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은 그 어렵다는 부킹을 어떻게 할까?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회원권은 36장, 골프인구는 216명

등록 2006.03.07 10:50수정 2006.03.0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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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부총리란 사람이 따졌다. "골프와 등산이 뭐가 다르냐"고 반문하면서 "골프 인구도 200만 명에 달한다"고 했다.

대답은 이렇다. 산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취사와 야영만 하지 않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특별한 비용이 들지 않는다. 1천원 안팎의 입산료를 내면 된다. 하지만 골프장은 까다롭다. 회원권을 내밀거나 회원의 뒤꽁무니를 따라가야 입장하는 곳이다.

초선들, 대거 골프장 앞으로

철지난 얘기를 새삼스럽지 않게 얘기하는 이유가 있다. <한국일보> 기사가 던지는 여운이 길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회의원 297명 중 골프를 치는 의원이 216명이라고 한다. 무려 70%에 달하는 수치다. 전 국민 5천만명 중 골프인구가 200만 명이라고 하니 비율로 따지면 4%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골프인구 비율은 70%다.

내로라하는 양반들이니 일반 국민과의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치자. 그럼 이건 어떨까?

지금 골프를 치는 의원이 216명이라고 하지만 17대 국회가 개원할 때는 130여 명이었다고 한다. 2년새 골프치는 의원이 60% 폭증했다. 17대 국회 개원 당시 의원정수 299명 중 초선의원이 187명이었으니까 단순 계산하면 초선 의원 대다수가 골프장으로 유입됐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의아함이 스며나오는 곳은 바로 이 대목이다. 초선 의원은 도대체 무슨 돈이 있어서, 또 무슨 '빽'으로 부킹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골프장을 들락거릴 수 있을까?

물론 초선 의원이라 해도 금배지달기 전부터 그린을 밟았을 수 있다. 초선 의원 중에는 회사 임원 출신도 있고, 고위 공무원 출신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보는 건 타당하지 않다. '출신 성분'이 그러했다면 17대 국회 개원 당시 집계된 130여 명의 골프 의원 명단에 이들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을 것이다.


골프치러 가면 부디 원기만 충전하시라

2004년 11월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세종로 문화관광부 앞에서 골프장 증설반대와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04년 11월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세종로 문화관광부 앞에서 골프장 증설반대와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일보> 기사 중 특정 구절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일보>는 회원권을 갖고 있는 의원들은 배우자 명의를 포함해 36명이라고 보도했다. 골프치는 의원의 17%에 불과하다.

그럼 나머지 83%의 의원은 어떻게 부킹을 해서 골프를 칠까? 물론 회원권을 갖고 있는 동료 의원이 안내했을 수도 있다.

<한국일보>도 열린우리당 내 재야파 중에서 유인태·원혜영·이호웅 의원 등이 후배 의원들을 골프장에 데려가는 애호가라고 보도했다. 또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경선과정에서 40~50명의 의원을 골프로 접촉했고, 강재섭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지난해 경선에 대비해 6개월 넘게 매주 1, 2팀을 꾸려 의원들과 골프회동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정당의 '회동 문화'가 이렇다면, 절반은 뚝 떼어내자. 골프장 부킹의 절반 정도는 회원권을 가진 동료 의원의 '배려' 덕이라고 치자. 인심을 적게 썼다면 70%, 80%라고 해도 좋다.

문제는 나머지 경우다. 동료 의원이 아닌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골프장을 들락거리는 의원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에둘러 갈 것도 없다. 이해찬 총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정치인과 가깝게 지내고자 하는 사람의 도움으로 골프장을 들락거리고, 더 나아가 비용도 그 쪽에서 댄다면? 이건 누가 봐도 '접대'에 해당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직무 관련성 접대일 수 있다. 한나라당이 어제(6일) 이 총리를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하면서 내건 이유, 즉 국회의원의 품위를 해치는 행위일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윤리위반 행위, 또는 범죄 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꼬리를 잡기는 쉽지 않다. <한국일보> 지적처럼 "외부인사와 치는 골프는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의 술자리 난동처럼 문제가 되지 않은 이상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게 문제다.

국민이 문제삼는 건 골프 그 자체가 아니다. 탁 트인 산야에 나갔으면 원기나 충전할 일이지 '요정식' 행태만 답습하니까 문제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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