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평양을 건너온 고들빼기한나영
사실 그 기사를 쓴 것은 '국내도 아닌 해외에서 받아본 우리 고유의 음식인 김치에서 이물질이 나왔기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는 다분히 감정적인 내용을 전달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기분이야 나빴다.
하지만 내 불쾌한 감정으로 끝날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참에 우리나라 김치의 품질관리 문제를 점검해 보며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더구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대표 음식인 김치가 김치 종주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명성을 잃어가고 있고, 일본과 중국이 우리를 추격해 오는 상황이라고 하니 이런 부실한 품질관리에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주목받는 댓글이나 쪽지 없이 스크랩 2회와 조회수 4300여를 기록한 채 잉걸로 떨어졌다. 물론 이 글을 읽은 독자들 가운데 품질관리와 관련된 이들이 있어 이들에게 약간의 경각심이라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면 글쓴이로서는 수확을 거둔 셈이지만 말이다.
하여간 별 반응이 없는 가운데 이 기사가 내려갔는데 뒤늦게 관계자가 전화를 해오니 조금은 겸연쩍었다. 하지만 품질관리는 김치뿐 아니라 모든 제품, 모든 서비스에 대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찌 보면 제품의 사활이 걸린 일이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품질관리와 관련하여 내가 경험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미 기사로도 나갔지만 지난달에 인터넷 회사인 '아델피아' 기술자가 반 년만에 우리집에 와서 인터넷을 설치하고 갔다. 물론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일단 설치한 뒤에 이들이 보여준 고객관리와 품질관리는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아델피아 기술자는 우리집에서 작업을 마친 뒤 '고객 동의서(Customer Agreement)'를 내밀며 사인을 요청했다. 아울러 우리집의 케이블 위치가 그려진 도면과 안내문을 내게 건넸다. 거기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델피아를 신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귀댁에 케이블을 설치하는데 먼저 지상에 케이블라인을 설치하려고 합니다. 이 케이블라인은 귀댁의 전면 혹은 후면에 있는 부속건물에 위치한 케이블대까지 연결될 것입니다.
저희는 날씨, 스케줄, 그리고 이 동의서 취합에 맞춰 정해진 날에 케이블선을 묻을 계획입니다. 귀하의 재산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케이블라인을 묻으려고 하니 아래 정보를 얻는데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가운데 귀하의 주거상태에 해당이 되면 알려주시고 케이블 매장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이 양식을 제출해 주십시오. 질문이 있으면 사무실로 연락을 주십시오.
가두어 두어야 할 개가 있습니까? 예 _________, 아니오 ________
잠궈 두는 대문이 있습니까? 예 _________, 아니오 ________
케이블선을 묻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귀하 소유의 스프링클러나 전선, 수도관, 배수관, 경보기, 그밖의 지하 시설물이 있으면 오른쪽 도표에 그 위치를 표시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