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표준시 독도 기점으로 독립하자

3·1절 아침에 우리와 내 시간을 다시 생각한다

등록 2006.03.01 16:00수정 2006.03.0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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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아침에 우리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a 왜소한 호랑이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웅비하길 바랍니다. 다시는 외침이나 내전이 없길 바랍니다.

왜소한 호랑이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웅비하길 바랍니다. 다시는 외침이나 내전이 없길 바랍니다. ⓒ sigoli 고향

3.1절과 광복절 때마다 우린 요란하게 친일파와 잔재청산을 말한다. 그러다가 며칠 지나면 망각하고는 다시 연례행사를 치르곤 한다. 수십 년을 반복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친미파는 당분간 거론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대세다. 그러나 역사는 두고 볼 일이다.

국어사전 한자어 절반 가까이 일본식이다. 낱말의 60%는 영어로 채워져 있다. 일본말과 영어를 모르면 오늘 대한민국에서 의사소통 자체가 어렵다. 말과 글, 생활 곳곳에 박힌 일제와 미국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청산, 해소, 제거와는 반대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판단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근저에 깔린 사대주의, 제국주의 정신을 말끔히 덜어내는데 아예 불가능에 가깝다는 자조도 들린다. 그만큼 내 안에 든 실력과 스스로 헤쳐나가는데 많은 한계를 갖고서 근대화 과정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나는 국수주의와 하등 상관없는 사람이다. 이런 내가 우리 민족, 우리나라, 우리말, 우리 땅, 우리 것, 우리 농산물을 거론한다.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들먹인 '우리'는 자존, 자립, 자주를 위한 근간이다. 이런 요소가 튼튼하게 자리 잡고 있다면 제아무리 강력한 외국문물이 들어와도 당당히 그들과 어울려 우리 문화가 찬란히 꽃피울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독 '우리'가 강조되는 산물이 있다. 그 사랑이 차고 넘쳐 온 나라가 애국주의, 민족주의에 경도되기에 이르고 급기야 강요하기까지 한다. 관습이었다가 불문헌법이 되다시피 한 무궁화, 태극기, 애국가다.

평소엔 흩어져있던 우리를 똘똘 뭉치게 하는 촉매이다. 좌우를 막론하고 이 셋을 입기도 하고 무기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 세 가지만 있다면 별다른 포장을 할 필요가 없이 애국자가 된다.


a 태극기만 뒤흔들고 상업적으로 쓴다고 애국자가 아닙니다. 경동시장 약령시 앞 대형 건물에 태극기 문양을 새긴 이유가 물까요?

태극기만 뒤흔들고 상업적으로 쓴다고 애국자가 아닙니다. 경동시장 약령시 앞 대형 건물에 태극기 문양을 새긴 이유가 물까요? ⓒ sigoli 고향

반대로 이 매개가 때론 국민통합 차원을 넘어 타 민족국가와 대결을 부추기고 조장하니 지구촌 시민으로서는 걸맞지 않은 자만이요, 자충수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다시금 우리를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이었지만 긍정성만 강조된 측면이 강하다. 한류(韓流)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한일축구를 앞두고 객관적 전력을 평가하면서도 누군가 우리가 일본에 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면 매국노로 낙인찍히기도 하는 게 오늘 우리의 현주소다. 우리라는 말에는 과연 어떤 지독한 사랑을 내포하기에 그런 건가.

서해가 아닌 함흥, 독도, 부산을 날짜변경선 시점으로 하자

일제잔재청산과 오늘 한일문제의 중심에 있는 독도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자강을 목표로 부국강병도 대안일 수 있겠으나 이미 이웃나라와 미국의 위력한 힘에 필적할 만한 실력을 키우는 데는 적잖은 시간과 노력, 재정이 필요하다. 아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세계지도를 펼쳐보라. 동방의 작고 아름다운 나라는 길든 우리가 바로 찾기에도 드넓은 태평양이 없다면 다소 시간이 걸린다. 왜소한 땅덩어리마저 둘로 나뉘어 제 능력을 맘껏 발휘하지도 못하고 있다.

환부를 드러내 잘라내고 우수한 우리의 자산을 키워 새롭게 다지고 가꿔야 할 게 오만가지나 관행이 되었다는 핑계로 거론조차 하지 말라는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시간이다. 단기 4339년 혹은 2006년 3월 1일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째깍째깍 바뀌는 시간이 뭐 그리 대단할까마는 우리의 독립적인 시간을 갖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돌아보고 가꾸는 데 필수 덕목임을 제안하고 싶은 거다.

날짜변경선이라는 건 무엇인가? 그리니치천문대가 있는 런던을 기점을 경도 0˚로 놓고 15˚마다 1시간씩 느려지거나 빨라지게 하는 약속이다. 이렇게 북에서 남으로 이어진 선을 따라 동으로 가면 1시간이 늦어지고 서쪽으로 이동했다면 1시간이 빨라진다.

런던이 정오(낮 12시)라면 정반대편인 동경 180˚ 날짜변경선에 이르면 동일한 시간을 우리는 자정(오전 0시)으로 한다. 초기엔 변경선이 직선이었다가 섬나라나 대륙에 걸치는 경우 시간은 물론이고 날짜마저 달라지고 마니 그런 폐해를 막기 위해 좌우로 조정하다 보니 들쭉날쭉한 듯 보이지만 대부분은 이 규칙을 따르고 있다.

그럼 우리 시각은 현재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 베링해를 거쳐 태평양 한가운데 길버트제도와 퉁가를 거치는 날짜변경선에서 15˚씩 3번 서쪽으로 이동한 네 번째 구역에 해당하는 일본과 같은 지대에 있다. 누가 이런 시간을 우리에게 쓰도록 했는지는 몰라도 한번이라도 문제제기를 통해 우리나라에 가장 적절한 시간을 찾고자 했는지 알고 싶은 거다.

a 노랑과 주황은 표준시간대를, 보라색은 중간시간대, 숫자는 중간시를, 연초록은 특수시간대.

노랑과 주황은 표준시간대를, 보라색은 중간시간대, 숫자는 중간시를, 연초록은 특수시간대. ⓒ sigoli 고향

더 유심히 표준시간대를 표시한 지도를 보면 이마저 일제의 잔재가 아닌가 싶다. 동해를 중심으로 일본과 같은 시간대에 넣는 것까지 나무랄 수는 없겠지만 왜 압록강과 서쪽 해안선과 제주도를 따라 남쪽으로 시간대를 그었는지 의문스럽지 않은가. 무슨 꿍꿍이가 있었거나 관행 외엔 달리 방법이 없어서 기준을 따랐다는 추측은 어떤가.

모름지기 2차대전을 거친 이후 독립국을 세웠다면 모든 게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 법과 제도 정비를 통해 생활에 필요한 자잘한 규범과 사회적 약속을 새로 정해 일신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전쟁을 만나 또 한 번 소용돌이에 접어들다 보니 간과하고 넘어가 오늘 이날까지 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싶다.

호주대륙 중앙과 벵골만 여러 나라에는 30분대 시간을 적용하여 독립적인 시간이 있다. 나는 내 시간을 갖고 싶다. 나는 우리 스스로 정한 시간에 길들고 싶다. 누구도 이 표준시를 강제할 권한은 없는 걸로 안다.

일본이 망언을 자주 하고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길 때마다 전전긍긍하거나 동해를 일본해와 함께 표기하는 것만으로도 자축하는 게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다.

이참에 아예 일본과 한국이 정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기준으로 함흥 위 경흥에서부터 독도와 울릉도를 기점으로 날짜변경선을 그어 그 서쪽을 우리 시간으로 삼기를 바란다. 중국시각에 편입되기가 꺼림칙하다면 일본보다 30분 늦추고 중국보다 30분 이른 시간을 가져도 무방하겠다.

이렇게 되면 세계 어느 나라나 인정하는 지도상에도 대한민국의 존재가 부각될 것이다. 또 독도가 대한민국 땅, 우리 땅임을 만천하에 알리고 선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세계지도를 다시 그리자. 생활의 불편은 '서머타임'으로도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다.

a 오른쪽 보라색이 날짜변경선입니다.

오른쪽 보라색이 날짜변경선입니다. ⓒ sigoli 고향

덧붙이는 글 | 김규환 기자는 고향신문 시골아이 고향(www.sigoli.com)을 만들고 있습니다. U포터에도 송고 합니다.

덧붙이는 글 김규환 기자는 고향신문 시골아이 고향(www.sigoli.com)을 만들고 있습니다. U포터에도 송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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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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