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눈부신 책,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고

등록 2006.03.02 14:20수정 2006.03.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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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만 한다. 그 사람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있고, 그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생각이 더없이 고결하며,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런데도 이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잊을 수 없는 한 인격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세월을 두고 자꾸 읽게 되는 책이 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으로 마음이 먹먹해지는,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은 어른과 청소년, 어린이 모두에게 큰 감동을 선물하는 보기 드문 책이다.


나의 막내 동생은 책을 보면 우선 맨 뒤페이지로 넘어가 책의 매수를 확인한다. 보통은 300페이지 정도 되는데, 300~400페이지 정도 되면 부담스러워 하고, 그 이하에서는 '읽을 만 하다'고 얼굴에 미소를 띤다.

한 페이지에 할당된 행의 수를 확인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책을 단지 양으로 판단하는 동생에게 이 책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책 곳곳에는 판화 그림이 있으며 글씨도 크고 페이지수도 얼마 되지 않는 책이었다. 책을 읽고서 동생은 "나무를 심자!"고 외친다. 좀더 길게 느낌을 말해주면 좋겠지만, 아직 워밍업 단계다. 언제고 자신이 원해서 책을 읽게 되었을 때 좀더 긴 감상문을 기대하며 재촉하지 않기로 했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일을 문학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여행자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의 고산시대로 도보여행을 떠났던 저자는 수만 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혼자 살아가는 노인 엘제아르 부피에를 만난다. 그는 황무지와 같은 땅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양을 키우고, 벌을 치면서 외롭게 나무를 심어 왔다.

1910년에 심은 떡갈나무들은 그때 열 살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무들은 나보다, 엘제아르 부피에보다 더 높이 자라있었다. 참으로 놀라운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말문이 막혔다. … 평화롭고 규칙적인 일, 고산지대의 살아 있는 공기, 소박한 음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의 평화가 이 노인에게 놀라우리만큼 훌륭한 건강을 가져다 주었다. 그는 하느님이 보내준 일꾼이었다. 나는 그가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땅을 나무로 덮을 것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 본문 중에서

나무를 심은 지 40년 후, 황무지는 비로소 거대한 숲이 된다. 그 부근에는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어 마을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하게 만든 사람은 엘제아르 부피에다. 그가 없었다면 어쩌면 아직도 그 황무지와 같은 땅은 그 상태 그대로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사람이 오직 정신적, 육체적 힘만으로 황무지에서 이런 가나안 땅을 이룩해 낼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주어진 힘이란 참으로 놀랍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위대한 혼과 고결한 인격을 지닌 한 사람의 끈질긴 노력과 열정이 없었던들 이러한 결과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엘제아르 부피에, 그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신에게나 어울릴 이런 일을 훌륭하게 해낸 배운 것 없는 늙은 농부에게 크나큰 존경심을 품게 된다. - 본문 중에서

a 제일 먼저 피어난 동백꽃

제일 먼저 피어난 동백꽃 ⓒ 정명화

문명이 발달할수록 자연은 파괴되어 간다. 사람들은 나무를 심는 일보다 나무를 베는 일에 열심이다. 그래서일까? 공기는 점점 탁해지고, 그 공기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탁해지는 것 같다. 화분에서 자라나는 자그마한 나무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에게 숲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며칠 전 동백꽃 한 송이가 활짝 피어났다. 햇수로 3년 만에 핀 꽃이다. 꽃봉오리 진 채 작년에는 얼어버렸는데 올해는 용케도 꽃을 틔웠다.


꽃이 피기를 바라고 동백나무를 구입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반들반들 윤이 나는 동백나무의 잎이 그저 보기 좋았기 때문이었다. 키가 작은 나무이기도 하거니와 흙이 충분치 않은 화분에서 꽃을 피우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처럼 작은 체험에서도 자연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데, 엘제아르 부피에의 업적은 경외스럽기까지 하다.

이 책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어린이날 선물로 조카들에게 책과 애니메이션을 함께 선물하면 참 좋을 것 같다. 꿈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다른 어떤 선물보다도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자연과 환경을 돌아보게 만들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은 진정 행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우리에게 주고 있었다.

나무를 심은 사람

프레데릭 백 그림, 장 지오노 글, 햇살과나무꾼 옮김,
두레아이들,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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