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앤리의 밥집 주인 정씨가 2일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종이를 식당 입구에 붙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조앤리의 밥집' 벽보의 한 쪽 모서리는 투박하게 찢겨 있었다. 뒤집어보니 1·2월 달력이다. 노란색 테이프도 덕지덕지 붙어있다. 2일 오전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탄 벽보치고는 종이의 출처가 소박하다.
이 밥집의 주인은 3월을 맞아 지난 달력 한 장을 찢는 김에 뒷면에다 최연희 전 사무총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조앤리의 밥집에서 식사를 드실 수 없습니다. 음식점 주인 백'.
이색 벽보로 휴일(3월 1일) 삼청동 방문객을 웃거나 혹은 당황하게 만들었던 주인공은 정현옥(44)씨. 그는 친구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조앤리의 밥집'이라는 한식집을 하고 있다. 나무 테이블 7개 정도가 놓인 조그만 식당이다.
야생초 겨자무침, 곰취 보쌈, 민들레 샐러드 등 '웰빙' 식단으로 봐서는 스트레스성 정치이슈와 담쌓고 살 것 같은 이가 웬 벽보 도발?
"(웃음) 난 저게(벽보 붙이는 것) 웰빙이라고 생각한다. 밥만 한다고 건강해지나. 마음 속에 독소가 들어오면, 내가 어떻게 감당하나."
옆에 있던 남편 이정태씨도 최 의원을 가리켜 "그 사람의 한마디로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 얼마나 많느냐"며 거든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 웰빙까지 도와주겠다는 뜻이다.
"밥값에 내 인권까지 팔 수 없다"
정씨는 벽보를 붙이게 된 이유에 대해 "저 정도는 쓰고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최 의원이 성추행 해명과정에서 "음식점 주인인 줄 알고 그랬다"는 말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정씨는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밥값으로 음식점 주인의 인권까지 살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깨뜨리고 싶었단다.
"음식점 주인을 들먹이면서 자신의 못난 행동을 변명하려 한 점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국회의원 하면 안 된다. 밥도 못 준다.
'음식점 주인인 줄 알았다'는 변명은 사회 전반에 있는 편견 중 빙산의 일각이다. 돈 내고 밥 먹는다고 식당 종업원을 자기 물건처럼 대하면 안된다. 각자의 역할은 인권 위에 있어야지, 밥값에 내 인권까지 포함시킬 수 없다."
급한 마음에 우선 달력을 찢은 정씨는 1일 오전 9시께 벽보를 붙였지만, 밤 9시 반 퇴근 길에 스스로 벽보를 뗐다. 분명 누군가 밤새 벽보를 찢어놓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찢겨진 것을 보면 더 화가 날 것 같아서 정씨 손으로 뗐다.
정씨는 "벽보를 붙일 당시에는 탈당한 사실을 몰랐다"며 "탈당이 뭐냐, 의원직 사퇴해야 한다, 장고할 필요도 없는 걸 갖고…"라고 말했다. 남편 이씨도 "사퇴할 때까지 벽보를 붙여놓아라"며 거들었다.
일부 손님들 눈흘김에 항의전화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