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의원님, 제가 고발하겠습니다"

'DJ 치매' 발언 보도한 <브레이크뉴스> 기자, 검찰 고소 입장 밝혀

등록 2006.03.03 16:57수정 2006.03.0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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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기석 기자가 전여옥 의원을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브레이크뉴스>의 보도 내용.

김기석 기자가 전여옥 의원을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브레이크뉴스>의 보도 내용. ⓒ 브레이크뉴스


"전 의원님, 차라리 제가 고발하겠습니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공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치매든 노인'으로 비하했다고 보도했던 인터넷언론 <브레이크뉴스> 김기석 기자가 지난 1일 위와 같은 제목의 글을 통해 전 의원을 검찰에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기자는 전 의원이 지난달 22일 오후 2시 대전 서구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전시당 당원행사에 연사로 나서서 "5천억원을 김정일 개인계좌로 주면서 김정일이 공항에서 껴안아주니까 (김 전 대통령은) 치매든 노인처럼 얼어서 서있다가 합의한 게 6·15선언 아니냐"고 비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 기자는 자신의 기사가 보도된 뒤 전 의원이 "치매라는 표현을 쓴 기억이 없다"면서 법적대응 의사를 표명하자, 지난 1일 <브레이크뉴스>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6일 정오까지 사실에 근거한 입장표명과 함께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6일 오후 2시 대전지방검찰청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 의원이 조선일보, YTN 등 언론을 통해 '치매 발언은 기억도, 한 적도 없다'며 '기사를 보니 내 말들이 상당수 다르게 쓰였다'고 발언하는 등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주일 동안 전여옥 의원이 보여준 행동에는 '명예'도 '진짜 보수'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그래서 누구의 목숨보다도 소중한 제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직접 나서기로 했다"며 전 의원을 고소하려는 배경을 설명했다.

다음은 김 기자의 입장 전문이다.


전여옥 의원님.

'DJ 치매' 발언과 관련해 24일자 조선일보 기사에 의하면 전여옥 의원님은 '치매 발언은 기억도, 한 적도 없다'며 '기사를 보니 내 말들이 상당수 다르게 쓰였다'고 발언했습니다. 그리고는 저와 제가 속한 회사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한다고 수차례 공언 한 것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사실 고발을 당한다는 게 여러가지 귀찮음이 따르고 시간과 비용까지 부담을 해야 해서 곤혹스럽지만 그건 제 개인사정이고,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독자들을 위해 전여옥 의원님이 저를 고발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야만 제 기사와 전여옥 의원님의 발언 중 어느 것이 진실인지 가려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여옥 의원님이 공언했던 고발은 없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인사들이 '두루뭉실'하게 사과하는 것으로 파문을 종결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건 순서가 아닙니다. 먼저 전여옥 의원이 진상을 공개하고 사과를 한 후에 지도부의 대국민사과가 있어도 늦지 않습니다. 그런데 당사자인 전여옥 의원은 지난 1년간 11억원의 수익을 올려 재산 공개 공직자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렸다는 보도만 나올 뿐 자신의 'DJ 치매' 발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한 여당의 대응 또한 애처롭기는 한나라당에 뒤지지 않습니다. 여당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윤리위 제소가 실효가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의무적으로 제소를 했습니다. 마치 한 편의 '정치적 이벤트'를 보는 듯 했습니다.

윤리위에서 전여옥 의원의 발언이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결정이 나고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게 거짓말이라고 들통나도 그러한 사실을 본인에게 통보하고 본회의에 보고하면 끝입니다.

자신의 명예는 자신이 지켜야

물론 전여옥 의원이 명예를 소중히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응징이 될 겁니다. '진짜 보수'는 거짓말하지 않고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거든요. 하지만 일주일 동안 전여옥 의원이 보여준 행동에는 '명예'도 '진짜 보수'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누구의 목숨보다도 소중한 제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직접 나서기로 했습니다.

전여옥 의원님이 6일 정오까지 사실에 근거한 입장표명과 함께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6일 오후 2시 대전지방검찰청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전여옥 의원님을 고발할 예정입니다.

사실 고민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일부 정치부기자는 한나라당을 '집권야당'이라고 부를 정도로 한나라당의 위세는 막강합니다. 이번일이 생긴 것도 그런 자부심(or 자만심)의 결과 아니겠습니까.

지금의 여론지지도라면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게 무서워 - 아니 한나라당이 현재 집권 여당이라고 하더라도 저의 기사가 왜곡됐다고 주장하는 전여옥 의원님의 발언을 피해갈 순 없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사목사목 대응할 것 입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기사에 단 댓글을 통해 '인터넷 언론은 알바'라고 폄훼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신문이나 종이 신문이나 취재하는 기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터넷 신문과 종이 신문은 단지 전달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입니다.

그런 잘못된 시각으로부터 인터넷언론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검찰고발 운운하며 취재 의욕을 꺾으려는 거대 야당의 폭거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귀찮음을 무릅쓰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정도면 된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역지사지'입니다. 여러분이 제 입장이라면 저는 여러분의 결정을 존중하고 도와 드릴 거 같습니다.

그리고 전여옥 의원님.

인터넷신문이 언론을 이용해 전여옥 의원님을 핍박한다는 말씀을 하실까봐서 지금까지 자중했던 것처럼 6일 정오까지 이와 관련한 일체의 글을 올리지 않겠습니다. 전여옥 의원님이 기자였을 당시 이런 일이 생겼다면 전여옥 기자님도 저처럼 대응 하셨을 거라 굳게 믿고 제 길을 가겠습니다.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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