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정원 미달인데도 장애 학생 '불합격'

감신대, 휠체어이용 장애 학생에 면접 'F'... 불합격 사유 논란

등록 2006.03.08 16:29수정 2006.03.0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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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감신대 '동료'에서 벌인 계단 기어오르기 퍼포먼스. 감신대가 학교입구 주차장 공사를 시작하자 장애인 학생을 위한 강단에서의 차별 차별철폐가 우선이라며 감신대 학생들이 학생회관 앞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지난 3월 2일 감리교신학대가 휠체어이용 장애인 학생을 입학 정원이 미달인데도 불구하고 탈락시킨 것에 대해 장애를 이유로 사실상 불합격처리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학교당국은 탈락 사유에 대해 "면접점수에서 F를 받았기 때문"이라고만 밝혔다.

이번 사건은 불합격한 김모씨(휠체어 이용, 뇌병변 1급)가 2월 9일 한 시민단체를 통해 이 사안을 제보하고 감신대총학생회가 사실 확인 작업을 하면서 알려졌다.

감신대 "면접점수 F 받아 불합격 처리된 것"

총학생회는 총 4명인 장애인특별전형 입학정원에서 장애인 학생이 3명만 지원해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문제를 제기한 김씨가 불합격된 것을 확인하고, 입학 업무를 관장하는 학생처에 이에 대한 공개 질의를 했다.

총학생회는 질의서를 통해 "모집정원에 미달되는 상태에서 청각장애인 2명만 합격했으며, 지체장애인 김모씨는 불합격 통보를 받게 됐다"고 밝히고 "합격한 2명의 청각장애인 학우를 위한 지원 대책을 학교 당국이 밝혀 줄 것"을 요구했다.

총학생회는, 학교측이 김씨를 불합격 처리한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첫째, 학교 측이 언급한 김모씨의 불합격 사유가 수능성적과 같은 객관적인 근거가 아니라 면접접수를 F를 받았다는 것이었는데, 현실적으로 일반전형으로 입학하는 비장애인들도 면접 접수를 F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

둘째, 면접시 던지는 질문이 학력을 측정하거나 점수화 하기 어려운 질문들, 예를 들면 '왜 이 학교에 지원했는가?'등이 대부분인데 그것을 F로 매겼다는 점.

셋째, 불합격된 김모씨가 면접시 받은 질문 중에 '어떻게 학교를 다닐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고, 이에 김씨는 '교실 까지만 도와주면 됩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하는데 이 질문은 의도가 어떻든 '장애'를 따져서 물어보는 것으므로 장애인에 대한 명백한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넷째, 1997년도부터 장애인특별전형을 시행해 온 감신대는 2003년까지 장애인 재학생 수가 11명으로 신학대 중에서는 장애인 학생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으나 2005년도까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학생의 입학은 한 명도 없는 관례 아닌 관례가 있었는데 이번 김씨도 이런 '관례'를 빌미로 불합격시킨게 아니냐는 점이다.

일부 감신대 학생들은 학교측이 장애인학생을 위한 교육 환경 마련이나 지원은 도외시 한 채, 편의시설에 대한 부담이 없는 장애인만 선별적으로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학교 측은 지난 2일 공문을 통해 "특수교육 대상자 특별전형에 지원한 김모씨에 대해 지원자가 휠체어 이동이 용이한 장소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고 "같이 동행한 보호자가 시험을 참관할 수 있도록 하여 어떠한 불이익도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또 "성경시험 후 면접시험도 동행한 보호자와 함께 면접실에 입실하도록 편의를 제공했으나 면접시험 결과 지원자의 면접점수는 'F'를 받았으며, 전형요소에 반영되는 성적을 종합한 후 전체 사정회의에서 사정원칙에 따라 심의한 결과 불합격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면접에서 F받는 경우 거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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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자동차 주차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학교측이 발표하자 휠체어 이용 장애인 학우들의 안전한 진입로 확보가 우선이라며 '동료'회원이 아스팔트 공사장에 누워 시위를 벌였다. ⓒ 김형수

감신대 학생들은 장애인학우들의 수가 늘어난 98년도부터 장애인운동 동아리 '동료'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장애인학생을 위한 교육 환경 마련과 편의시설 개선을 요구해왔으나 그동안 학교 측은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아 왔다.

학교 측은 이번 특별전형 모집요강에 '본교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 및 설비를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으므로 학업이 가능한가를 확인한 후에 신중히 지원하기 바람'이라고 중증 장애인 학생의 차별을 합리화하는 사항을 공지해 놓았다.

이런 입학 요강은 그동안 많은 비슷한 소송에서, 비합리적이며 장애인을 불합격시키는 근거로 활용할 수 없다고 지적되었으며, 2001년에 와서는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부적으로 각 대학에 이러한 조항을 삭제 또는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다.

감신대 총학생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3월 6일 대자보를 통해 이번 사건을 교내에 알리고 김씨 불합격처분에 대한 좀더 객관적이고 근거있는 답변과 자료를 학교측에 요구했다.

또한 감신대 한국기독교청년학생연합회(한기연)에서도 '차별이란 이름의 폭력'이란 제목으로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고,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eduable.jinbo.net)에서 공동성명서 내는 등 학교 측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학교 측은 계속 직접적인 해명이나 대화를 피하고 있다.

총학생회의 한 관계자는 "사건에 대한 폭로보다는 학교측을 설득해서 김씨를 입학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이미 새내기들이 입학하고 등록할 수 있는 학사 일정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학교 측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한편,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대학진학을 꿈꾸었던 김모씨는 현재 이 사안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한 상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위드뉴스(with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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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eduable.jinbo.net) 사무국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고등교육기회확대와 무장애배움터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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