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이호초등학교 6학년 5반에서 실시한 성평등 교육중, 반 아이들이 소중한 것 네가지를 적은 종이꽃을 칠판에 붙였지만, 담임인 이정선 교사가 손으로 구겨버렸다. 이교사는 소중한 자신의 몸이 다치면 남도 똑같은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가르치고자 했다.오마이뉴스 이민정
성장기의 신체변화·남녀간 성관계 등에 대한 내용으로 수업 한 시간을 채울 무렵, 성폭력에 대한 이 교사의 설명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 교사는 아이들에게 네 개의 꽃잎이 달린 종이꽃을 한 송이씩 나눠줬다. 아이들은 꽃 중앙에 자신의 이름을 쓴 다음 각각의 꽃잎에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썼다.
아이들의 쓴 것은 나, 가족, 생명, 친구, 우정 등이다. 간간이 돈이라고 쓴 글씨도 보였다. 이 교사는 색색깔의 종이꽃을 칠판에 붙인 다음 갑자기 양손으로 종이꽃 하나하나를 구겨버린다. 앉아있던 아이들은 놀라 "악" 하며 한참동안 고함을 질러댔다.
이 교사의 돌발행동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남에 의해 망가졌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직접 느끼라고 한 것. 피해 정도를 체험해야 가해자도, 제2의 피해자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욕 나와요" "너무 불쌍해요", "엄청 짜증나요"라고 반발했다.
이 교사는 아이들에게 "강제로 성교를 하자는 것은 명백한 성폭행"이라며 "살해와 똑같은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의 소중함에 대해 알면, 성폭력 예방교육은 쉽다"며 "내 몸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에게 해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운다"고 설명했다. "성평등 교육도 결국 인권을 가르치는 내용으로 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성의 소중함 알면 성폭력 예방교육은 쉽다"
이날 수업으로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됐다"는 이정훈군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삼가주세요"라며 '철없는' 어른들에게 따끔하게 경고했다. 성평등 수업의 '약발'을 제대로 받은 셈이다.
도근범군도 최근 불거진 성범죄 사건에 대한 소감을 묻자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거 안 해도 잘 살잖아요"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이 교사는 "어린 아이일수록 성평등 교육에 익숙해지면 성추행이나 성폭력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면서 "저학년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치면, 한국의 성폭력 사건이 줄어들 것"이라고 성평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초·중등학교의 경우, 매년초 교육부에서 '성폭력 범죄와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성평등 교육 실시를 권고하고 있지만, 수업자료나 교사 대상 성교육 미비로 사정은 여의치가 않다. 체계적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는 못하고 대부분 학교가 보건시간이나 담임에게 부여된 재량수업 시간을 통해 근근히 성평등 교육을 이어가는 실정.
이 교사는 "나이드신 선생님들은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고 일부 교사들은 마땅한 교재가 없어서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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