨을 쉰다는 거 다 아시죠?)


a 장독대

장독대 ⓒ 정학윤

마침, 저하고 '친한 사람'이 된장을 담갔습니다. 근데, 요번 된장은 숙성도 되기 전에 다 닳아서 없어질까 걱정입니다.

그 간은 그 사람 친정이나 시댁에서 가져다가 먹었답니다. 친정에서 된장을 가져올 때는 가격으로 100원을 지불합니다. 친정의 된장을 대가 없이 공짜로 가져오면 오빠가 못 살게 된다나 어쩐다나?

올해는 직접 된장을 담가 두고는, 스스로도 대견한지 틈만 나면 단지뚜껑을 열어보는 겁니다. 하도 봐대니깐 된장이 안 닳고 배기겠냐는 것이지요.

온라인바둑이나 한 판 둘까 생각하고 컴을 열어두고 있었는데 친한 사람이 뒤에 와서 궁시렁거렸습니다. 신경 쓸 일은 그만 하고, 된장이나 한번 봐달라네요.

a 제라늄

제라늄 ⓒ 정학윤

된장을 담글 때 숯하고 붉은 고추나 대추 몇 알을 넣는 거 아시죠?


숯은 항균과 탈취의 효과가 있어서 넣는 줄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불이 붙은 벌건 숯을 넣는 것이므로, 나쁜 것을 쫓는 축사(逐邪)의 의미가 있습니다. 고추, 대추를 넣는 것 역시 그런 의미지요. 귀한 된장에 부정 타지 말거라 이런 겁니다.(팥죽의 붉은 색이 나쁜 것을 물리친다고 믿는 것과 동일합니다.)

a

ⓒ 정학윤

메주 만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메주콩을 쪄서 불린 다음 으깨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거 아시죠?


떡처럼 많이 으깨도 안 되고, 콩의 원형이 너무 많이 남아 있어도 안 되고. 사랑방의 시렁에 걸어두고 말리던 메주에서 나던 쿰쿰한 냄새. 그렇게나 어색 터니, 이제는 오히려 그리움입니다.

참으로 세월이 많이도 갔네요. 이거 참~

올해에 쓴 메주는 '생활협동조합'을 통해서 구입했다는데, 내년에는 아이들과 직접 만들어봐야겠어요. 사각이나 둥글게 메주의 모양내는 것이 아주 재미나지요. 마치, 흙장난 같습니다. ^^

나의 옛날에만 돌아갈 것이 아니라, 훗날, 나의 아이들에게도 돌아갈 수 있는 옛날을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물(四物)을 덧붙입니다. 방학 동안 온 동네가 소란했을 터인데, 어찌들 견디셨는지 미안한 마음입니다.

a

ⓒ 정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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