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의 1인 시위

등록 2006.02.25 18:23수정 2006.02.2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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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둘째아이 명진이. 정말 떡두꺼비 같죠? 어느새 백일사진도 찍고 옹알이도 시작해 매일매일 엄마,아빠에게 웃음을 선사한 답니다.

둘째아이 명진이. 정말 떡두꺼비 같죠? 어느새 백일사진도 찍고 옹알이도 시작해 매일매일 엄마,아빠에게 웃음을 선사한 답니다. ⓒ 전복순

둘째아이 백일 사진을 진작에 찍어놓고 오늘내일 찾는다는 게 며칠이 지나서야 찾게 되었습니다. 늦은 저녁 퇴근길에 남편이 들고 오더군요.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액자를 꺼내다 그만 시댁에 줄 사진에 흠이 나고 말았습니다.


남편의 따가운 잔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당신은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 내가 그랬어봐 난리 났을 것이여."

제가 봐도 저는 조심성이 정말 없습니다. 게다가 깜빡 잊어버리기도 잘한답니다. 그래서 무슨 일 처리를 해도 꼭 두세 번 손이 더 가야 일이 해결되곤 하지요.

둘째를 낳고 나니 건망증까지 더해져 남편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잔소리를 듣고 산답니다. 저는 남편에게 "애 낳아봐라. 당신도 그럴걸"?하고 말하면 핑계 없는 무덤이 어디 있느냐며 얄밉게 말한답니다. 남자들은 애 낳은 후 여자들의 고초를 너무 모릅니다.

둘째이기 백일사진을 보니 큰아이 백일 사진을 보면서 남편의 말이 생각납니다. 작년가을 중장비사업을 하고 있는 남편은 전주 외지에 있는 산으로 일을 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열심히 땅을 파고 있는데 갑자기 어른 주먹만 한 두꺼비가 꼼짝도 안 한 채 앉아있었다고 합니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남편을 뚫어져라 쳐다 보는 두꺼비가 꼭 큰아들 영진 이를 보는듯해 그냥 둘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남편은 차에서 내려 보기에도 징그러운 두꺼비 한쪽 다리를 들고 산 쪽을 향해 살며시 던져 주었다고 합니다.


"다시는 내려오지 말아라. 바퀴에 깔려 죽는다."

그렇게 다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아까 봤던 두꺼비 녀석이 또다시 그 자리에 앉아있는 거였습니다. 남편은 또다시 내려 산으로 던져주었습니다. 혹시 시끄러운 장비소리에 두꺼비가 일인 시위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남편은 그날 두꺼비의 잦은 등장으로 여섯 시면 끝날 일을 저녁 늦게까지 하게 됐다고 합니다. 천사 같은 마음을 지닌 남편에게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을 남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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