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학습권 침해 재개발 공사 중단하라"

서울중앙지법, 원촌중비대위 공사중지 신청 인정... 타지역 공사에도 영향 미칠 듯

등록 2006.03.10 12:06수정 2006.03.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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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GS건설의 재개발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반포 주공3단지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GS건설의 재개발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반포 주공3단지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 임순혜

'원촌중학교학습권 보장을 위한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원촌중비대위')가 서울중앙지법에 GS건설을 상대로 낸 '원촌중학교 학습권 보장을 위한 공사중지 건설 가처분 신청'에서 사실상 승소하였다.

'원촌중비대위'는 1월 19일, 서울 서초구 원촌중학교 1, 2학년 학생 293명이 석면의 비상, 통학로 제한, 소음 등으로 학생들의 생명권 학습권 및 행복 추구권, 수업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이유로 학교 인근 반포주공 3단지 아파트 재건축 공사(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동 20-1번지 외 28필지, 2005년 11월 14일 공사 시작)를 중지해 달라며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인 GS건설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내 3차례 재판 끝에 판결을 받아냈다.

a 강남 교육청이 '학부모비대위'의 교사 임시이전 요구에 임시이전 비용을  GS 건설에 요청한 문건

강남 교육청이 '학부모비대위'의 교사 임시이전 요구에 임시이전 비용을 GS 건설에 요청한 문건 ⓒ 임순혜

3월 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송진현 부장판사)는 "방학기간을 제외하고 평일 오전 8시∼오후 4시, 토요일 오전 8시∼오후 2시에 학교 부지 경계선으로부터 50m 이내 장소에서 아파트 재개발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사실상 '공사중지'를 결정했다.

이것은 법원이 헌법적 권리인 '교육받을 권리'인 '학습권'을 근거로 학교 주변 개발행위를 중지하도록 결정한 첫 사례의 의미 있는 결정으로, 재개발이 진행되는 타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a 2월 15일부터 단식을 시작한 학부모의 혈압을 재고 있다.(2월 21일)

2월 15일부터 단식을 시작한 학부모의 혈압을 재고 있다.(2월 21일) ⓒ 임순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사가 시작된 이래 학교 내 소음 수준이 학교보건법이 정한 기준을 초과한 데다 굴착공사가 계속될 경우 소음이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공사 측이 학교 주변에 설치한 13m의 방음벽은 오히려 일조 조망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이 공사로 통학로 대부분이 폐쇄되면서 안전사고 위험이 적지 않고 임시교사 신축 등 여러 대안이 나올 수 있는데도 시공사측은 방음벽, 이중창, 공기청정기 설치 등의 조치만 취해 놓고 공사강행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공사금지 가처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a 단식 중인 학부모들을 찾은 함세웅 신부 (2월 21일)

단식 중인 학부모들을 찾은 함세웅 신부 (2월 21일) ⓒ 임순혜

재판부는 "시공사는 방음벽에 벽화를 그려 분위기를 개선했다고 하나 학생들이 폐쇄감을 느낄 것으로 보이며 공사 현장에서 날아오는 먼지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운동장이 아닌 실내체육관에서 체육활동이 이뤄져 학생들의 건전한 신체활동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교육받을 권리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격권적 기본권이므로 '어떤 형식으로든 수업받을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정당하고 적절한 방식과 내용으로 수업을 받을 권리'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a 지난 2월 24일, 기자회견에 앞서 피켓시위를 하는 학부모들

지난 2월 24일, 기자회견에 앞서 피켓시위를 하는 학부모들 ⓒ 임순혜

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 3단지 재건축 공사는 총 사업비가 2조 원이 넘는, 90평형대 대형아파트를 포함 3400세대에 이르는 대규모 공사. 하지만 공사 과정에서 석면문제가 대두하였고 학교 3면이 모두 건축공사장에 싸여 있다. 남쪽 사평로는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기존 통학로는 모두 폐쇄, 임시 구름다리가 유일한 통학로여서 등하교시 어린 학생들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a 지나 2월 24일 43인의 국회의원을 대표하여 제도 개선을 약속하며 단식 중단을 호소하는 제종길, 이인영, 권영길 의원

지나 2월 24일 43인의 국회의원을 대표하여 제도 개선을 약속하며 단식 중단을 호소하는 제종길, 이인영, 권영길 의원 ⓒ 임순혜

'원촌중비대위'는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냄과 동시에 '학습권' 보장을 위해 교육청에 '임시이전'을 요구해왔으며, 학부모들은 2월 15일-2월 24일까지 10일간 학교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다.


지난 2월 24일에는 이인영 의원을 중심으로 국회의원 43명이 '원촌중학교 사태 해결 촉구 및 어머니들의 단식중단 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물론 관련 법률 개정 등 입법화할 것을 약속, 학부모 단식농성을 풀게 했다.

'원촌중학부모비대위' 김정신 학부모는 "이번 법원의 결정은 돈이 귀한가, 사람이 중한가, 에서 사람이 돈보다 더 귀중하다는 가치를 제시한 것으로 생각한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아이들의 학습권, 건겅권, 행복추구권이 상위권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무시되어 왔다.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학생들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이인영 의원, 권영길 의원을 비롯 43명의 국회의원이 약속한 제도 개선을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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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운영위원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가짜뉴스체크센터 상임공동대표, 5.18영화제 집행위원장이며, NCCK언론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확대보장위원, 한신대 외래교수,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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