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왕후로 간택된 그 청풍 김씨의 고택입니다. 'ㄷ'자형 집인데, 참 아늑하고 그윽하지요. 경주에서 올라 온 할아버지들이 마이크를 들고 해설하는 분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했던지 간간히 박수도 쳐 주고 있는 모습이예요.권성권
그것은 조선왕조 17대 왕인 세자비 간택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안내를 하는 분은 그것이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전해 오는 이야기임을 밝혔는데, 그 이야기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당시 현종은 지방 나들이로 청풍 호반을 택하여 거닐게 되었고, 그 비경에 도취한 나머지 그곳에 살고 있는 청풍 김씨의 집에 하룻밤 묵게 되었다. 청풍 김씨는 낯모르는 선비와 그를 따르는 식솔들을 지극 정성으로 대접했다. 그러나 현종은 이미 그 집 살림살이가 변변치 않음을 알아차렸다. 그런데도 그 청풍 김씨와 딸아이는 자신들을 너무나도 극진하게 대접하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그 정성어린 사랑의 대접에 감동 받은 현종은 훗날 세자비 간택할 일이 있을 때에, 그 딸아이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미모도 빼어났을 뿐 아니라 총명과 덕스러움이 가히 현종의 마음에 꽉 들어찼기 때문이다.
그 뒤 세자비 간택할 날이 닥쳐오자, 현종은 각 팔도에 암행어사를 보낸다. 암행어사로 하여금 팔도에서 가장 빼어나고 현숙한 처녀를 물색하여 왕실로 들이도록 했던 것이다. 청풍 김씨의 딸도 팔도의 8명중 한 명으로 뽑혀, 왕실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그 당시 조정 신료들은 팔도에서 올라 온 처녀들에게 세 가지 문제를 내게 된다. 첫째는 무슨 꽃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가, 둘째는 동네마다 고개가 있는데 무슨 고개가 가장 험준하고 힘든 고개인가, 그리고 마지막 셋째는 보석 중에 가장 빛나는 보석은 어떤 보석인가, 하는 문제였다.
그 질문을 들은 팔도 처녀들은 저마다 자기 생각을 대답한다. 꽃들도 저마다의 여러 꽃들을 입에 올렸고, 각 지방에서 가장 험준한 고개들도 나름대로 이야기를 했고, 그때까지 보아 온 가장 멋진 보석들도 서로들 입에 올리며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청풍 김씨는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것 같은 엉뚱한 대답을 곧잘 한다. 첫 번째 꽃 가운데 가장 예쁜 꽃은 '목화'요, 두 번째 고개 중에 가장 힘든 고개는 '보릿고개'요,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가장 빼어난 보석은 '소금'이라고 답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