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의원님, 어디 가셨나요?
<브레이크뉴스>의 김기석 기자가 3월 6일 오후 2시에 대전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12시 지나서 전여옥 의원의 공개 사과 발언이 있는 것은 무시할 것"이라고 말하고 "재판 중간에 전 의원하고 합의가 돼서 소를 취하하는 상황도 없을 것"이라고 밝혀 대단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기석 기자가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반면, 전여옥 의원측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어서 국민들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아니 국민들이 이해찬 총리의 골프,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에 관심을 두고 있어서 전여옥 의원의 '치매 발언'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국민들은 전여옥 의원의 반응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혹시 여론이 이해찬 총리의 골프,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으로 집중되어 있어서 어쩌면 슬그머니 넘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신 건 아니겠죠? 다른 사람들에게 정치적 책임을 강요하셨던 전여옥 의원님이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 어떠한 행동을 보이실 것인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는 국민들이 있는 한 슬그머니 구렁이 담넘어가는 상황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이상하게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전여옥 의원을 생각하면, 최연희 의원처럼 버티기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인터넷과 신문은 필요할 때만 참고하시기 때문에 이번에 김기석 기자의 행동을 전혀 모르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하고서 죽은 듯이 침묵을 지키면 자연스럽게 이번 사태가 흐지부지 끝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초반의 당당한 모습으로 법정에서 사태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전여옥 의원님, 요즘 얼마나 심기가 불편하십니까
전여옥 의원님, 요즘 얼마나 심기가 불편하십니까? '치매' 발언이 이렇게 끈질기게 따라붙을 줄 모르셨죠? 정치라는 것이 그런 것 같습니다. 금방 잊어주었으면 하는 것들이 오래 갑니다. 전 의원님이 즐겨 씹으시던 여당 정치인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하실 수 있나요? 치매 발언 보도가 등장하기 이전에 왕성하던 홈페이지와 개인 블로그는 약간 주춤하는 기색이 역력한 것 같습니다. 물론 네티즌 중에서 전여옥 의원님의 팬이 대신 변호해 주고 있지만, 그다지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한나라당 에이스로 부상하시기까지 참으로 용감하게 정치의 한복판에서 때로는 독설로 때로는 우기기로, 수다같은 이야기로 한나라당을 위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하신 것은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습니다. '치매 발언'이 있었다는 현장에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현 정부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을 것입니다.
항상 입만 열면 위험스러운 발언을 해온 전여옥 의원이었기에, 이번 '치매 발언'에 대한 법정 공방은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 조금, 아니 너무 늦게 벌어졌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물론 전여옥 의원님으로서는 이번 일에 대해서 조금 심기가 불편하실 것입니다. 어쩌면 '미친 개한테 물렸다'라는 생각도 하실 것입니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한 것을 들었습니다.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사가 된다." 사람들은 이번 김기석 기자가 출판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은 충분히 기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번 고소 사건은 전자의 경우인 개가 사람을 물었다는 느낌보다는 후자의 경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전여옥 의원님은 자신이 한나라당의 기둥이요, 국가를 위해 한 몸 바치는 투사요,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는 위대한 연설가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전여옥 의원이 여기에서 무너진다면 한나라당도 큰 타격을 받을 정도로 한나라당 지지 세력의 사랑을 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발한 말장난으로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던 독설들을 생각해 보면 이 정도로 무너질 전여옥 의원님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전여옥 의원님이 무너진다면 한나라당의 이계진, 박진의 투톱으로는 이후 대정부 압박에 많은 한계를 드러낼 것입니다.
전여옥 의원님은 한국의 정치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셨습니다. 정치에 대한 토론을 수다의 수준으로 바꿔놓으셨고, 청문회에서 상대방에게 발언할 기회도 주지 않는 기발한 ○× 문제, 4지선다형 질문으로 청문회를 코미디 수준으로 바꿔놓으셨습니다.
이러한 업적 이외에도 지금까지 발언한 내용을 살펴보면 욕먹기 딱 알맞은 말들만 골라서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정치인들 중에서 그런 사람을 보기 힘들었는데, 전여옥 의원님은 정말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스타(?)가 되셨습니다.
사람들은 이후 전여옥 의원님의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입니다. 그리고 솔직한 태도입니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는 있지만 그 잘못을 시인하고 국민들 앞에 솔직하게 다가서는 것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혹시 법정에서 미꾸라지처럼 교묘하게 빠져나가기 위해서 연습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증거도 인멸하고, 사람들과 입을 맞추고, 사태의 본질을 왜곡시키기 위해서 해당 기자의 뒷조사를 한다거나, <브레이크뉴스>에서 지금까지 잘못 보도한 사례를 밝히기 위해서 헛된 수고를 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해당 기자가 대충 합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의지를 갖고 계시기 때문에 앞으로의 진행 상황이 더욱 흥미롭습니다.
바라기는 국민들에게 진실되고 거짓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행동을 기대하고 싶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한 말이 많은 부분 왜곡되었다' 이런 식의 오리발은 앞서 가신 사이비 정치인들이 한결같이 사용하던 관용어인 동시에 보편적인 모습입니다. 이제 김기석 기자가 고소한 오늘 이후, 과연 전여옥 의원님이 어떠한 행동을 취할 것인지 국민들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국민들은 갑자기 월드컵 예선전보다도 더 흥미있는 내용을 접한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번 사태는 슬그머니 구렁이 담넘어가듯 넘어가서는 안됩니다. 반드시 정치인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본때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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