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교육도 아닌데, 돈 없으면 못 다니는 거지"

경기교육청의 해괴한 '유전유학, 무전무학론'

등록 2006.03.01 14:37수정 2006.03.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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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21일 연 제164회 경기도교육위원회 조례심사소위원회의 공식 회의록.

지난 21일 연 제164회 경기도교육위원회 조례심사소위원회의 공식 회의록. ⓒ 윤근혁

"돈 있으면 다니는 것이고 돈 없으면 못 다니는 것이지… 의무교육이 아닌데 돈이 없다고 해서 당연히 국가에서 교육을 시킬 의무는 없는 것으로 저희는 판단하는데…."

수업료를 제때 내지 않은 학생에게 출석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조례제정을 추진 중인 경기교육청(교육감 김진춘)의 관계자가 지난 21일 한 말이다. '수업료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킨 경기도교육위원회 소위원회 공식 회의에서다.

이는 '164회 경기도교육위원회 조례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통해 밝혀졌다. 경기교육청 S과장은 이날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지 않으냐"고 교육위원들을 설득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또 경기교육청 관계자들은 수업료 미납학생에 대한 제재방안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같은 태도는 교육양극화 해소를 올해 중점 사업으로 잡은 정부 여당과 교육부의 정책의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셈.

경기교육청 '출석정지 조례안' 강하게 밀어붙여

S과장은 이날 조례 제안 설명을 통해 "수업료 징수기일 경과 후 체납이 2개월 이상이 된 자는 출석정지 처분을 할 수 있고, 입학금을 기간 안에 내지 않은 때에는 입학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재삼 교육위원이 비교육적이라고 질책하자 S과장은 "실제로 돈이 없어서 미납하는 것이 아니고 따져보면 보건복지부에서 준 돈을 부모가 써버리는 바람에 미납이 되는 것"이라며 "실제로 돈 없어서 못 다니는 아이들은 저소득층자녀 학비신청을 하면 다 된다"고 답했다.


C지원국장의 지원사격도 눈총을 받았다. 그는 "정부 법이나 규칙, 징수라는 문제에서는 반드시 벌칙 조항이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면서 "만약에 벌칙 조항이 없었으면 전부 다 수업료를 안 낸다고 가정을 했을 때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 2003년 12월 18일자 '수업료 및 각종 납부금의 징수지도'란 제목의 공문에서 "수업료를 내지 않더라도 학생에 대한 출석정지를 금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경기도교육위원회 소위에서는 전체 출석위원 8명 가운데 6명의 찬성(반대 2명)으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전교조 임원 출신의 이재삼, 최창의 등 2명의 의원만 경기교육청의 조례안 밀어붙이기에 강하게 반발한 것. 전직 교육감, 학무과장, 지역 사립유치원 연합회장, 지역 새마을금고협의회장 출신 등 나머지 교육위원 6명은 찬성표를 던졌다.

"사학법인 체납엔 강제수단 없으면서... 학생에겐 출석 정지라니"

그러자 이재삼 의원은 "사학법인들이 법정전입금을 체납해도 받아낼 수 있는 강제수단도 없지 않으냐"면서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출석을 정지한다는 것은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라고 반대했다.

최창의 의원도 "수업료를 못 내는 것은 대부분 학생의 문제가 아닌 부모님의 문제"라면서 "수업료를 못 내면서도 학교에 나오는 학생들에게 출석정지를 시키는 것은 교육적으로 합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반면, 찬성표를 던진 이아무개 의원 등은 "공짜심리가 팽배해 있기 때문에 조례가 필요하다", "이왕 이런 것(조례)을 해놓았으면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날 회의 발언과 관련 경기교육청 C국장은 28일 전화통화에서 "돈 없으면 학교 못 다니는 것이라는 우리 교육청 직원의 말은 성숙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교육위원회에서 통과된 조례는 위법사항이 없는 것이므로 경기도의회에 자동으로 상정된다"고 말해 기존 조례안을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수업료 미납학생에 대한 출석정지 조항은 상징적인 문구"라면서 "실제로 출석정지하지는 않을 것인데 언론이 편파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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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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