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만나는 논병아리와 쇠오리

환경운동연합 소모임 '하호' 야생조류 탐사기 (5) 여의도 샛강생태공원/밤섬

등록 2006.03.07 10:00수정 2006.03.0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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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마지막 주말. 환경운동연합 소모임 '하호'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를 찾았다.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중심지인 여의도 주변에서 야생자연의 자취를 찾기 위한 탐조의 걸음은 따뜻해진 날씨만큼이나 가벼웠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북쪽 한강 위에 떠있는 밤섬과 남쪽으로 작게 흐르는 샛강은 야생조류가 서식할 수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지하철 대방역에서 내려 도보로 10여 분. 빌딩과 아파트로 이루어진 인공의 숲 사이를 지나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에 도착했다.

하천 부지를 생태적 자정 능력을 갖춘 생물 서식처로 복원해 낸 생태공원. 문명의 삶 한복판에서 자연을 발견하기 위한 소망은 얼마나 이루어질 수 있을까. 두근거리는 마음 한 구석으로 공원의 풍경이 들어왔다.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직박구리.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직박구리.하호-이병우
공원 곳곳에 심어진 나무에는 봄을 부르는 새싹이 푸릇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겨울 사이 잠잠했던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들도 깨어나고 있었다. 계절의 변화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생동감을 더하며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었다.

보통의 경우 산새들은 나무 사이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날아오르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산새는 그 소리와 나는 모습을 통해 특징을 찾아내는 것이 좋다.

나무 사이에서 "삐잇-삐잇"하는 요란한 소리가 난다면 그것은 분명히 직박구리이다. 쌍안경과 망원경을 통해 직박구리의 회갈색의 날개와 눈 뒤의 밤색 반점, 배 쪽으로 난 흰색 반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봄을 맞이하는 직박구리의 향연은 공원 여기저기에서 강한 울림으로 퍼지고 있었다.

나무 사이 덤불에서 떼를 이루며 낮게 날아가고 있는 새는 붉은머리오목눈이이다. 밝은 갈색의 몸 색깔을 띠고 있어 육안으로도 참새와 충분히 구분이 가능하다. 일명 뱁새라고 불리워지는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전체 몸길이가 13cm 정도로 매우 작으며, 긴 꼬리가 특징이다.


적갈색 가슴과 배를 가진 딱새 숫컷.
적갈색 가슴과 배를 가진 딱새 숫컷.하호-이병우
"휫- 휫-"하는 듯한 금속성 소리가 나고, 앉아 있을 때 머리와 꼬리를 까딱거리며 "딱딱"하는 소리를 내는 것은 딱새이다. 연한 갈색의 암컷과 달리 가슴과 배, 허리의 적갈색 깃털이 눈에 띈다면 수컷 딱새로 낙점!

봄을 알리는 새들의 다채로운 소리는 도시 공간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힘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자연의 지휘 아래 만들어낸 새들의 교향악. 이처럼 아름답고 경이로운 음악에 빠져드는 즐거움이란!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조화로운 음악을 들으며 공원을 빠져나와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으로 향했다.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여의도 한강 시민공원에는 12월에서 2월 사이 겨울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조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서강대교 위에서 바라본 밤섬의 정경
서강대교 위에서 바라본 밤섬의 정경하호-이병우
망원경 안으로 가득 들어오는 밤섬. 밤섬은 여의도처럼 한강 하류에 형성된 하중도(곡류 하천이 유로가 바뀌면서 하천 가운데 생긴 퇴적 지형)이다. 1960년대 여의도 개발이 시작된 이후 자갈 채취를 위해 섬을 폭파했으나 퇴적물들이 오랜 시간 쌓이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추었다.

작은 몸집을 가진 논병아리.
작은 몸집을 가진 논병아리.하호-이병우
1999년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되었고 지금은 철새들의 낙원이 되었다. 인간의 손이 거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버드나무숲은 고요하고 신비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작은 섬 가운데 무성한 나뭇가지들과 은빛 모래밭 사이로 새들이 날고 우리는 천국을 살짝 훔쳐 보는 듯한 경이로움에 한껏 빠져들었다.

망원경 안으로 작은 논병아리가 눈에 들어왔다. 눈길을 주기가 무섭게 물 속으로 쏙 들어가 버리는 논병아리. 이름만큼이나 작고 많은 수를 한꺼번에 발견하기 어려운 물새이기에 짧은 만남을 그저 아쉬워할 수밖에. 멀리 보이는 강가에 수많은 새들이 긴 띠처럼 늘어서 헤엄치고 있었다.

물위를 날아오르는 쇠오리.
물위를 날아오르는 쇠오리.하호-이병우
그 다양하고 수많은 새들 사이에서 물위에서 날고 있는 쇠오리가 렌즈에 잡혔다. 새의 이름 앞에 '쇠'가 붙으면 작다는 의미로 통한다. 다른 오리에 비해 작은 몸체를 지녔지만 적갈색 머리에 눈가의 어두운 녹색 띠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곳 밤섬은 인간이 이룩해 놓은 산업과 문명 사이에서 생명을 꽃피운 새들의 지상낙원 자체였다.

서강대교 위에서 촬영한 흰뺨검둥오리.
서강대교 위에서 촬영한 흰뺨검둥오리.하호-이병우
다리 아래에서 내려다 본 강물 위로 흰뺨검둥오리가 보였다. 겨울 북쪽에서 남하한 무리가 우리나라에서 집단으로 월동하지만 일부는 일 년 내내 살기도 한다. 전국의 물가에서 흔히 발견되는 새이지만 물 위로 작은 파동을 만들며 헤엄치고 있는 흰뺨검둥오리의 움직임은 사뭇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세상은 다르게 보이는 것일까.

언제나 흔한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인지 우리는 자연을 함부로 남용해 왔다. 새는 생태계의 정점에 위치하여 환경 건강성의 지표가 된다. 언젠가 이 모든 것이 사라지고 새들의 마지막 남은 낙원마저 황량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여의도의 인공 숲을 빠져 나왔다.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자동차와 멀리 서 있는 아파트 너머 어디선가 봄바람이 젖어들고 있었다.

새는 어떻게 관찰해야 할까?
탐조 시 유의사항

새는 매우 예민하고 경계심이 많은 동물이다. 인간보다 높은 시력을 가지고 있어 무리하게 가까이 가려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몇 가지 유의 사항을 미리 숙지하고 가는 것이 좋다.

1. 망원경(15~60배율)이나 쌍안경(7~9배율)을 이용해 멀리 떨어져서 관찰하는 것이 좋다. 가격이 무리가 된다면 동호회, 탐조교실 등의 정기탐조에 동참하거나 소그룹을 형성해서 공동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

2. 복장은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수수한 복장이 무난하다. 흰색이나 원색 계통을 피하고 여름에는 녹색, 겨울에는 갈색의 옷이 가장 좋다. 또한 새들을 자극하는 진한 향수나 화장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3. 새가 놀라서 날아가지 않게 큰 소리를 내거나 뛰지 않는 것도 중요한 유의 사항.

4. 새를 관찰하고 그 새의 이름을 알기 위해서 도감을 이용한다. 손에 잡힐 정도의 크기가 적당하다. 새의 형태나 색과 같은 특징을 충분히 관찰한 다음에 도감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5. 풀이나 나무를 훼손하면 새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훼손하는 행위가 된다. 새들의 먹이가 되는 열매들도 함부로 채취해서는 안된다.

6. 새들이 날아오르는 장면을 보기 위해 돌을 던지면 새들이 놀라게 된다. 고니의 경우 한번 날아오를 때 30분간 먹은 에너지를 한순간에 소모한다. / 환경운동연합 소모임 '하호'

덧붙이는 글 | 환경운동연합 소모임 '하호'는 2000년 5월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복지 증진을 위해 만들어졌다. 세대도 성별도 국적도 다르지만 환경을 보호하고 동물에 대한 왜곡된 의식이 바뀌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을 담은 사람들. '하호'의 회원들은 그들의 이름대로 '하늘다람쥐에서 호랑이까지' '하하 호호' 웃으며 공생하는 그날을 희망하고 있다. 

동물원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탐사를 진행해온 하호 회원은 2004년부터 서울시 조류 탐사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가 생태 도시로 거듭나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으로. '하호'는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복지를 꿈꾸는 모든 분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haho.kfem.or.kr

덧붙이는 글 환경운동연합 소모임 '하호'는 2000년 5월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복지 증진을 위해 만들어졌다. 세대도 성별도 국적도 다르지만 환경을 보호하고 동물에 대한 왜곡된 의식이 바뀌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을 담은 사람들. '하호'의 회원들은 그들의 이름대로 '하늘다람쥐에서 호랑이까지' '하하 호호' 웃으며 공생하는 그날을 희망하고 있다. 

동물원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탐사를 진행해온 하호 회원은 2004년부터 서울시 조류 탐사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가 생태 도시로 거듭나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으로. '하호'는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복지를 꿈꾸는 모든 분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haho.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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